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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 방조제를 지나면서 고흥군 도덕면에서 도양읍으로 넘어온 남파랑길은 매동마을을 지나 해안으로 나간다. 해안으로 나오면서 동봉 마을을 지나고 동봉 마을 해안길을 지나면 방조제 둑방길을 따라서 대봉 마을 앞의 들판을 지난다. 둑방길이 끝나면 잠시 도로로 나가지만 도양읍 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녹동항으로 해서 해안을 따라 외곽을 돌아 녹동바다정원 앞에서 우회전하여 읍내로 들어가 녹동 버스 터미널 옆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마 방조제를 지난 끝자락 봉암리 해안에서 만난 바다 풍경은 정오를 향해가는 태양빛을 받아 하늘도 바다도 온통 파랗다. 작은 포구를 지나 봉암리 해안길을 걸어간다.
길은 봉암리 해안길의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우회전하여 언덕길을 오른다. 매동 마을로 향하는 길이다.
확산되는 평장묘 문화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풀 하나 없이 콘크리트나 보도블록으로 주변을 정리해 놓은 모습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벌초도 필요 없고 비가 많이 온다고 쓸려나갈 일도 없으니 관리가 간단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법에서는 시한부 매장이 명문화되어 분묘설치기간이 지난 묘지는 정리해야 한다. 고정관념과 체면을 중시하는 생각을 깨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언덕에 올라서니 바로 앞으로 상송도와 하송도, 그리고 멀리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거금대교도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우뚝 솟은 비봉산을 보면서 매동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매실나무가 많아 매화꽃으로 마을이 덮인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매동 마을에 들어온 길은 마을 앞에서 모내기가 한창인 마을 앞 논을 가로질러 바다 쪽으로 나간다.
해안으로 나가는 길에는 동봉 마을을 지나게 된다. 골목길을 빠져나가 해안길로 나간다.
언덕에서 본 풍경과는 조금 다르지만 동봉 마을 해안에서는 소록도와 거금대교를 보는 풍경을 만난다.
마을 앞 공터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멸치를 펴서 말리고 계셨다. 그냥 보아도 멸치가 깨끗하게 보였다. 유심히 살펴보며 지나가니 한번 먹어봐 하시면서 조금 쥐어 주신다. 동봉항이 멸치, 낙지, 장어로 유명하다는데 그 멸치를 실물로 본다.
동봉 마을을 떠난 길은 해안 방조제 길로 들어설 때까지 해안 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정오의 태양이 작렬하는 해변길이다.
바다로는 상송도를 보면서 해안 제방길을 걷는다.
해안 제방길이 끝나면 작은 어항을 만나는데 길은 어항을 돌아서 녹동항으로 간다. 일단 천마로 국도로 나간다.
국도로 나왔던 길은 다시 어항 안으로 들어간다. 어항 옆의 제방을 따라가다가 우측 항만 도로로 내려가 도로의 인도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녹동 신항의 항만 도로의 인도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녹동 파출소 옆 공터에 공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늘 하나 없는 공원이었지만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 이후로 쉬지를 못해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 같이 생겨서 소록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 소록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니 바닥에 사슴을 새겨 놓은 모양이었다.
공원에는 옆지기가 유독 좋아하는 개양귀비, 양귀비 꽃이 활짝 피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다르므로......
녹동신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앞도 지난다. 제주로 가는 배편이 하루에 2회 있다. 완도나 목포등에서 출발하는 배편들이 모두 제주항에 내리지만 녹동 신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우도와 성산 일출봉이 있는 성산항으로 가는 차이점이 있다. 19세기 영국이 불법 점검하기도 했던 거문도로 가는 배편도 있었다.
거문도로 가는 배편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림에서 보이는 배는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차도선으로 3시간가량 걸리고, 사람만 타는 쾌속선은 1시간 20분 걸린다고 한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는 거문도를 다녀올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녹동 신항 전면으로는 거금도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고 우측으로는 소록도 방파제의 등대와 함께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가 보인다. 여객선들은 저 거금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거금도가 이렇게 큰 섬이라는 것을 여기서 알게 된다. 2Km가 넘는 거금대교가 들어선 것이 2011년이니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거금도는 주위의 작은 섬들과 함께 고흥군 금산면으로 묶여있다.
녹동 신항 끝자락에는 작은 공원과 함께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 안내판으로 고흥의 여러 관광코스를 안내하고 있었다. 공원 옆을 지나 녹동 만남의 다리를 넘어서 녹동 구항 방면으로 이동한다.
다리 위에서 슬픈 역사가 서려있는 소록도를 가까에서 바라본다. 소록도는 전체가 국유지로 국립소록도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1910년 개신교 선교사들이 세운 요양원이 시작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자혜병원으로 시작했으나 한센병자들을 강제 분리 및 수용하는 시설로 사용했다. 그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였고, 제대로 된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의해 무자비한 학대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치료약이 개발된 이후인 1990년대까지도 강제로 불임 수술과 낙태를 수행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소록도의 슬픈 역사와 무관 없이 바다 건너 녹동에는 축제가 한창이다.
주말에, 축제까지 녹동 구항 인근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드론쇼가 있는 저녁에는 사람들로 더 미어터지지 않을까 싶다. 이곳을 지날 때만 해도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결국 숙소에서 뒹굴뒹굴했다.
녹동 구항 너머로 2009년 육지와 소록도를 연결한 소록대교가 보인다.
지름이 80미터에 이르는 인공섬인 녹동 바다 정원으로 건너가며 주위 풍경을 돌아본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9시에 드론쇼가 열린다고 한다. 녹동 구항에는 어선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다.
인공섬에 사람이 많다 보니 소록도와 소록대교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길을 돌린다.
녹동바다정원 반대편 시가지로 길을 잡는다. 주말이라 그런지 녹동 구항 인근은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길은 녹동전통시장을 끼고 좌회전하여 도양읍사무소 방향으로 이동한다.
장날이 아니라서 그런지 녹동전통시장은 한산하다. 이곳의 5일장은 3일, 8일이라고 한다. 녹동 신항 근처에서 점심을 넉넉하게 먹지 않았더라면 녹동 구항의 축제 현장에서도 시장에서도 터미널 가는 길에서도 이것저것 사 먹었을 텐데 워낙 든든하게 먹어서인지 옆지기의 주머니는 열리지 않았다.
뙤약볕 사이를 걸어온 우리는 읍사무소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바로 앞은 잔디구장이 있는 녹동초등학교이다. 고흥군에는 읍단위가 고흥읍과 도양읍 두 개가 있는데 그만큼 이곳은 고흥 제2의 도시다. 1983년에 도덕면이 도양읍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도덕면까지 더하면 도양읍은 인구도 고흥읍과 비슷한 수준이다.
녹동 터미널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71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71코스 중간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고 내일 아침 다시 군내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길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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