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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성을 떠나면 철천산과 상봉 사이의 성재 고개를 넘어 도평저수지에 닿는다. 이후로 군내면 송산리 농로를 가로질러 고군면 읍내로 들어간다 읍내 식당에서 백반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다음에는 읍내를 빠져나와 고성 초등학교 인근에서 마을길을 거쳐 임도를 따라 죽제산과 첨찰산 사이의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6코스를 걷고 7코스를 이어서 걸어야 하므로 새벽 일찍 여정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니 다음 여정이 계획한 대로 진행될지 조금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두 개의 코스를 합쳐서 거리가 28Km에 육박하는 데다 발상태까지 좋지 않으니 갖가지 꾀가 기승을 부린다. 그렇지만, 앞날은 모르는 일이니 일단 7코스를 시작한다.

 

빨라도 12월 말에 등장할 동백꽃이 11월 말인 지금 벌써 붉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진도는 벌써 봄인가?

 

길은 용장성 앞에 자리한 용장마을을 서쪽으로  가로질러 간다. 이곳은 삼별초의 용장성 앞에 있어서 그런지 마을정자의 이름도 삼별초정자이다. 고려 때만 해도 용장마을은 진도군의 군소재지였다고 한다. 유서 깊은 마을이다.

 

마을 벽화를 만났는데 진짜 항아리를 둔 것처럼 보일 정도를 항아리를 실감 나게 그렸다. 사진으로 보아도 실제 항아리라고 착각이 들 정도이다.

 

용장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칠천산(162m) 자락의 고개를 넘는데 일부 구간에서 조금 험한 등산로를 거쳐간다. 고도 120미터가량의 고개를 넘는 구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고군면 읍내까지는 평탄한 들길을 걷는다.

 

마을길 끝자락 칠천산 고개를 넘는 길로 진입한다. 시작 지점에서 1.1Km 진행한 지점이다.

 

칠천산 고개를 넘는 산길 초반은 포장 임도는 아니지만 수북하게 쌓인 낙엽 위를 사부작사부작 걸어가는 가을 운치가 가득한 길이다.

 

낙엽이 없는 나무를 조림한 구간도 주위에서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다. 이런 감흥을 즐기며 걷다가 서해랑길 리본이 이리저리 헤매는 구간을 만나기도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없는 숲길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다행히 리본을 따라 길을 찾았지만, 분명 리본을 따라갔는데 길이 없어지는 순간은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고개를 넘으니 다시 넓은 산책길이 우리를 반긴다. 그리고, 멀리 고군면 읍내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철천산 자락의 성재 고개를 내려온 길은 도평저수지를 향해서 간다.

 

길은 도평저수지 앞에서 우회전하여 서쪽 들판을 가로지른다. 발 상태가 점점 더 좋지 않다. 오래 걸은 발에 쉬는 것 말고 무슨 특효약이 있을까 싶지만, 쉬어야 한다는 것에 맞장구치며 떠오른 생각은 고군면 읍내에서 이번 여정을 끝내고 다음 여행에서 다시 고군면 읍내로 이동하여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진도읍에서 고군면으로 오는 버스가 많으니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다.

 

가을걷이가 끝난 도평리 들판을 가로지르며 옆지기에게 여정을 고군면 읍내에서 끝내는 생각을 제안했더니 솔깃한 모양이다. 서쪽으로 향하던 서해랑길 7코스는 좌회전하여 군내면사무소 앞을 거쳐 바다로 향하는 군내천을 건넌다. 

 

길은 작은 야산인 모종산 아랫자락을 따라 흐르는 개천을 따라 남쪽을 향해 내려가 읍내로 들어가는데 하수처리장 옆에 있던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걸으니 힘도 나고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 보면 느리게 걸어도 7코스를 완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마음 같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는 없이 멍하니 앉아서 오랜 시간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고군면 5일 시장을 지날 때만 해도 여정을 중단하는 것과 계속 걸어 7코스를 완료하는 것,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발도 너무 아프고, 그냥 기다리는 것도 싫고...... 고군면 5일 시장은 5일과 10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읍내로 들어와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서해랑길 경로에 있는 제비식당에 들어가 백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부부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이었는데 정갈한 반찬과 함께 뜨거운 미역국이 일품이었다. 깔끔한 반찬 하나하나에서 모두 주인장의 음식 솜씨와 정성을 맛볼 수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맛보는 도라지 무침도 좋았고 남도 특유의 파김치도 좋았다. 돌아보면 이때 먹은 백반 덕분에 7코스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덧 마음은 7코스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어 있었다.

