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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미항에서 시작하는 서해랑길 12코스는 연대산(256m)과 망치산(114m) 아랫자락을 돌아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지만 전체적으로 고도차는 크지 않다. 넓은 인도가 있는 서부해안도로를 따라서 청용어촌체험마을에 이르면 큰길을 벗어나 마을길을 통해 망치산 아랫자락의 해변 마을인 청용마을을 돌아 전두 1리 마을을 지난다.

 

이른 새벽 쉬미항에서는 가사도로 가는 7시 배가 출항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배인데, 이른 시간임에도 배에 올라탄 차들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트럭 한 대를 태워야 하는데 잘 안 되는 모양인지 선장도 마이크를 들고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느라 분주하다. 지산면을 지나고 진도읍에 들어선 길은 서부해안도로를 따라서 산월리를 지나 수유리로 향한다. 보전호 옆에도 거제리라는 마을이 있어서 다른 지역 지명이 진도에 있어서 기억이 남았는데 서울의 수유리가 진도에도 있으니 이 또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른 아침 여명을 뚫고 일하러 나가는 어선을 보며 쉽지 않은 하루의 각오 다져본다. 주황색, 녹색 낙원길을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진도 낙원해안로 푸른빛 낙원길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푸른빛 낙원길에 새벽에 내린 약간의 눈이 길을 덮은 것을 이제야 발견한다. 진돗개 발자국 거리 표식도 눈에 가려졌다.

 

쉬미항을 떠나 가사도로 향하는 배가 새벽 바다를 밝힌다.

 

동이 트는 시간, 진도 서쪽 해안이 아니라 동쪽 해안이었다면 어떤 풍경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얇게 눈이 내려앉은 길을 조심조심 걸어간다.

 

바로 앞바다의 전복 양식장에서는 어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불을 밝히고 양식장 관리에 여념이 없다. 

 

서부해안도로는 수유마을 인근에 오면 자연스레 동쪽을 향하게 되는데 붉은 동녘 하늘을 보면서 길을 내려간다.

 

잘 만들어 놓은 진도 낙원해안로 곳곳에 다양한 조형물이 있지만, 수많은 조형물을 압도하는 것은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어느덧 도로 표지판에 12코스의 종점이자 진도를 빠져나가는 진도대교가 등장했다. 길은 좌회전하여 청용마을 방향으로 이동한다.

 

멍멍! 을 새겨 넣은 푸른빛 진도 벤치를 보면서 미소도 지어졌지만, 진도군은 진돗개를 좋은 알리미 모델로 사용할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길은 청용어촌체험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망치산을 보면서 이동한다. 청용어촌체험마을 안내판이 있는 이곳에는 공중 화장실도 있고, 벤치도 있어서 걷다가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길을 이어간다. 길은 해안길로 가지 않고 모서리 갈림길에서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마을길로 간다.

 

멀리서 보면 오르막길이 높을 것 같지만 고도 40~50미터의 야트막한 야산이다. 

 

언덕에 올라 앞뒤를 돌아보니 청용마을로 향하는 서쪽하늘은 어스름하지만, 반대쪽 동쪽 하늘은 구름 사이에서도 붉은 아침 햇살이 화려하다.

 

산중턱의 마을길을 돌아가니 청용마을 앞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어선들이 아침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망치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서쪽으로 바다를 보고 있는 청용마을에 들어선다.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청룡이 마을을 지켜준다는 마을이름의 유래가 있는데 마을 안내판에는 청룡마을로 쓰지 않고 굳이 청용이라 쓰고 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진도 동쪽에 있는 의신면에도 청룡마을이 있는데 그곳과 구별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개막이 체험으로 물고기도 잡을 수 있고 개막이 체험 전에 조개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마을 뒤편으로 들어왔던 길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산을 넘어 전두 1리 방향으로 향한다.

 

이곳에도 새벽에 내린 눈이 얇게 길을 덮었다.

 

청용마을을 벗어나 전두 1리로 향하는 고갯길은 짧게 숲길을 통과해야 한다.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밟지만 얇게 깔린 눈은 걷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고갯마루를 지나니 산 아래 동쪽으로 나리 방조제가 만든 거대한 간척지도 보이고 전두 1리 마을도 가까이 다가온다.

 

지난 3일간 강추위에 눈까지 내렸는데 진도의 고추밭은 수확 끝낸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11월까지 고추를 딴다는 진도 농부도 계신다. 역시 진도는 따뜻한 남쪽나라 맞다.

 

산에서 내려온 길은 전두 1리 마을을 관통하여 들길로 나간다. 전두 1리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진도의 버스정류장은 문이 이중 구조인 독특한 형태라서 찬바람을 피하며 쉬어가기 좋았다.

 

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도로를 따라서 잠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죄회전하여 동쪽 들판으로 길을 잡는다.

 

동쪽 들판으로 향하는 길은 깃털 구름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 아침 태양을 보며 걷는 길이다. 

 

구름 사이로 아침 태양을 보며 걷던 길은 다시 좌회전하여 북쪽으로 이동한다. 나리 방조제와 군내호를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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