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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Km에 육박하는 긴 코스인 남파랑길 62코스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순천에서 보성으로 넘어올 때부터 갯벌과 함께한 길은 계속 둑방길을 따라 벌교천까지 따라 올라간다. 호동리 둑방길을 걸으며 남해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며 장양항을 지나고 진석마을과 쟁동마을을 지나 벌교생태공원에 이른다. 벌교천을 따라 벌교대교 아래를 통과하고 경전선을 통과하면 벌교 부용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호동리 해변의 둑방길에서 만난 벤치가 얼마나 반갑던지, 갯벌을 바라보는 둑방길에 설치된 벤치라니 깔끔하게 정비된 길도 훌륭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길을 이어간다. 호기롭게 엄마, 아빠를 따라 처음 남파랑길을 걷고 있는 딸내미는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오기로 걷고 있는 모양이다. 걷기는 자신과 싸움이니 조금 기다려줄 뿐 옆에서의 도움은 큰 의미가 되질 않는다. 갯벌 너머로 멀리 남해 고속도로가 보이기 시작했으니 벌교로 들어온 것이 조금 실감이 난다.
길은 작은 수로를 돌아서 둑방길을 이어간다. 62-2코스가 6km 남았다는 표식인데, 아마도 62-1은 62코스의 순천구간, 62-2는 보성 구간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벌교대교가 보이는 모서리에 위치한 펜션 앞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펜션이름이 빠금살이였는데 무슨 의미인가 찾아보니 어릴 적 모래로 밥을 하고 너는 아빠해, 나는 엄마 할게 하며 놀던 소꿉놀이를 지칭하는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벌교대교 아래로는 갯벌에서 게나 꼬막을 잡을 수 있는 벌교 갯벌 체험관이 있었다. 공원에서 캠핑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잔디밭 벤치 앞에 설치해 놓은 꼬막 조형물에 미소가 지어진다.
체험관은 비어 있는 상태였는데 벌교 꼬막 축제의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이 들어오면 갯벌만 보이는 지금과는 다른 전경이 펼쳐질 것이므로 바다를 보며 빠지기에 충분할 것 같다.
길은 벌교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장양항을 지난다. 방호벽에 그려진 농게를 보니 어릴 적 보았던 만화의 캐릭터가 생각난다. 농게의 수컷은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큰 집게발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습은 마치 김원빈 화백이 그린 만화 주먹대장의 모습처럼 보인다. 한쪽 주먹이 기형적으로 큰 주인공이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에 없지만 악당을 물리치는 소년 영웅으로 그려졌던 것 같다.
장양항부터는 해상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냥 표식 따라 원래의 경로대로 걷다 보니 그냥 도로를 따라 걸었다. 데크길로 가도 된다.
길은 진석마을 앞에서 도로를 벗어나 둑방길로 나간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씨 속에 멀리 벌교읍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안쪽으로 들어왔으니 바다보다는 벌교천 둑방길을 걷는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벌교천 둑방길을 이어간다. 물이 빠진 상태라 높이가 상당해 보인다. 다리가 없었을 때는 쟁동마을 쪽으로 조금 돌아서 가야 했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만나는 수로는 길게 2번 국도가 지나는 벌교대교까지 이어진다. 중도방죽 산책로를 걷는다.
산책로에 심어진 나무에 제초제를 뿌린 건가? 나무가 상한 것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측백나무의 한 종류였다. 황금 측백, 서양 측백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잠시 거리가 뒤처진 딸내미를 기다리며 뒤돌아보니 무지개다리 근처에 전망대도 있는 쟁동마을의 전경이 들어온다. 쟁동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마을의 모양이 징처럼 생겼다고 쟁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우리가 지나왔던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벌교대교도 이제 한참 멀어졌다.
중도방죽길은 나카시마(중도)라는 일본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소설 태맥산맥에서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민초들의 피땀이 들어가 있음을 한 어르신의 말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옛날부터 가장 심한 부역이 산성을 쌓는 일이었는데 뻘에 돌을 던져 둑을 쌓는 일은 그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의 산책로로 쓰이고 있지만...... 곳곳에 조경수, 안전표지, 쉼터까지, 정성을 많이 쏟아 놓은 산책길이다.
황금 측백나무가 올망졸망 꽃을 피웠다.
중도방죽길은 수많은 갈대밭을 지척에 두고 걷는다. 우측으로 벌교 생태 공원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순천만의 갈대밭이 공원 안쪽으로는 조경하는 정원 느낌의 갈대밭, 공원 바깥으로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먼발치의 갈대밭이라면 이곳의 광활한 갈대밭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만나는 친근한 느낌의 갈대밭이다.
우측으로 벌교 생태 공원이라고 하는데 공원은 스포츠센터와 축구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 주위로 자리하고 있다.
벌교 생태 공원 앞으로는 벌교천을 건너 장좌리까지 이어지는 인도교도 설치되어 있다.
2번 국도가 지나는 벌교대교 앞에서 커다란 꼬막 조형물을 만난다. 벌교천에는 수달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갈대밭과 꼬막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남기고 길을 이어간다.
길은 벌교 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계속 벌교천을 따라 걷는다. 벌교 읍내의 아파트들과 오늘의 목적지인 부용교도 시야에 들어온다.
벌교천은 읍내 입구에서 벌교 읍내를 흐르는 또 다른 하천인 칠동천과 합류한다. 물 빠진 갯벌과 갈대밭을 보니 바닷물이 이곳까지도 들어오는 모양이다.
길은 경전선 철교 앞을 지난다, 소설 태백산맥에서는 철다리라고 표현된 그 길이다.
읍내에 들어서니 중도방죽길에서 처음 만났던 소설 태백산맥 문학 기행길 표식을 더 자주 만난다. 소설가를 꿈꾸는 딸아이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소설 태백산맥 문학 기행길과 더 많이 겹치는 남파랑길 63코스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부용교 앞 원형 교차로에는 2023 보성 세계 차 엑스포 광고와 함께 벌교 갯벌 레저 뻘배 대회가 열린다는 광고가 세워져 있었다. 별별 축제, 별별대회가 다 있다.
부용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조금 힘들지만 63코스 중에 벌교읍내 구간을 더 걷기로 했다. 소설 태백산맥의 현장을 걷는 구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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