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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65코스와 66코스를 이어서 걷는 긴 여정이 끝을 보이고 있다. 남열 몽돌 해변에서 고흥 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산을 넘어서 남열 해수욕장을 지나 남열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곳은 우미산 천년의 오솔길처럼 사람들이 다니던 곳이 아니라 전망대 주위로 만든 인공 산책로라는 것이 곳곳에서 표시가 날 수밖에 없다. 경사도 급해서 줄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꾸준한 관리가 되고 세월이 흐르면 아름다운 산책길이 될 것이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가파른 바위 절벽 위를 통과한다. 이런 풍경 때문에 그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던 과정은 금방 머리에서 사라진다. 아찔한 바위 절벽 아래로 맑은 바닷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위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위는 아마도 남열 몽돌 해변에서 보았던 사자 바위인 듯싶다.
산책로는 드디어 고흥 우주 발사 전망대 아래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관 중에 처음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남열리의 계단식 논이었다. 우미산 아랫자락에 만든 다랭이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계단식 논이 넓게 펼쳐져 있다.
송림이 울창하고 넓은 모래 해변도 가지고 있는 남열 해수욕장은 당장이라도 뛰어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로 순천, 보성, 고흥을 지나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 해수욕장이었다.
내나로도와 멀리 실제 발사장이 있는 외나로도까지 보이는 뷰이지만 실제 거리는 전망대에서 외나로도 발사장까지 약 15Km에 이른다. 로켓을 발사하는 시점에 이곳에서 발사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남열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놓은 것이었다. 순천만 용산 전망대에서도 그러더니 이곳에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길을 막아 놓았다. 데크의 도색 및 보수 작업을 하는 모양인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휴일이라 작업도 하지 않을 테니 그냥 통과해서 걷기로 했다.
계단을 내려와 전망대를 보니 진짜 발사장을 닮게 만들어 놓았다. 데크가 없는 길도 조명을 설치해 놓을 정도이니 산길도 안심하고 걸어 내려갈 수 있다.
저 아래 남열 해수욕장이 손에 닿을 듯하다.
데크 계단을 거쳐 남열 해수욕장으로 내려왔다. 정식 이름은 고흥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으로 동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해돋이 해수욕장으로 부를만하다. 다만, 동해의 일출은 아니고 여수의 섬들을 수평선 삼아 감상하는 일출이다.
길은 우람한 소나무들이 울창한 송림 안으로 이어진다.
해변에 서핑을 위한 도구들이 쌓여 있는 것처럼 이곳은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다. 게다가 훌륭한 송림까지 있으니 매력적인 곳인 만큼 오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해수욕장 매점에서 아이스바를 구입해서 아이들 인양 걸으면서 시원함과 달콤함을 즐긴다. 길은 해수욕장 중간에서 해수욕장 입구로 나간다. 매점에서 옆지기가 오늘 숙소에서 먹을거리와 아이스바를 구입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남파랑길 걷기가 언뜻 생각나지 않았는지 "무슨 행진 같은 거 하고 계신 거예요?" 물었단다. 국토대장정은 아니어도 "행진" 맞다. ㅎㅎ
해수욕장 입구를 나와서 남열 마을로 가는 길에는 우주 발사대 전망대에서 보았던 남열리의 계단식 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우미산 아랫 자락에 저 논들을 일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을지...... 논들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논들, 논으로 나가기 위해서 한창 몸을 준비하고 있는 새내기 모들까지 5월의 들판은 활기가 넘친다.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들판 너머로 우주 발사대 전망대를 뒤로하고 작은 고개를 넘는다. 논길을 지나 도로로 올라가는 길이다.
논길에서 도로로 올라가는 길, 한쪽으로 마치 벽처럼 붙어 있는 백화등이 진한 향기를 뿌리고 있다. 향기에 이끌려 자세히 보니 바람개비 모양의 하얀 꽃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바위나 고목에 붙어 자라는 덩굴성 상록 활엽수이니 이 덩굴나무가 감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도로로 올라선 길은 서산으로 지고 있는 석양을 보면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저녁 6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태양은 눈부시다.
남열 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석양을 정면으로 보면서 남열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골목길을 통해 마을을 가로지른 남파랑길은 마을 끝자락에서 해맞이로 도로로 나오면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66코스 종료 지점 바로 옆으로 마을 정자와 67코스 안내판이 서 있었다.
정자 옆 마을 정원에는 하얀 데이지가 만발했다. 오늘의 숙소는 종료지점 바로 앞에 있는 해오름 펜션이었는데 전화로 예약하고 송금해 드렸는데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보일러를 말씀을 하신다. 온수만 틀고 난방은 없어도 된다고 말씀드릴 정도로 5월 중순의 고흥은 포근했다. 늦게 도착한 우리 때문에 펜션에서 기다리시던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고서는 완전무장하고 바로 마늘밭으로 나가신다.
펜션은 전용 해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지만 훌륭한 모래 해변을 바로 앞에 두고 있었다. 옆지기 혼자서 다녀오더니 같이 나가보자고 채근한다. 긴 여정에 힘들 만도 한데, 해변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거의 억지로 따라 나가보니 폭신한 모래 해변은 유명 해수욕장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남해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 해변을 만나다니...... 갯벌 풍경에 지쳐 있는 시야를 위로하는 풍경을 동영상으로 남겨 본다.
옆지기는 해변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방으로 돌아왔다. 시설은 "깔끔한 민박이다" 정도로 표현해도 충분했지만 이 펜션의 백미는 역시 숙소 앞의 숨겨진 해변이었다. 내일을 기약하면 하룻밤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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