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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 1리 마을을 떠나 들길을 걸어온 서해랑길 12코스는 백조호수공원을 거쳐 나리 방조제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다. 방조제 하면 통상 삭막한 시멘트 덩어리를 연상하게 되지만 이곳은 좋은 풍경과 함께 산책로를 걷는다. 방조제 걷기를 끝내고 나리마을을 지나면 건배산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수로를 따라서 군내호 방향으로 이동하는 길, 동쪽 하늘은 아침 태양과 구름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모양이다. 여름에는  걸으면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이제는 태양이 구름을 이기고 따스한 햇살을 비추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수로 끝자락에 자리한 갈대, 거울처럼 반짝이는 호수, 구름을 뚫고 비추는 강렬한 겨울 햇살이 온 세상을 절경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광활한 군내호에 도착했다. 나리와 전두리를 연결한 나리방조제로 생긴 거대한 담수호이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호수도 가뭄 때면 인근 논에 공급할 물이 부족해지는 모양이다. 해남의 금호호와 이곳을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호수 풍경과 함께 걷는 길이 기대가 된다.

 

길은 군내호 남쪽에서 좌회전하여 백조호수공원을 거쳐 군내호 서쪽을 걷는다.

 

고니류가 월동하러 내려온다는 진도 고니류 도래지는 천연기념물 제101호로 지정되어 있다. 11월부터 2월까지 월동한다고 한다. 백조호수공원에서 잠시 쉬어 가고 싶었는데 새벽에 내린 눈 때문에 앉을자리가 없다. ㅠㅠ

 

길은 배수 갑문을 지나 나리 방조제로 들어선다. 방조제 건설로 만들어진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군내호와 나란히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과 서해랑길을 걸으며 만난 수많은 거대 방조제들 그 어디도 이러한 산책로는 없었다. 대부분 방조제와 도로가 전부이고 시멘트 방조제 위를 터벅터벅 걸을 뿐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도로 옆이기는 하지만 가드레일과 떨어져서 작은 정원과 호수 사이를 깔끔한 산책로를 따라서 걷는다.

 

와우! 드디어 군내호 호수 너머 저 멀리 진도타워와 진도 대교의 주탑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봄이 되면 이 군내호 산책길은 더욱 걷기 좋지 않을까 싶다. 눈이 내렸어도 봄을 기다리는 유채는 생기발랄하다. 이 인근에 살면서 하루 한번 3.5Km의 나리 방조제를 왕복하면 얼마나 즐거운 만보 걷기일까 상상해 본다.

 

어느덧 길은 나리방조제 끝자락에 도착했다. 3.5Km의 긴 방조제 길이었지만 시멘트 방조제의 존재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훌륭한 산책로 맞다.

 

나리방조제 끝자락에 이르니 따스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온 세상을 밝게 비춘다.

 

1991년에 시작하여 2008년에 완공한 나리 방조제 위에 올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시작점이 아득하다.

 

잠시 서부해안로 도로를 걷다가 길은 우측 마을길을 통해 나리마을로 향한다.

 

나리 마을로 향하는 들판에서는 눈 덮인 봄동도 만나고, 봄동 수확 현장도 만난다.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는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한국 아주머니는 인사를 건네도, 퉁명스러운 표정뿐이다. 사람 사이에는 역할만 있을 뿐 위아래가 없는 법인데, 아쉬운 순간이었다. 아무튼 봄동은 배추이기는 하지만 속이 차지 않고 잎이 벌어지는 불결구배추 품종이라고 한다. 물론 속이 차는 결구배추를 늦게 심어 겉잎을 싸지 않고 그냥 두면 봄동이 되기도 한다. 

 

검은 고무신을 신은 소년이 누렁이를 끌고 가는 벽화에 발걸음이 멈춘다. 소년도 입에 풀을 물었고 소도 풀을 한입 베어 물었다. 급할 것도 규칙도 경고도 필요하지 않은 여유가 느껴져 좋다.

 

길은 나리 마을 외곽을 가로질러 들판으로 나간다.

 

나리마을 들판으로 나온 길은 나리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수로를 따라 올라가며 도로를 건너고 좌회전하여 건배산 자락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건배산 자락을 오르며 만난 봄동밭과 배추밭. 흩뿌려놓은 봄동밭만 보다가 가지런히 줄 맞추어 심은 봄동밭을 보니 생경스럽다. 저렇게 심고 관리하면 일은 어렵겠지만 상품성은 높아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건배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예전 서해랑길은 건배산을 올라 능선을 모두 걷고 죽전마을로 내려갔지만 지금은 능선 중간에서 서부해안로 도로로 내려가 해안 도로를 따라서 진도대교로 향한다.

 

고갯길을 넘으면 신기마을인데 서해랑길은 고갯마루에서 우회전하여 등산로로 진입한다. 범바위둘레길이라는 표식이 등장했다. 길은 범바위를 지난다.

 

범바위둘레길 초입은 태양광 발전 단지가 자리하고 있고 고개 너머로는 진도군이 만들었다는 신기 전원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진도프로방스 빌리지라는 이름도 붙어 있는데 들어선 집이 몇 채 없어 보인다.

 

건배산 등산로는 키가 작은 소나무들이 맞이하는 높지 않은 능선을 걷는 길이다.

 

진도 북쪽 해안선을 보면서 범바위를 향해 길을 이어간다.

 

진도 북쪽 해안선을 보며 걷는 건배산 능선길은 완만하게 동쪽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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