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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포를 지나 청천 마을에 들어선 창원 남파랑길은 해안을 따라 이어진 청안로 도로를 따라서 진해구 두동을 거쳐 창원 마천 공단 아래를 지나 진해구 남양동으로 들어선다. 계속 해안을 걸으며 잔잔한 남해 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두동에서 하룻밤 쉬어간다.

 

길은 청천 마을부터 청안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를 따라 걷지만 이곳은 진해 바다 70리 길과 같이 가는 구간으로 보행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이곳은 진해 바다 70리 길의 7구간인 안골포길과 함께한다.

석양에 물들었던 하늘도 조금씩 어둠에 젖어들고 있는 시간이다. 호수와 같은 잔잔한 바다와 함께하는 감성 충만의 걷기가 계속된다.

 

한때는 왜군의 함선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었을 안골포, 이순신 장군의 안골포 해전 이후로는 부서진 왜군의 배 잔해들이 둥둥 떠 있었을 안골포를 뒤로하고 언덕을 넘으면 작은 어촌 마을인 안성 마을 지난다.

 

안성 마을을 지나면서 바라본 바다 풍경 또한 일품이다. 어스름해진 어둠이 신항만 지역을 조금 가려주고 바다와 하늘에 남은 여전한 석양의 흔적이 이곳이 대형 공업 단지들 사이에 위치한 곳이라는 것조차 잊게 만든다.

 

공단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인근 아파트의 불빛도 훤하게 밝혀지는 시각 진해구 두동의 숙소에 도착했다.

 

엄마손밥집에서 백반을 시켰는데 오늘의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이런 횡재가 있나! 좋은 백반집을 만나면 가끔씩 이런 횡재를 하기도 한다. 주변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회식을 하는지 너무 시끌벅적한 것이 조금은 거슬리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사람 사는 풍경이니 하는 마음을 가지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닭볶음탕과 맛있는 반찬들에 정신이 팔려 주위가 시끄럽든 말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작업복 차림으로 퇴근하고 오신 분이 혼자서 백반에 소주 한 병 시켜 드시는 모습조차도 자연스러운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그분도 소주 한잔에 닭볶음탕을 안주로 드실 테니 위안이 되는 식사 시간이었을 것이다.

 

진해구 두동에서 숙소는 외인촌 모텔이었다. 주인장이 예약 확인하느라 몇 번 전화 통화한 것을 제외하면 3인 입실이라고 이불도 갖다 주시고 고마운 분들이었다. 하룻밤 휴식 후 맞이한 아침 하늘은 흰구름이 둥둥 떠있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길은 대장천을 건너 창원 마천 산업 단지 하단으로 향한다. 대장천의 발원지는 800미터 내외의 불모산, 화산, 굴암산 등으로 유역에 소사 저수지, 대장동 계곡 유원지, 진해 용추 계곡등이 있지만 평상시에는 수량이 많은 지역은 아니다. 산업 단지가 많이 있지만 산에서 맑은 물이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바닷물의 유통이 원활하며 공단 폐수가 잘 처리된다면 이 지역도 맑은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장천을 건너는 진철교 다리를 지나면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 호수처럼 잔물결이 저 멀리까지 이어진다.

 

도로변 작은 억새밭에서 만난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억새색이라 표현해야 할 독특할 빛깔과 흰구름, 푸른 하늘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평화로운 창원 마천 산업 단지 아래를 지나 남양동 영길 마을로 향한다.

 

가을색이 만연한 해안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풀, 푸른 하늘빛을 담은 바다, 세월의 기록이 새겨진 바위들, 화려하지 않지만 단풍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까지, 태양의 기막힌 조명 아래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을 풍경화를 그려낸다.

 

월남천이라는 작은 하천을 따라 영길 마을로 향한다.

 

월남천은 두 개 수로 사이에 경계선이 있는 독특한 하천이었다. 좌측은 남양 산업 단지를 거쳐서 내려오는 수로이고 우측은 마천 산업 단지를 거쳐서 내려오는 수로로 바다까지 각각 따로 내려가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이제 길은 영길 마을 운동장을 끼고 좌회전하여 남영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영길 마을 입구에 황포돛대 노래비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만 노래비는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이곳만의 이름은 마을 이름처럼 영길만이라고 하고 작사가가 자신의 고향인 영길만을 그리워하며 노래 가사를 적었다고 한다. 길이 영길만을 따라 자연스럽게 동쪽을 바라보는 모양이 되니 오전의 태양빛을 받은 잔잔한 은빛 물결도 만나게 된다.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해안 도로를 따라 상쾌한 걸음을 걷는데 해안으로 깃발이 가득하다.

 

"고기 쫌 잡아 묵자"라고 쓰인 깃발을 보면서 재미있는 사투리에 잠시 웃음도 나왔지만, 어민들의 이렇게 외치는 까닭도 돌아보게 된다. 이미 부산 신항 개발로 엄청난 규모의 바다가 사라졌음에도 또다시 와성만 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해안선 바로 옆으로 걷고 있지만 얼마 후에는 이 근처로 매립이 이루어지고 또다시 공단이 조성된다고 생각하니 순간 머리가 지끈 거린다.

 

황포돛대 노래비에 도착했다. 사실 노래를 잘 몰라서 찾아서 들어 보았는데 노래가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산 신항이 없던 시절 이곳을 지나는 황포 돛대를 바라보는 추억이 있었다면 아름다운 풍경이 가슴속에 새겨져, 노래 가사를 썼던 분과 같은 그리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보존되길 바라면서 아직도 더 많은 매립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마지막 석양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 배는 어디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불지를 마라
파도소리 구슬프면
이 마음도 구슬퍼
아아아아
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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