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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코스를 마무리한 남파랑길은 송정 공원을 떠나며 창원 코스를 시작한다. 남파랑길 6코스는 용원 어시장을 지나 망개산 아래 자락의 수로를 따라서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부산 송정 공원을 떠나는 길, 창원 6코스의 시작은 창원시 진해구다. 마창진 통합 뉴스가 한참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다. 인구 1백만이 넘는 도시를 지칭한다.

 

고가도로 위로 가면 용원 터널로 진입하는데 용원 터널과 마천 터널을 지나면 남해 고속도로 진해 IC와 연결되고 그 이후에는 일반도로의 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이라는 웅산 아래의 진해 터널을 통해서 진해시 석동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진해 터널은 길이가 6Km를 넘는다.

 

부산 5코스부터 함께 길을 했던 아들은 육중한 몸무게를 하나도 받쳐주지 못하는 얇은 신발 탓에 발바닥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웅천 안골 왜성으로 좌회전하여 길을 건너야 하는데 마침 신호등 앞에 있던 가게에서 세일 중이던 신발을 급하게 구입하여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 큰 아들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망가져 버린 발바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발걸음이 부자연스럽다. 먼 길 걷기는 튼튼한 바닥을 가진 신발이 필수이다. 용원동은 부산과 창원의 경계선답게 많은 부산 버스들의 종착점이자 시작점이다.

 

북적이는 용원 시장길을 지나면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붕어빵 하나씩 부여잡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용원 어시장을 지나는 길, 이곳이 거대한 크레인들이 즐비한 부산 신항이 배후에 있고 바로 옆으로 엄청난 공업 단지가 있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산물을 사고팔고 하느라 분주하다.

 

용원 어시장을 떠나서 용원교를 지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면서 또다시 이곳에 대형 공업 단지와 항만이 있다는 것을 잊는다. 웅천 안골 왜성 방면으로 가면서 어차피 우회전하므로 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길을 갈 수 있지만 아파트 단지 쪽에 좋은 산책로가 있으므로 다리를 건너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 간다.

 

눌차도 앞에서 가덕 대교를 지나 송정천과 만났던 남해 바다의 물이 깊게 들어온 수로 옆으로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를 걷는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산책로는 수로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이어진다.

 

수로 끝에서 길을 돌아 웅천 안골 왜성 방면으로 이동한다.

 

안골 왜성은 임진왜란 당시 패전을 거듭하던 왜군이 남해안 일대에 세웠던 18개의 왜성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왜성은 동망산 정상에 쌓았다고 하는데 남파랑길은 왜성 입구를 지나쳐서 터널을 통과해 안골포로 넘어간다. 

길에서 왜성이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수군을 막으려 4미터가 넘는 성을 쌓을 때 우리 백성들은 얼마나 많이 고통을 받았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

 

터널을 지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게 했던 지점이다. 경고판에는 "차도 보행자 통행금지"라고 적혀 있고 보행자 통행로 화살표도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하고 있으며 남파랑길 표식도 산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터널 안으로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보행자 통로가 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길이 터널 바깥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남파랑길 표식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엉뚱한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는 다르게 산길은 터널 반대쪽으로 이어졌다. 그냥 터널 안 보행로로 걸으면 될 일이었다.

 

길은 회전 교차로를 만나 안골포 반대쪽으로 우회전한다. 안골포는 지금이야 매립과 공단 조성으로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 한산도 대첩과 함께 일본 수군의 주력 부대를 궤멸시킨 안골포 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를 돌아보면 없던 힘도 돋아 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위대한 인물을 가진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길은 안골 무궁화공원(안청 공원)에서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안청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벤치에 앉아 길을 같이 걸은 아들의 발을 보니 상황이 좋지 않다.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잠시 주위를 돌아보니 한 여성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논개상"이었다. 논개 하면 진주성을 떠올리게 되는데 여기에 왜 논개상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둘러보니 전북 장수군이 자매결연 기념으로 기증한 것이라는 안내비가 있었다. 알고 보니 논개의 고향은 전북 장수라고 한다.

 

물놀이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시설이 있는 공원을 떠나 해변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안골포 안쪽으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도 있고 녹산 온천도 있다.

 

안골포 안쪽 갯벌을 보니 안골포 해전 당시 수심이 낮아 우리 수군은 포구 바깥에서 왜군을 유인하려 했었다고 하는데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안골포 안쪽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은 석양과 푸른 하늘, 흰구름이 섞인 환상적인 풍경이다. 안골포 바다도 그 하늘을 담아 화려한 풍경에 일조하고 있다.

 

길은 이제 안골동의 아파트 단지를 뒤로하고 청천 마을로 들어선다. 이곳의 가로수들은 진해의 상징과도 같은 벚나무 들이다. 화려한 봄에 이곳을 지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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