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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태인도의 북쪽 해안을 걸어 장내포구에 도착한 남파랑길은 태인도와 금호도 사이의 안쪽 바다를 한 바퀴 돌아 금호도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금호동과 삼화섬공원을 이어주는 해상 인도교로 마동으로 들어서면 도로변 산책로를 통해서 중동 근린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장내포구는 태인도라는 섬에 있는 포구이기는 하지만 산업단지 중앙에 위치한 독특한 포구라서 먼바다로 나가려면 태인도를 한참 돌아서 가야만 한다. 지도를 보면 굳이 태인도와 금호도 사이의 좁은 바다를 매립하지 않고 남겨 놓았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매립이 능사는 아니니 엄청난 매립에도 불구하고 섬의 형태로 남아 있는 태인도가 우리나라 최초의 김 양식지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하다.

 

좁은 인도에 자전거 도로까지 만들어 놓은 모습이 이건 아니다 싶기는 하지만 가끔씩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하며 길을 이어간다. 가로수 공간에 꽃을 피운 꽃 잔디가 눈에 밟힐 뿐이다.

 

태인도 끝자락에서 태인교를 건너 광양 제철소가 위치한 금호동으로 넘어간다.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최대라는 광양 제철소 앞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향한다. 포항 제철소의 두 배 규모라고 한다. 북쪽으로 태인도 뒤로 망덕산을 보며 걷는다.

 

지금 우리고 걷고 있는 이 길은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김양식을 하고 어머니들이 조개를 캐던 곳이었을 수 있다. 금호도와 몇몇 섬이 있던 자리는 이제는 매립이 되어 제철소가 운영되고 있고 우리가 가는 길 방향으로는 제철소 배후 도시로 수많은 아파트와 문화 시설, 체육 시설, 쇼핑센터 등이 들어섰다. 이곳의 아파트들은 지반 문제로 지하 주차장이 없다고 한다. 또 하나 모든 전기 설비가 지하화 되어 전봇대가 없다고 한다. "린츠로"라는 도로 표식이 등장했는데 린츠는 오스트리아 북부의 도나우강을 품고 있는 도시로 광양시와는 30년 넘게 자매 도시라고 한다.

제철소 앞을 지나온 길은 우회전하여 본격적으로 금호도 주위의 해안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금호도 해안 산책로에는 해안으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군사, 보안의 이유보다는 시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설치한 것이라 한다. 보통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어버이집"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어버이집" 괜찮은 이름이다.

 

금호도 해안 산책길의 또 다른 이름은 백운 둘레길로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구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분들을 위한 길도 구분해 놓았다. 제철소 인근에서 풍기던 산업 단지 특유의 냄새도 이곳은 거의 나지 않았다. 물론 바람의 방향에 따라 냄새의 정도와 공기의 맑기는 달라진다.

 

해안 산책로는 제철소 직원이나 직원 가족이 이용한다는 6홀짜리 작은 골프장도 지난다. 이곳도 벚꽃이 절정이다.

 

철조망 건너편 태인도까지 손 닿을 듯 가까운 해안길을 지나서 금호도 북쪽 끝자락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해안 산책로에 붙은 길이름은 금섬 해안로인데 제철소 주거 단지가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은 광양 제철소의 배후 공간으로 주거 단지와 체육, 문화 시설,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 있는데 금호도와 금당도, 금섬을 매립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금섬 해안로도 매립으로 없어진 금섬이라는 섬의 흔적이다.

 

어느덧 길은 금호동의 북쪽 끝자락에 이르러 이제 석양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이동한다.

 

광양 제철 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학교의 시설과 규모에서 와! 하는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중학교, 고등학교, 초등학교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길은 금호 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화려한 벚꽃길을 즐기며 걷는다.

 

광양의 금호동은 산업단지의 배후 공간이기는 하지만 봄이면 곳곳에 벚꽃을 즐길 수 공간이 많다. 해안 도로 안쪽의 벚꽃 터널을 지나며 봄을 만끽한다.

 

석양이 눈부셔 태양을 피하느라 시선을 조심스레 옮긴다.

 

자동차 도로,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지나가고 숲 속 보행로까지 마련된 이곳은, 공기질만 꾸준히 보장된다면 최고의 산책길이 아닌가 싶다.

 

최근 조경용으로 많이 심는 홍가시나무가 이곳에서도 존재를 뽐내고 있다. 새로운 잎이 나올 때와 단풍이 들 때 붉은빛을 가지는 나무다.

 

멀리 무지개다리라는 이름의 해상 인도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를 육지로 건너가게 해 줄 다리이다.

 

무지개다리에 진입하여 바라보는 풍경은 바로 앞으로는 작은 바다 전망대가 있고, 멀리로는 이순신 대교가 보이는 풍경이다. 광양에서 묘도를 거쳐 여수까지 이어주는 다리이다. 무지개다리로 육지로 건너가는 길은 석양을 정면으로 보며 걷는 길이다.

 

석양을 바라보면서 다리를 지나는 그림은 마치 태양을 향해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다리를 지나면 삼화섬공원인데 길은 공원을 가로질러 청암로 큰길 방면으로 이어진다.

 

삼화섬공원을 나오면 길은 8차선의 청암로 큰길을 건너서 마동 체육공원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해오름 육교"라는 이름의 다리이다. 육교가 이렇게 이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 놓았다. 석양을 받은 육교가 아름답다.

 

마동 체육공원으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도로 옆의 산책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대형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큰 도로를 옆에 두고 걷지만 나무들이 약간의 완충 역할을 해주니 그리 소음이 심하지는 않았다.

 

산책로가 중간중간 끊기다 보니 평탄한 산책로는 아니고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길은 이순신 대교로 진입하는 다리 아래를 지나 중동 근린공원을 향해 간다.

 

이순신 대교로 진입하는 지점에 있다 보니 이곳 거리의 이름도 이순신대교 먹거리 타운이란다. 48코스와 49코스를 이어서 걸었던 우리는 중동 시내의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광양 걷기를 이어간다.

 

다음날 아침은 어제보다도 하늘이 쾌청하다. 따가운 햇빛이 염려될 정도로 쾌청한 하늘에 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의 근린공원이 전해주는 상쾌한 공기까지 더해지니 새로운 여정을 출발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공원에서 49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이어서 50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50코스가 산을 넘는 코스라고 하지만 상쾌한 아침 기운을 받으며 출발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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