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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산 자락을 따라 당항 마을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잠시 3번 국도변을 걷지만 다시 대사산 자락을 따라 길을 오르다 속금산 아래의 임도를 걷는다.

 

당항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마을의 앞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다. 그렇지만,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것은 같은 창선도 가인리의 여봉산이다. 

 

당항 마을 언덕에 이르니 2월 말인데 봄농사가 한창이 들판과 바다 건너 가인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민둥산처럼 보여도 엄청난 고사리 밭이다. 내일 여정에서 만날 고사리밭 풍경이 기대가 된다.

 

당항 마을로 내려오면 얼마간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진 도로변을 걸어야 한다. 산도곡 고개 5.2Km 표지판이 등장했다. 고개라는 이름을 보니 앞으로 만날 임도가 산도곡 고개까지 오르막길이 상당할 것이라는 암시 같다.

 

야자수 가로수 길을 따라 국도변을 지나면 다시 마을길을 통해 오르막길을 시작한다.

 

아직 봄 농사를 시작하지 않은 밭에는 키 작은 잡초가 보라색 꽃을 피웠다.

 

우리가 갈 길은 전면으로 보이는 거대한 펜션촌과 요양 병원 뒤쪽으로 자리한 속금산을 올라 우측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산을 돌아가게 된다.

 

삭막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마을길 걷기를 활짝 핀 매화가 위로해 준다.

 

꽃이 활짝 핀 모습도 좋지만 꽃이 터지기 직전의 모습도 그 예쁨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매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우리가 보통 열매로 많이 먹는 것은 백매화이고 홍매화와 청매화도 있다고 한다. 백매화는 이름처럼 꽃은 하얀색이지만 꽃받침은 붉은빛이 돈다. 홍매화는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띠고 청매화는 꽃은 흰색이지만 꽃받침이 푸른빛을 띤다.

 

사찰 인근을 지나니 이런저런 꽃나무들을 보는 모양이다. 꽃잎을 활짝 열고 있는 애기 동백이 많다 보니 새초롬하게 꽃잎을 보으고 있는 동백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누군가의 손으로 하나 하나 쌓아 올렸을 돌담은 덩굴 식물들이 그나마 그 형태를 붙들어 주고 있다. 그 돌담의 흔적 위로 콘크리트 농로를 깔아 놓은 모양이다.

 

농로를 통해 율도 고개 인근까지 가면 창선도를 가로질러 서부로와 동부대로를 연결하는 율도로 도로를 만나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간다. 율도로 도로를 따라서 반대편 서쪽으로 내려가면 율도리인데 마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을 연상시킨다. 남해 보물섬 고등학교라는 독특한 이름의 고등학교도 있다.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입시를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목표로 한다니 이름처럼 아이들에게 참 교육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 겨울에 개교했으니 학교도 새내기다. 사실 율도리와 홍길동전의 율도국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을 이름처럼 마을 앞에 밤처럼 생긴 작은 밤섬, 즉, 율도가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간 율도로 도로를 걷던 길은 우측의 임도로 속금산 자락으로 진입한다.

 

남파랑길 36코스는 속금산 임도 초반에 약 2백 미터 수준까지 고도를 급격히 올린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오르막에 헉헉 거리는 숨을 감출 수 없다. 고도를 급격히 올리면 오르막이 힘들기는 하지만 머지않아 평탄한 능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으잉! 조금 전에 만난 고사리 밭에서는 고사리들이 누렇게 모두 누워있고 봄에 새순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건 무슨 모습인가? 아침이면 여전히 영하에 가까운 서늘한 날씨인데 푸릇푸릇한 잎을 뽐내고 있다. 알고 보니 남부지방에서 자생한다는 풀고사리인 모양이다. 개고사리라고도 부른다. 풀어 말하면 가짜 고사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상록성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다. 하긴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뜯어오신 고비를 먹기는 했지만 어린순에  솜털이 있다는 것을 빼면 잎이 활짝 피면 고사리와 고비를 구분할 수 없을 듯하다. 고사리는 한 곳에서 순이 하나만 올라오지만 고비는 한 곳에서 순이 여러 개 나온다고 한다.

 

고도 2백 미터 내외의 임도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급격한 오르막 고비도 지나고 종점까지 남은 것은 완만한 임도와 내리막 길이니 마음에 부담이 없다.

 

때로는 나무뿌리 하나 내리지 못한 급한 경사면도 지나고, 때로는 정면으로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바다와 남해도를 보면서 고요한 산중 임도를 걷는다.

 

이번 코스에서는 좀처럼 좋은 쉼터가 없다. 이번에도 콘크리트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물 한모금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길에 떨어진 도토리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힘을 내본다.

 

오후 두 시를 지나는 시각, 전체적인 기온은 높지 않지만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길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상의 걷기 환경이다.

 

간벌한 숲은 언제나 반갑다.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하는 조경이 아님에도 나무들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주고 나머지를 정리한 숲의 모습은 보기도 좋고, 나무에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 흐뭇하다. 

 

간벌한 숲은 숲 속 깊이까지 속살을 보여 준다. 바람길도 넓고 숲 속까지 오후의 햇살이 들어가는 모습도 아름답다. 

 

햇살 덕분에 춥지 않게 쾌적한 걷기 여행을 하고 있지만, 지금이 아직 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위로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ㅎㅎ

 

임도가 고개를 넘어가면 창선면 율도리를 떠나 서대리로 진입한다.

 

서대리로 내려가는 완만한 내리막길, 이곳에서도 편백이 우리를 반긴다.

 

이제 당항 마을 표지판에서 보았던 산도곡 고개를 앞두고 있다. 종점까지 3.9Km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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