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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열 마을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해맞이로 도로를 따라서 양화 마을까지 이동한다. 해창만 바다를 보면서 중간에 지붕 없는 미술관도 지난다. 양화 마을을 지나면 사도진 해안길을 따라 영남 만리성 유적지에 이른다.

 

하룻밤 휴식을 취했던 펜션의 이름은 해오름 펜션이고 우리가 67코스를 시작하는 길의 이름은 해맞이로다. 먼 길을 가야 해서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멋있는 일출을 보지는 못했다. 펜션 앞으로 멋있는 해변을 가지고 있던 해오름 펜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옆지기가 다시 한번 찾아가자고 압력을 넣을지 모르겠다.

 

어제 66코스에서 우리가 넘어왔던 우미산의 아랫자락을 해맞이로 도로를 따라서 남서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언덕에 오르니 남열 마을 포구가 내려다 보인다.

 

오르막길을 좀 더 오르니 멀리 우주 발사대 전망대와 우미산 정상도 들어오고 남열 마을의 모래해변도 눈에 들어온다. 어제 묵었던 펜션은 저 해변의 중앙에 홀로 있었으니 저 해변을 전용 해수욕장처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전화 예약만 가능한 것이 흠이지만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놀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이따금씩 보이는 해창만의 절경을 감상하며 이른 아침의 상쾌한 걷기를 이어간다. 도로변을 걷기는 하지만 평일이라 지나는 차도 많지 않고 갓길도 어느 정도 확보된 길이라 걷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의 고용한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길, "우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봉래면 외나로도의 우주센터까지 47Km에 이르는 길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까지 차를 몰고 간 적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내나로도만 보일뿐 외나로도는 보이지 않는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다도해의 아름다운 경치가 작품이었다.

 

정면으로는 태양의 섬이라는 태옥태도이고 뒤로 큰 덩어리 내나로도이다. 우주 센터가 있는 외나로도는 가물가물하다. 우측으로는 까막섬이라는 오도가 그나마 잘 보인다. 

 

비사도, 첨도, 토끼섬 토도 등이 겹쳐 보인다. 사진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는 자연의 작품들이다.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확실하다.

 

해맞이로의 또 다른 이름인 "우주로 가는 길"을 정비하면서 사용하지 않게 된 옛 도로 공간에 땅끝공원, 해안도로 경관숲을 만들어 놓았다.

 

땅끝공원을 지나면 내리막길로 작은 골짜기와 해변을 지난다.

 

양화 마을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은 팔영산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걷는다. 해변으로는 양화 마을 포구도 보인다.

 

팔영산을 보면서 북쪽으로 걷는 길, 작은 언덕을 넘으면 언덕 아래로 양화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양화 마을에 들어선다. 마을이름이 시적인데 마을의 앞산 모양이 노란 꾀꼬리처럼 생겼는데 그 꾀꼬리가 버드나무에 앉은 모양을 꽃으로 비유해서 버들 양(楊)을 사용하여 양화라 했다고 한다.

 

양화 마을을 지나면 다시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여전히 팔영산을 보면서 걷는다.

 

고개를 내려가서 멀리 보이는 팔영산 아랫 자락의 읍내로 가면 영남면 사무소도 만나고 남포미술관 인근에서 팔영산을 오르는 등산로도 만날 수 있다. 남파랑길은 고흥 마중길 제1 코스와 함께 하천을 건너서 반대 방향으로 양사 방조제 방향으로 이동한다.

 

수로를 따라 양사 방조제 쪽으로 내려가는 길, 좌측 수로 깊숙하게 바닷물이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이번 여행은 곳곳에서 하얀 찔레꽃과 감미로운 향기를 맡으며 걷는 "찔레를 만나는 여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이 없으면 그저 가시덤불이라고 눈길도 주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지루할 수 있는 삭막한 코스에서 걷는 이의 마음을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존재이다.

 

양사 방조제를 향해 내려가는 길의 좌측은 좁은 수로이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깨끗한 하천이었다.

 

길은 양사방조제의 둑방길을 걸어 서쪽으로 향한다. 방조제 위에서 북쪽으로 예전에는 갯벌이었을 평야를 바라본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양사 방조제 끝자락에서 동쪽을 보며 어제 우리와 함께 했던 우미산과 작별하고 사도진 해안길로 나아간다.

 

해창만 바다를 보며 포장길을 걷는다. 자동차  부담 없이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들판에 뿌리내린 찔레와 굴곡진 해안을 지나며 해안길을 이어간다.

 

숲과 바다만 보며 걷는 길, 전봇대가 있다는 것은 인근에 민가가 있겠구나 하는 추측을 하면서 길을 이어간다.

 

오동나무 꽃을 만났다. 오동나무는 잎도 꽃도 독특하다. 

 

길은 계곡에 자리한 민가를 외곽으로 크게 돌아간다. 이런 계곡에 혼자 산다면 외롭고 불편하겠지만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재미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사도진 해안길을 걷고 있지만 쉼터에서도 길에서도 해창만 바다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나무들이 가림막을 하고 있어서 까치발을 들어도 탁 트인 바다를 보기는 무리다.

 

영남만리성이라는 안내판은 있지만 나무숲 때문에 실제 그 흔적은 거의 볼 수 없다. 포털의 위성사진을 보면 그 흔적을 조금 확인할 수 있는데, 지금 걷고 있는 해안길이 성을 가로질러 넘어가고 있는 형태이다. 성을 넘어가는 지점에 안내판이 서 있는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해창만 간척 공사때 만리성의 돌들을 뜯어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역사 보다는 눈앞의 먹고 사는 일에만 매몰되었던 우리네 지난날의 흔적이다. 

 

길 옆으로 살짝 영남 만리성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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