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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해양 공원을 출발한 남파랑길 55코스는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여수 구항 해양공원, 중앙 선어 시장을 지나 여수 연안 여객선 터미널을 돌면서 남쪽으로 남산 아랫자락의 해안까지 내려간다. 남산 아랫자락을 지나면 여수 수협 공판장을 지나 국동항 수변 공원에 닿는다.
늦은 밤차를 타고 여수까지 내려오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나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구례구역에 내린 적은 많았지만 그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을 지나쳐 기차의 종점까지 가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여수 해양 공원에서 여수역까지 택시를 탔지만 실제 이동 거리가 멀지 않음을 보고 자정이 지난 시간이지만 숙소인 여수 inn 게스트하우스까지 보슬비를 맞으며 이동했다. 숙소는 크지는 않아도 깔끔했다.
다음날 아침은 화양식당이란 곳에서 백반으로 든든한 식사를 하고 여정을 시작했다. 단체 여행객이 왔었는지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했으나 북엇국, 생선조림, 꼬막에 나물까지 훌륭한 조식이었다.
새벽에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거북선대교 위의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여전하다. 공기만큼은 상쾌하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상쾌하게 여정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 벤치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아저씨를 보니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럽게 낚시를 하시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판에도 완전한 낚시 금지가 아니라 금지 구역과 가능 구역을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혼자 떠나고 싶다면 낚싯대 하나 들고 기차 타고 이곳으로 오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멀리 장군도와 그 뒤로 돌산대교를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여수 구항 해양 공원을 가로지른다. 화단 바닥에 붉은 꽃이 가득하다. 떨어진 동백꽃이 만든 그림이다.
여러 조형물과 바다를 보면서 공원을 걷지만 바로 우측은 시장통이라 아침부터 북적북적 분주한 분위기이다.
중앙 선어 시장을 지나면 이순신 광장이 있는데 거북선도 만들어 놓았고 그곳과 공원을 연결하는 보행 육교를 거북선의 용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공원 끝자락에는 여수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었다. 시대의 아픔을 곱씹어 평화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면을 넘어 왜곡하는 사람들이 그 소녀들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여수 구항 해양 공원을 지나면 좌수영 음식 문화 거리가 이어진다. 365개의 섬이 있다는 여수는 그 어떤 지역보다도 연안 여객선 터미널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 싶다. 육지와 연결된 섬만 4개 이고 그 외에도 사람이 사는 유인도가 49개라고 하니 그곳들을 오가는 교통수단은 당연히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섬이 이곳에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섬과 가까운 곳의 육지에서 간단히 넘어가는 곳도 있고 작은 섬은 큰 섬을 거쳐서 가는 경우도 있다.
여수 수산 시장을 지나고 김치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도 지나는데, 가게에 갓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직접 갓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니 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돌산 갓김치가 유명한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김치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니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쉴 틈 없이 군침을 넘기느라 힘들었다.
수산시장을 지나면 연등천 하구를 건너는데 서쪽으로 멀리 거북선대교가 보인다. 남산을 향해 남쪽으로 이동한다.
여수수산시장을 빠져 나온 길은 얼마간 남산로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바다 쪽으로는 돌산대교가 지척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간 남산로 도로를 따라 가던 길은 도로에서 좌측으로 빠져서 남산동 해안 마을의 골목길을 통해서 돌산대교 아래를 지난다. 돌산대교의 모습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해안으로 나오니 동북방향으로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부락이라는 고소동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 봉천동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그림이다. 오래된 마을인 만큼 벽화를 그려 넣어 통영 동피랑처럼 벽화 마을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니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와 옛 가옥들이 바로 옆에서 극한 대비를 이룬다. 부산 영도에서 만났던 그림과 비슷하기도 하다.
좁은 골목인데도 자전거길이란다. 자전거를 끌고 가라는 안내판에 한번 웃고, 자전거로 땀 흘리며 다이어트하는 소녀를 그린 벽화에 또 한 번 미소 짓는다.
이 좁은 길로 자전거도 도보 여행자도 지난다고 생각하니 이곳에 사는 분들에게 미안해서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지막 골목을 빠져나오면 돌산대교 앞으로 나온다.
돌산대교를 지나며 바라보는 여수구항과 장군도의 모습이다. 멀리 거북선대교와 해상 케이블카의 모습도 당머리 해안을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당머리 해안에는 짧은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보는 바다 풍경도 일품이다. 바로 앞바다의 돌산도 도 그림이지만 대경도와 돌산도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내려간 돌산도 끝자락의 높은 산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길은 당머리 참장어거리의 골목을 빠져나간다. 참장어는 갯장어라고도 부르는데 일본말로 하모라고 부르던 습관 때문에 하모라고 해야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들도 여전한 모양이다. 일본이 전 세계 장어 소비량의 70~80%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문화가 우리 삶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당머리 해안은 해안의 지형이 닭머리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당머리 해안을 지나면 수협 위판장 뒤를 지나 서쪽으로 향한다.
특산품 전시장에도 장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많이 잡히는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지나갈 대경도, 소경도가 갯장어 주산지라고 한다. 갯장어와 아나고라고 부르는 붕장어는 다르다고 하는데 장어 문외한에게 장어 구분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국동항 수변 공원에서 잠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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