 

점심식사를 끝낸 우리는 고군면 읍내를 가로질러 고성초등학교 방향으로 이동한다. 고성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노란 은행잎이 날리는 길이었다.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보는 노란 잎을 가진 은행나무도 아름답다.

 

길은 고성초등학교에 이르기 전에 우회전하여 들길로 나가는데 들길에서 학교를 보니 완도에서 만났던 초등학교처럼 학교에 골프 연습 시설이 있었다. 전교생이 60명 조금 넘는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을 위한 골프 연습장을 가지고 있으니 오로지 입시에만 매달려 있는 도시 아이들이 불쌍하다.

 

죽제산과 첨찰산 사이의 고개를 넘기 위해 계곡 안으로 들어가는 길, 고성마을에서 고갯마루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의 임도를 걷는 것이기 때문에 발에 부담을 가진 필자의 입장에서 나름 걷기가 좋았다. 그렇지만, 구불구불 계곡길을 따라 오르막길만 5Km가 넘기 때문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고성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고려 때부터 진도 읍성이 있었다고 고성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진도 대파 밭을 지나다 보면 가끔 짙은 대파 냄새를 맡을 때가 있는데 사진처럼 한참 싱싱하게 대파가 크고 있는 밭보다는 출하가 끝나고 밭 전체에 파 껍질이 퍼져 있는 곳에서 독특한 대파 냄새가 퍼진다.

 

깊은 계곡 속으로 들어가며 응달이라 조금은 쌀쌀하다. 그래도 어제는 비가 왔고, 오늘 새벽 여정을 시작할 때 구름이 가득했던 날씨에 비하면 하늘이 고마울 뿐이다.

 

계곡을 올라가다 보니 독특한 모양의 사방댐을 만난다. 직육면체인 콘크리트 기둥 5개를 땅에 박아 놓은 것이 전부다. 사방댐은 크게 물과 토석을 가두는 중력식댐과 산사태시 물과 함께 떠내려오는 유목을 막는 버트리스댐(Buttress)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상류에는 버트리스댐을 하류에는 중력식 콘크리트댐을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저것은 아마도 유목을 막는 버트리스댐인 모양이다.

 

길은 죽제산 산림욕장 입구 앞에서 우측 임도로 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르막 임도에 내리막은 전혀 없다. 끊임없이 계속 올라간다. 진도군에서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를 지속적으로 조림하고 있다는데 상록 활엽수의 역할이 크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올라갔는데 숲이 있는 곳에서는 나무 숲이 바람을 넉넉하게 막아 주었다.

 

중간에 죽제산 산림욕장의 시설을 만나기는 하지만 우리의 여정과는 별 관련이 없다.

 

좌로 꺾고, 우로 꺾으며 올라가는 임도를 걸으며 산 능선이 보인다 싶으면 이제 거의 다 올라온 모양이다 하며 내심 기뻐하지만 실상은 또 다른 계곡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멀리 진도기상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희망고문처럼 바라보던 목표점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는 끝난 것 같은데 하다가 실망하고, 이제는 정말로 끝이겠지 하다가 실망하고를 반복하다 결국 체념하며 묵묵히 걷는다.

 

이곳에는 기존 나무들 사이에 어린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조림을 했다. 전문가들 나름의 생각과 연구 결과가 있겠지만, 이왕 조림한다면 산을 벌거숭이로 만든 다음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는 이런 방법으로 조림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아직 고갯마루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깊은 계곡은 벗어난 모양이다. 고군면의 들판과 상봉, 삼봉, 삼마산과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갯마루에 가까이 오니 산너머로 지고 있는 석양도 가까워지고 좌우로 꺾어지는 임도의 폭도 작아진다.

 

이제 진도대교는 서해랑길 진도 구간이 끝나면서 볼 수 있지 오류리 이후로는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상부 임도 끝자락에서 북쪽으로 멀리 진도대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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