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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천을 건너온 길은 산 아래의 들길을 걸어 금성 마을과 동촌 마을을 차례로 지나고 두원천과 사정천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제방길을 지나면서 두원면에서 과역면으로 넘어간다. 이제는 다시 고흥반도의 끝자락을 향해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과역면으로 넘어온 길은 노일리 내로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용산천 하구의 갈대밭과 우측 용산지 저수지까지 내려온 길은 저수지를 끼고 우회전하여 두루봉 아랫자락으로 향한다.

 

용산천 둑방길에서 우회전하면 전면으로 보이는 두루봉(119m)을 보면서 농로를 걸어간다.

 

억겁의 세월을 거치며 용산천이 내륙에서 바다로 흙을 내보내며 만들었던 갯벌은 이제는 간척지로 변하여 올해도 벼를 키우기 시작했다.

 

두루봉 아랫자락을 지나는 길은 산아래 저류지를 지나면서 두원면 용산리에서 용반리로 넘어간다.

 

용반리로 넘어온 길은 작은 고개를 넘어서 금성 마을로 들어간다.

 

논두렁이 모내기를 앞두고 깔끔하게 이발을 했다. 쉽게 제초제를 뿌릴 수도 있을 텐데 예초기로 풀을 자르고 계신 모습을 보니 안전하고 힘들지 않게 작업을 잘 끝내시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언덕길에서 바다 건너로 보이는 육지 어디쯤이 73코스의 종점인 내로 마을일 텐데 하며 가늠해 보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산중턱을 가르며 지나가는 들길을 따라 금성 마을로 향한다.

 

길은 산 아래에 금성 마을과 동촌 마을을 모두 두고 있는 구사산(134m) 우측으로 내려간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해변이 나오는데 갯벌길이 해파리 촉수처럼 가늘고 길게 9백 미터가량 바다로 뻗어 있다.

 

길가에서 감미로운 향기를 내뿜던 백화등의 바람개비 같은 하얀 꽃도 서서히 지고 있다.

 

각도가 조금 달라지니 날씨가 흐리지만 바다 건너로 73코스의 종점인 내로 마을이 사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마을 뒤로 작은 섬 죽도도 보인다.

금성 마을 입구에서 커다란 나무가 언덕 위에 서서 마을을 대표하여 우리를 맞이하는 듯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목길에서는 특이한 돌담도 만난다. 아래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있는 돌담이고 그 위로로 최근에 황토와 돌로 쌓은 것으로 보이고 그 위에는 시멘트 블록, 그리고 맨 위에는 기와를 얹었다.

 

지나는 길에는 마을에서 관리하는 보호수도 있었는데 38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였다. 400살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푸르고 푸르르다. 많은 열매와 이익과 생산물을 주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재료로 쌓아 올린 돌담, 담쟁이덩굴이 장식한 담벼락, 무 규칙이 규칙인 돌담까지 금성 마을의 골목길은 인상적이었다. 옛것을 보전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이 좋아 보인다. 

 

금성 마을에서 동촌 마을 쪽으로 가는 길은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그런데, 고개를 넘어서는데 가끔씩 보슬비로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냥 갈까 하다가 고개 넘어 언덕배기에서 나무 아래에 앉아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투둑투둑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피할 수 없었다. 더 쉴까 하다가 언제 그칠지 알 수 없는 비이니 우산을 받쳐 들고 그냥 이동하기로 했다. 신발과 옷이 젖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파랑길은 동촌 마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마을 뒤편의 구사산 자락을 걸어서 해변으로 내려간다.

 

빗속을 걸으니 앞으로 종점까지 길이 얼마나 더 남았나 하는 것이 중대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멀리 바다 건너 내로 마을 보이고, 조금 있으면 지나갈 이곳 두원면의 구사산과 과역면의 노일리를 잇는 방조제도 보이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이다. 내 발로 디뎌야 할 길이다. 앞으로 35분을 더 걸어야 한다.

 

산길을 내려오면 방조제 둑방길을 걷는다. 이곳 구사산 자락의 방조제의 남쪽은 두원천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었고 반대쪽 방조제 북쪽은 과역면을 흘러온 사정천이 바다로 나가던 길목이었다.

 

둑방길 끝에서 바라보는 사정천 풍경은 평야 너머로 고흥 내륙의 산들이 버티고 있지만 옛 지도를 보면 이곳은 내륙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바다였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이곳에 노일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내륙으로 수많은 간척지 논이 생겼고, 논에 공급할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내륙 안쪽에 연봉 2 저수지라는 인공 담수호도 만드는데 사정천에 둑을 만들어 물이 저수지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노일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지나면 좌회전하여 해안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제부터는 과역면 노일리에 들어섰다. 

 

해안길의 갈대와 갯벌 모습은 간석지가 넓은 이런 지역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풍경이 아닌가 싶다. 해안길 끝으로 보이는  아주 작은 바위산은 높이가 10여 미터나 될까? 싶을 정도로 작은데 포털 지도에 뉘늠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무슨 까닭이 있을 텐데 그 이유는 찾지 못했다.

 

우리가 방조제길을 시작했던 구사산을 뒤로하고 촉촉하게 젖은 들길을 따라 내로 마을로 향한다.

 

논길을 걷다 보니 지금 내리는 비는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부에게는 단비이고 꿀비이겠지만, 마늘이나 양파를 잘 말려서 출하해야 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애를 태우는 야속한 비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걷는 우리도 땡볕아래 걸을 때는 이마로, 등짝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생각하면 흐린 날씨가 좋겠다고 하지만 막상 빗속에서 신발도 젖고 온몸이 꿉꿉할 때는 차라리 햇빛 아래 걷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3백 미터 남았단다.

 

과역로 도로로 나오면 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내로 마을 회관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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