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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창 2구 마을회관~대야 2구 마을회관" 만조시 우회노선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다행히 날것 그대로의 해안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해안길을 나오면 장좌리의 완도 청해진 유적을 지나 장보고공원에 이른다.

 

만조시에 우회하라는 문제의 구간에 도착했다. 지금은 만조 이후 1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다. 대창 2구 마을에서 해안으로 나가 양식장 앞 해안길로 이동한다. 여러 양식장들을 지나다 보니 광어나 새우 양식이 아니라 전복 양식과 관련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 전복을 키우는 양식장이 여럿이었다. 전남이 우리나라 전복 생산량의 98%를 넘는다고 하니 관련한 산업도 발전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양식장은 양식장 외부에서 사는 야생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양식장 배수구 인근에 앉아 뭔가 먹을 것을 찾고 있던 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간다. 바다 건너편은 고금도다. 고금대교로 강진과 연결되어 있고 장보고대교로 신지도와 연결되고 신지도는 신지대교로 완도와 연결되어 있으니 섬이지만 육지와 다름없다.

 

바다 건너 고금도를 보면서 양식장 옆의 해안길을 걷는다. 이 양식장을 지나면 만조시 우회하라는 원초적인 해안길을 걷는 구간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양식장의 배수구를 자세히 보니 커다란 물고기들이 배수구 인근에서 마치 연어들이 떼로 몰려 가는 것처럼 배수구 인근에 모여 뻐끔뻐끔 무언가를 먹고 있다. 새들이 배수구 인근에 앉아 있던 것처럼 양식장 배수구로 쏟아지는 물에 뭔가 먹을 게 많은 모양이다.

 

투망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물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숭어인지 어떤 물고기인지 모르겠지만 정신없는 물고기 위로 그물 던져 잡는 것은 초보라도 당장 실행할 수 있어 보였다. 아래에 두 가지 영상을 첨부한다.

 

다시 보아도 투망 하고 싶은 마음은 가실 줄을 모른다. 떼로 몰려든 물고기 앞에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원초적인 해안길을 걷는 구간이다. 사리와 조금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만조가 한 시간 지난 시점의 해변이 이 정도이고 해변에 경계를 이루고 있는 풀들을 보니 만조 걱정은 하지 않고 이 구간을 지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해변을 천천히 걸어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런 것도 걷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동해 해파랑길은 비슷한 구간이 몇 개 있지만 남파랑길에서 이런 구간은 여기가 거의 유일하다 싶다.

 

길지 않은 원초적 해변 걷기는 이내 대야 2구 마을 포구로 들어서면서 끝난다. 군외면 영풍리에서 완도읍 대야리로 넘어간다. 완도읍에 들어섰으니 종점이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대야 2구 마을 포구에 있는 사후도 대합실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포구에 있는 쉼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오전 10시를 바라보는 시간임에도 푹푹 찌는 태양은 가을 태양인지 여름 태양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가야 할 길, 남파랑길 표식을 따라 대야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길은 상당한 규모의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를 지난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 설치된 유리 온실을 보고 있자니 그저 부러움 한가득이다.

 

엄청난 규모의 대야 2구 마을 회관도 지난다. 바로 앞 과수 연구소와 연계한 도농교류센터라는 명패를 달고 있지만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마을 회관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대야 2구 마을을 벗어나면서 좌회전하여 농로를 걸어가야 하는데 그만 표식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청해진로 도로까지 나가서 대야 2구 정류장 앞에서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가는 조금 돌아가는 길로 가게 되었다.

 

완도 읍내가 4Km 남았다고 표식과 완도 휴양림, 그리고 완도 최고봉인 상왕산(644m) 등산로 표식을 지나서 해안으로 나가는 원래의 남파랑길과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길은 대야 1구 마을의 골목길을 구불구불 이어간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대야 1구 마을 골목길을 걷다 보니 담쟁이가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교회도 지난다.

 

미역 작업이 한창인 공장 앞을 지나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대야리를 지나 장좌리 해안에 닿는다.

 

장좌리에 들어서니 거대한 보호수가 마을의 유구한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9세기 신라 흥덕왕 때에 죽청리와 장좌리 일대에 청해진을 설치했으니 그 역사를 말해 무엇하랴! 장좌리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장좌리 당제라하여 마을 앞 청해진유적지의 당집에서 장보고 장군, 장보고 휘하에 있었던 정년장군, 삼별초의 송징장군, 고려의 혜일대사에게 제를 지낸다고 한다.

 

청해진의 군사와 백성들의 식수로 사용했다는 장군샘도 마을에 자리하고 있었다.

 

장좌리 앞의 섬은 장도라는 섬으로 완도 청해진 유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고 통일신라의 계단식 성곽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평민 출신으로 당에 건너가 장군이 된 장보고는 신라인들이 노예로 팔려 오는 것에 분개하여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 설치를 허락받았고 이곳에 청해진성을 구축하여 서남해안의 해적을 소탕한 다음 중국과 일본을 연결한 해상 무역의 본거지로 청해진을 활용했다고 한다. 왕위 계승과 관련한 싸움 속에서 암살당하여 청해진의 번영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족적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네 가슴을 뛰게 한다.

 

장도 앞에 있는 슈퍼에서 얼음과자를 사서 더위를 식히며 장좌리 해안을 걸으며 장보고 기념관을 지난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반백살이 넘은 사람들이 얼음과자를 입에 넣으며 걷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워 보이지만 땡볕 아래에서 남들의 시선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장좌리 해안길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다. 좌측으로는 청해진 유적으로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는 장도가 뭉게구름을 머리에 얹고 있고, 정면 동쪽으로는 신지도와 고금도를 연결하는 장보고 대교가 시야에 들어오고 우측으로는 완도와 신지도를 연결하는 신지대교가 보인다. 다음 코스에서 지나갈 완도 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신지대교 지나서가 오늘의 목적지이다. 

 

배낭을 메고 오래 걷다 보면 손이 붓기 마련인데 이럴 때 냉수로 시원하게 손을 씻어주면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공중 화장실이 자주 있거나 손을 씻을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남파랑길 걷기의 환경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큼은 아니다. 걸으면서 손을 위로 들거나 자주 마사지 해주거나 스틱을 사용하면서 손에 혈류가 많이 통하도록 해주면 조금 나을 수는 있다고 하는데 가끔 만나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주는 것도 괜찮다. 해안에 있는 장보고 공원 정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공공 근로 하시는 분들이 점심 식사하러 정자로 몰려오신다. ㅠㅠ  그분들이 마음 놓고 식사하시도록 조용히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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