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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리에 도착한 남파랑길 63코스는 남쪽으로 이동하며 제두리를 거쳐 대포리 해변으로 나간다. 대포리 해변을 떠나면 계금산 인근의 작은 고개를 넘으면서 보성군에서 고흥군으로 넘어가 죽림마을을 지나 옹암마을에 이른다.
장암마을을 지나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마치 다 큰 개처럼 집을 지킨다고 멍멍 짖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얼마나 귀엽던지 장래가 촉망되는 강아지였다. 강아지마저도 나이와 상관없이 제 역할을 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씩씩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좋을까?
장암마을을 벗어난 길은 들길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간다. 제두마을로 이어지는 제두길이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며 더욱 인적이 드문 제두마을 앞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른다. 마을의 지형이 돼지 모양을 닮았다고 제두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제육볶음(豬肉)의 제자는 사실 돼지 저(猪)인데 제라고 읽기도 하는 경우이다. 돼지를 의미하는 한자는 이외에도 돼지 시(豕), 돼지 돈(豚) 외에도 많이 쓰이지 않지만 돼지 체(彘)도 있다.
제두마을을 지나는 길, 한 하우스를 지나는데 강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발걸음을 붙잡는다.
귤꽃이었다. 달콤하고 시큼한 귤은 그렇게 많이 먹었어도 귤꽃이 이렇게 향기로운지는 처음 알았다. 제주 올레길을 그렇게 걸었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귤꽃을 보성 벌교에서 만난다.
제두마을을 지나면 동에서 서로 이동하던 길은 농로를 따라서 대포리를 향해 남쪽 해변으로 길을 잡는다. 어떤 논은 논에 물을 대며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지만 어떤 논은 푸릇푸릇한 소먹이 풀들이 키를 키우고 있다.
어느덧 길은 농로를 지나 해안으로 나왔다. 해안은 키 큰 갈대숲 덕택에 해안선 보기도 힘들다.
대포리로 내려가는 해안길 멀리 오늘 63코스의 종점인 망주마을 인근의 망주산(348m)을 보면서 걷는다.
갈대숲 너머로 보이는 대포리 해안 풍경을 뒤로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대포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갯귀신제라는 당산제를 지낸다는데 마을 입구에 있는 작은 사당이 당산제를 지내는 당집인 모양이다.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촌 마을에는 여전히 이런 문화가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날씨이니 마을 해변은 사람 한명 없고 적막함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이 마을에는 깔끔한 공중 화장실이 있었다. 용무가 급했던 옆지기와 딸내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쉼터도 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람사르 습지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된 벌교 갯벌은 벌교 갯벌 도립 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있었다. 아무튼 갯벌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어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어민이 아닌 국민들에게도 유익이 되기를 바라본다.
마을 끝자락에서 데크길이 바다로 길게 뻗어나간 대포마을 포구로 이어지지만 길은 포구 앞을 지나쳐 죽림마을로 향한다.
해안을 따라 대포리마을을 빠져나가며 야트막한 산자락에 남향으로 자리한 마을 풍경을 뒤로한다. 옛날에는 생선을 사러 부산과 목포에서도 배를 몰고 이곳을 찾아 큰 포구를 이루었다고 대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데 그 옛날의 영화는 없을지언정 마을은 참 넉넉하고 포근함이 느껴졌던 마을이었다.
길은 봄농사 준비가 한창인 농로를 가로질러 보성군과 고흥군을 연결하는 도로 쪽으로 향한다.
도로로 나오면 계금산 자락의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도로와 나란히 걷는 농로가 있으므로 농로를 따라 고개를 넘는다. 보성과 고흥의 경계에 있는 고개 이름을 범등고개라 한다.
농로를 걷던 길은 범등고개 고갯 마루에서 다시 도로와 합류하여 고개를 넘고 보성군 벌교읍에서 고흥군 동강면 죽림마을로 진입한다. 망주산이 저 너머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죽림마을에 들어서니 해선정이라는 정자도 그렇고, 해변으로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쉼터와 가로수도 그렇고 범상치 않은 마을처럼 느껴진다.
갯벌 해변을 가진 죽림마을 앞을 가로질러 계속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죽림마을 끝에서 도로를 따라 걸으면 작은 언덕을 만나는데 이 언덕을 지나면 옹암마을이다.
옹암마을 해변에서 바라본 망주산은 삼백여 미터의 크지 않은 산이지만 바다와 함께 보아서 그런지 거대하게 느껴진다.
옹암마을이란 이름은 원래는 마을포구 앞바다의 바위산 때문에 독암이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제방을 쌓아 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 모양이 항아리 같다고 옹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길은 넓은 갯벌을 품고 있는 옹암마을을 지나 죽암방조제 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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