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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동항 수변 공원을 지난 길은 항구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며 대경도 대합실, 소경도 대합실을 지나 구봉산 아랫자락의 넘너리 선착장에 이른다. 구봉산 아랫자락을 지나면 신월로 도로 쪽으로 나와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신월로 도로와 나란히 걸어서 웅천동에 이르고 웅천동의 신시가지를 가로질러 웅천 친수 공원에 닿는다.
국동항은 국가어항으로 관리되고 있는 규모가 큰 항구로 대경도, 소경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천혜의 항구다. 국동항 수변 공원에는 낚싯대를 들고 이리저리 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 수레를 끌고 청소하고 있는 미화원뿐이다.
어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안내판을 지나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경도 대합실을 만난다. 국동항 바로 앞에 있는 섬으로 신월동과 대경도를 잇는 다리가 만들어지니 배편도 곧 사라질 것 같다.
선착장에는 "경도 갑니다"라고 크게 써 붙인 배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골프장과 리조트도 있으니 평범한 섬은 아닌 모양이다.
국동항을 따라 걸어가는 길 크고 작은 배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수와 서울, 인천을 오간다는 활어 운반 차량에도 눈길이 간다.
항구에 정박한 엄청난 수의 어선들도 놀랍지만 구봉산 자락에 자리하여 스카이 라인을 장악한 고층 아파트들도 신기하기는 매 한 가지다.
빼곡하게 들어선 배들을 보며 잡다한 상상을 해본다. 배주인들은 어디에 살까? 고기잡이를 하긴 할까?
조금 더 걸으면 소경도 대합실과 도선장도 지난다. 골프장이 있는 대경도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지만 70세대가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경도라고 부르는 이유는 섬의 모양이 고래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국동항 끝자락에 이르니 정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특수 선박들이 있었다. 그중에 눈길이 가는 것은 도서지역을 다니며 순회 진료하는 병원선이었다. 기본 의료 장비를 갖추고 공중보건의 3명과 간호사와 의료기사가 2명씩 탄다고 한다.
길은 신월 파출소 앞의 넘너리 선착장을 지나 해안으로 이어지는 가막만 자전거 코스와 함께한다. 가막만은 북쪽은 여수반도 육지, 동쪽으로 돌산도, 서쪽으로 화양면의 고돌산반도, 남쪽으로는 여러 섬들로 둘러싸여 있는 내해를 말한다.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해안길을 걷다 보면 독특한 모양의 히든 베이 호텔을 만난다. 자연의 멋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건물 자체가 풍경의 일부가 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길은 호텔 외곽의 해안길을 돌아간다. 멀리 소호동과 웅천동의 아파트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호텔을 방문한 사람들이 해안으로 나와 많이들 산책하고 있었다.
해안 산책로는 더 이상 해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호텔 입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무슨 행사가 있는지 자동차로 북적이는 호텔 입구를 빠져나오면 신월로 도로를 만나는데 좌회전하여 이제는 한동안 도로변을 걷는다.
도로변을 걷다 보니 인도를 잠식한 자전거 도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내 것을 빼앗긴 느낌이다. 보통 중소 도시의 장례식장은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길을 사이로 장례식장 두 개가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지역이 여수의 외곽인 모양이다.
신월로가 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이곳은 사실 일본군이 만든 해상 비행장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지만 활주로 흔적과 비행장 시설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14 연대 주둔지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바로 일제가 패망한 다음 신월 비행장에 주둔한 국군부대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 중의 하나인 여순 시건의 시발점이 된 부대이기도 하다.
뒤로는 멀리 히든 베이 호텔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는 웅천동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우리의 갈 길을 알려준다.
길은 하수종말처리장을 지나 웅천동 시가지로 들어선다.
시가지로 들어서면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신월로 벗어나 이제는 웅천로를 따라 신시가지를 가로지른다. 웅천어항이라는 표식이 있으나 아파트 단지 속에서 초라해 보인다.
도심 속의 아파트 숲과 대형 상업 시설을 차례로 지나며 서울이나 부산이나 여수나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웅천동은 바다에 접하고 있으면서도 망마산, 대인산, 구봉산, 성주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 지형으로 이전에는 논과 갯벌이 전부인 촌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택지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금은 여수의 대표적인 부촌이라고 한다.
마리나 오피스텔 앞의 커다란 원형 광장도 만나고 마천루 빌딩 사이로 길을 이어간다. 사실 길은 계속 해안길을 걷고 있지만 디아일랜드 복합단지에 세워진 거대한 호텔이 있어 해안을 걷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주위로 물이 흐르는 섬이었다. 햄버거 마니아 옆지기는 햄버거 체인점을 지나치지 못하고 광고와 실제와의 차이를 몸소 체험하신다.
빌딩과 이순신 마리나를 지나니 저곳이 섬이구나 하고 실감을 한다. 고층 아파트를 뒤로하고 해만으로 나가면 웅천 친수 공원으로 가게 된다.
공원 입구에 있는 전가복이라는 중국집에서 오래간만에 짜장과 짬뽕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이순신 마리나 앞의 상가 지역을 벗어나 웅천친수공원으로 들어간다.
장도를 앞에 두고 있는 웅천 친수 공원은 훌륭한 도심 속의 해수욕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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