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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따라 진도 기상대 앞을 지나는 길은 고개를 넘으면 이후로는 첨찰산 등산로를 통해서 하산길에 오르고 봉화골을 거쳐 운림산방 주차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첨찰산 등산로를 통한 하산길은 위의 그림처럼 임도를 통한 오르막보다는 내리막길이 경사가 있는 편이다. 낙엽에 가려 보이지 않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진도 기상대 표지판을 만나는 지점은 운림산방 쪽에서 올라온 임도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후로 기상대 입구로 이어지는 길은 정말 가파르다. 겨울에 이곳으로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대신 급한 경사만큼 뒤로는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아래로 멀리 북동쪽으로 바다 건너 해남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진도 기상대로 가는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첨찰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첨찰산을 넘어가는 고갯마루이다. 서해랑길은 아리랑비 표식을 따라 등산로로 2.3Km를 내려가면 7코스 종점에 이른다. 잔디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길을 이어간다.

 

좌측으로는 진도 기상대가 우측으로는 첨찰산 정상의 봉수대가 눈에 들어온다. 왠지 겨울에 눈이 내리면 진도 기상대 쪽 풍경이 절경이겠다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서둘러 하산길에 나선다. 지금 내려가면 진도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의신면 사천 쌍계사 방면의 군내버스를 탈 수 있다. 16시 30분 버스를 타는 계획인데 버스를 놓치면 18:00 버스를 타야 한다. 진도읍에서 운림산방이 10분 거리이므로 진도읍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를 감안해야 한다. 

 

하산 등산길 초입은 조릿대 터널이다. 깔끔한 등산로를 보니 하산길이 아주 어렵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산로 끝자락까지 잘 정비되어 있는 구간이다.

 

돌계단, 데크 계단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하산길이지만 이 정도면 쾌적한 숲길이다.

 

앞으로 몇 번 더 만나게 될 첨찰산 숯 가마터, 1960년대까지 생계를 위해 숯을 구웠다는 배경과 동백나무를 숯의 재료로 사용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동백꽃, 동백기름 정도만 생각했던 동백나무가 숯의 재료였다는 것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가마터를 만들고 재료를 넣고, 그 위에 나무줄기를 덮고 황토로 다진다음 입구에 불을 넣는 과정도 쉽지 않았겠지만 깊은 숲으로 힘들게 들어와서 재료를 확보하고 힘들게 얻은 숯을 지게에 지고 내려갔을 조상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낙엽이 가득한 숲길은 낙엽 아래 돌부리를 숨겨 놓아 바닥이 푹신하지만은 않다. 낙엽 아래 얼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직은 다행이다.

 

깊은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작은 계곡물을 반짝이는 그림이 아름답다. 이 구간에는 진도 소방서에서 5백 미터 간격으로 구간 표시 팻말을 붙여 놓아서 더욱 반갑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 계곡을 덮은 낙엽은 계곡물마저도 낙엽의 색깔로 바꾼 듯하다.

 

낙엽이 쌓인 모양새가 조금 다르다 싶은 곳에는 단풍나무의 낙엽이 떨어져 있다. 나무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단풍잎은 그 독특한 자태를 뽐내는 모양이다.

 

이번 숯가마터는 위에서 내려다보니 가마터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버스 시간에 마음을 급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유독 속도가 느린 옆지기를 기다리며 가마터를 둘러본다.

 

계곡 우측에서 걸어 내려가던 길은 계곡을 가로질러 계곡 좌측으로 건너간다. 정상부에서 1Km 내려온 지점이다.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길의 경사도는 점점 더 낮아진다. 

 

계곡 좌측으로 내려가던 길은 다시 다리를 건너서 계곡 반대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길 마냥 햇빛마저 모두 가려 버린 깊은 숲길은 와 좋다!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숲길을 걷다 다른 곳의 바닥과의 색이 조금 다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단풍잎이 많이 떨어진 곳이었다. 아름다운 낙엽길이다. 사박사박 걷는 색도 소리도 냄새도 좋은 길이다.

 

숲을 뚫고 햇빛이 들어온다 싶더니 어느새인가 숲길의 끝자락에 이르렀다.

 

1995년에 세워진 진도 아리랑비를 지나며 비에 새겨진 아리랑을 흥얼거리면 길을 이어간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 음 음 아라리가 났네"까지는 흥에 겨워 흥얼거리지만 이후 가사는 모른다. 수많은 아리랑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아리랑은 진도 아리랑과 정선 아리랑, 그리고 밀양 아리랑이다. 그렇지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하는 정선 아리랑의 후렴구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하는 밀양 아리랑의 후렴구만 머리에 남아있는 듯하다.

 

사천일제 저수지를 지나면 깔끔한 정원이 인상적인 운림산방에 닿는다. 남종문인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작품 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라 한다. 

 

운림산방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를 때는 사찰에서 운영하는 차 마시는 곳인가? 아니면 기수련센터인가? 하는 온갖 추측을 했었다. 소치기념관을 보고는 허련의 호 소치(小癡)는 모르고 왜 남도에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러시아 소치가 있을까? 하는 무식한 생각을 했었다. 이곳은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셨던 화가 허련이 49세에 내려와 지은 곳으로 그의 아들이 팔고 떠난 것을 손자가 재매입하여 복원하고 진도군에 기증했다고 한다. 시간이 되면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면 작품을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허련의 산수화보다는 그의 스승인 추사 김정희의 초상을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7코스 종점이자 8코스 시작점은 운림산방 주차장을 돌아 첨찰산 쌍계사 입구를 통과해야 볼 수 있었다.

 

황금빛 석양에 물든 첨찰산 쌍계사의 노란 은행나무길을 뒤로하고 여정을 마무리한다.

 

사천리 버스 정류장의 안내판은 거미들이 점령했다. 거미들도 안내판을 봐야 하나? 싶다. 진도터미널에서 의신면 사천 쌍계사 방면으로 가는 버스들의 출발 시간은 7:40, 10:30, 13:20, 16:30, 18:00이다. 사천리까지 10분 내외가 소요되고 버스는 도착하면 바로 돌려서 다시 진도읍으로 나가므로 그 시간을 감안하고 기다려야 한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면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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