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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다시 찾아온 진도 서해랑길은 첨찰산 쌍계사 입구에서 시작한다. 운림예술촌과 운림삼별초공원을 거쳐서 덕심산 자락의 고개를 넘어 옥대저수지를 지나 옥대리에 이른다. 고도 2백여 미터의 고개를 임도로 넘는 무난한 길이다.

 

해남 걷기만 해도 광주를 중간 기착지로 했었는데, 진도 서해랑길 걷기를 위한 중간 기착지는 광주에서 목포로 바뀌었다. 목포역에서 내리니 역 바로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목포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바로 탈 수 있었다. 다른 번호의 버스에 목포터미널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터미널 가죠?" 하며 버스에 타려 했더니 가긴 가는데 돌아서 간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아니나 다를까 목포 터미널로 가는 1, 1A, 200 버스가 바로 이어서 도착한다고 버스정보시스템에 나온다.

 

목포에서 6시 30분 차를 타고 진도에 도착하니 7시 40분에 운림산방, 사천리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다. 지난 7코스를 어렵게 끝낸 첨찰산 쌍계사 입구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이지만 옷깃을 여미고 8코스 여정을 시작한다.

 

의신천 하천변 길을 따라 사천마을을 걸어 내려간다. 사천이라는 이름은 계곡에서 내려온 물의 흐르는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계곡에서 내려온 의신천 물은 사천저수지를 거쳐서 남서 방향으로 흐르다가 의신면 읍내 인근에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도목방조제를 통해 바다로 나간다.

 

텃밭에서 키가 훌쩍 자라난 완두콩을 보니 진도가 따뜻한 지방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중부 지방에서는 봄소식이 들려야 싹이라도 볼 수 있는 완두콩이 진도에서는 벌써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돌담을 가지런히 쌓은 사천리 마을길이 인상적이다. 이 길은 "삼별초 호국 역사 탐방길"과 함께하는 길이다.

 

길은 운림예술촌 마을 옆을 지난다. 전남농협에서 주관하는 팜스테이 마을들 중의 하나이다.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기존의 농촌 민박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https://www.farmstay.c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무를 보면 마을을 알 수 있다고, 예술촌 입구를 지키고 있는 우람한 소나무를 보니 마을의 유구한 역사가 보이는 듯하다.

 

길은 운림삼별초공원 입구를 지나쳐 간다. 넓은 공원에는 오토캠핑장과 한옥체험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운림삼별초공원을 지나면 사천교 다리를 건너서 좌회전하여 하천을 따라 다시 거꾸로 올라간다.

 

공원 반대편의 깔끔한 산책로에서는 덩굴이 가득한 다리도 만난다. 잎과 꽃이 가득한 계절에 만났으면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싶다.

 

해학스러운 표정의 장승들이 이곳이 소달구지길임을 알려준다. 장승을 통해 짐을 가득 실고 진도읍내로 향했을 옛 어르신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따스한 남쪽나라 진도에서는 12월 한 겨울에 노란 개나리가 수줍게 꽃을 피웠다. 싸늘한 날씨를 녹이는 풍경이다.

 

길은 하천변을 우측으로 벗어나 남쪽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조금씩 내리는 싸늘한 보슬비에 길은 촉촉하다. 이때만 해도 이 비가 눈으로 바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덕심산 자락의 완만한 임도를 오르기 시작한다.

 

임도 주변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표고버섯 재배지가 이어진다. 견물생심이라고 드문드문 미처 따지 않은 버섯에 눈길이 가지만 그저 부러움의 시선만 남기고 길을 이어간다. 중국에서 톱밥 배지를 수입하여 실내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것이 널리 퍼져 있는 현실에서 숲 속에 표고목을 세워 표고를 재배하는 그림이 귀해 보인다. 생산비가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서늘한 날씨 덕분에 오르막길을 걸어도 땀이 흐르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이라도 오르막길에서는 늘 열기가 오르고 땀이 나기 마련이었는데 춥기는 하지만 쾌적함이 있다. 우리네 인생길에는 늘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돌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고갯마루를 지나고 있는 모양이다. 웬만하면 엉덩이를 붙이고 잠시 쉬어갈 텐데 보슬비에 의자도 축축하고 날씨도 서늘하니 멈추면 춥고 오히려 걷는 편이 낫다.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 길에 들어섰다.

 

주위의 크고 작은 산들을 보며 내려가는 길 멀리 옥대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12월 엄동설한에 이곳의 동백나무는 꽃을 활짝 피우고 수많은 꽃들을 땅에 떨구었다. 육지의 동백나무들보다 몇 달을 앞서간다. 

 

차가운 비를 맞은 붉은 동백과 노란 꽃술은 계절을 잊은 듯 생기가 넘친다.

 

길은 옥대저수지 옆길을 거쳐 마을로 내려간다.

 

저수지 인근으로는 멀구슬나무의 하얀 열매들이 꽃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새들도 찾아오지 않고 별쓸모가 없는가 싶었는데 공업용 에탄올에 열매를 담아두면 친환경 살충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대파, 울금, 흑미, 홍주와 함께 진도군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구기자가 밭을 가득 채웠다. 줄기부터 열매까지 모두 사람에게 유익하다는 나무이다. 삽목으로 어렵지 않게 번식시킬 수 있는 나무인데 재배하는 목적 때문인지 키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몇 군데에 따지 않은 붉은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도 구기자는 색이 선명하고 단맛이 강한 특성이 있다고 한다. 충남 청양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기자 생산지이다.

 

길은 작은 옥대천을 따라 중리 마을로 들어간다. 밭에 노랗게 사그라든 울금을 보니 진도가 따뜻한 곳이기는 하지만 이곳도 겨울을 피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은 옥대 중리 마을을 가로질러간다. 마을 회관 앞에 세워 놓은 트럭에는 마을 곳곳을 장식할 꽃양배추 모종이 가득 실려 있다. 마을을 가꾸는 부지런한 마음과 정성이 느껴진다.

 

농사를 끝내고 다음 작물을 준비하며 갈아 놓은 밭 귀퉁이에는 마가렛이라고도 발음하는 마거리트(Marguerite)가 단아하게 꽃을 피웠다. 겨울 맞아? 하는 감탄을 연발케 하는 꽃 풍경이 이어진다.

 

마을을 화려한 색과 생기로 장식할 꽃양배추가 모종판에서 출동을 준비하고 있고 먼저 심은 꽃양배추들은 그 화려한 색을 크고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꽃양배추, 장식용 양배추, 꽃 케일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영어식 명칭에서 따온 것이다. 영하 7도까지도 버틸 수 있다고 하니 겨울 장식용으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늘 궁금했던 것이 배추나 양배추와 비슷하게 생겼으니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었는데 먹을 수는 있지만 쓴맛이 강하다고 한다.

 

옥대리 마을 경로당 화단에서 꽃양배추의 다양한 모습을 만난다. 

 

이번에는 마을 입구에서 야자수를 만난다. 카나리아야자, 부티야야자 등이 추위에 강하다고 하지만 한겨울에 만나는 야자수 풍경은 아무래도 생경스럽다. 마을 곳곳을 꽃과 나무로 장식한 마을을 지나오니 마을 입구에 세워놓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옥대리"라는 표지석의 문구에 자연스럽게 동의하며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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