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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1코스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수정산 자락을 지나 초량동에 들어서면 도심을 통과해서 부산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수정산 자락에서 바라본 부산 도심의 풍경. 해변에서 내륙으로 아파트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는 모양새다. 몇 년 후면 과연 이곳은 어떤 풍경으로 다가올지......

 

수정산 산책길을 내려오면 잠시 마을길을 거쳐서 구봉산 산책로로 길을 이어간다. 조용한 마을길이지만 이곳도 재개발의 바람이 부는듯하다.

 

길은 구봉산 치유 숲길 안으로 잠시 들어간다. 쭉쭉 뻗은 나무들에 묻혀 잠시 휴식을 취한다. 화장실도 있고 벤치도 있어 휴식을 취하기 참 좋은 장소였다.

 

구봉산(404.6m)과 인근 상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지만 남파랑길은 좌측으로 꺾어져서 구봉산 산자락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걷는다.

 

산책길은 구봉산에서 발원한 초량천을 넘는다.

 

초량천은 대부분이 복개되어 있고 지금은 초량 시장 앞이 복원되어 하천의 모습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하천 대부분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물을 옮기고 주민을 설득하고 시설을 설치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난제들이 있어 진행이 쉽지 않다고 한다.

 

부산 동구에서 조성한 씽씽 테마 로드라는 이름의 산책로를 걷는다. 수정산 가족 체육공원에서 보광사에 이르는 5Km의 산책로를 말하는데 딱 우리가 걷고 있는 경로를 말한다.

 

도심 인근에서 만나는 편백나무 숲길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편백 나무를 심을 때는 황량했을 숲이 이제는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인에게도 휴식의 공간이 되고 있다. 나무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미래 세대에게도 훌륭한 자산임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다.

 

이제는 수정동에서 초량동으로 넘어왔다. 구봉산과 상봉 사이의 계곡을 지나면 오솔길을 지나 산속 숲길도 끝을 본다.

 

산책로 끝으로 나오니 멀리 부산역 바로 뒤편 부산항에 세워진 마천루와 그 뒤로 감만부두와 영도를 이어주는 부산항 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 부산역이 바로 앞이다.

 

여러 사찰들이 모여 있는 길 끝에 마련된 쉼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쉬어 간다. 겨울맞이 준비를 했는지 가지 치기 한 앙상한 나무가 지금은 겨울을 바라보는 시기임을 말해주는 가을스러운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었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내려간다. 남파랑길 표식이 없다면 그저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일 것이다. 골목 곳곳에 배어 있는 이곳 사람들의 애환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그 옛날을 추억하는 시간이다.

 

골목길을 모두 내려오면 망양로 도로 건너편에서 유치환 우체통 전망대를 만난다. 청마 유치환은 통영 출신이지만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곳 인근의 경남 여고 교장을 두 번 역임하는 등 부산 동구는 그의 두 번째 고향이 아닐까 싶다. 전망대는 그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1년 후에 도착하는 느린 우체통도 마련되어 있다. 대표적인 친일파인 유치진이 형이고 일제와 군사 정권에 협력적이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시대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나름의 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개인적으로는 깃발이라는 시가 가장 인상적이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 우체통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큰 건물은 무슨 공공기관인가?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부산 고등학교 건물이었다. 무려 9층짜리 고등학교 건물이라니! 높아야 4층 내지 5층이었던 학교 건물을 보던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ㅎㅎ

 

전망대를 지나면 망양로 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해를 정면에 두고 눈부심을 피해 머릴 숙이고 걷는다.

 

길 위로 친환경 스카이웨이 전망대와 함께 길지 않은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부산 야경을 즐기기 좋은 장소이다. 

 

부산역으로 내려가는 남파랑길은 초량 이바구길과 일부 겹치기도 한다. 문제는 남파랑길은 길을 건너서 망양로 도로를 얼마간 계속 따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만 부산역 표지판을 보고 바로 좌회전하고 말았다. 근처에서 남파랑길 표식을 발견하지 못한 까닭인데 그래도 모로 가도 부산역으로 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커다란 우물 조형물에 이바구 캠프라 적혀 있는데 초량 이바구길에 있는 도시 민박촌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설치할 수 없는 좁은 길에 버스 정보 안내기가 세워져 있는 모습은 부산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좁은 길에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첨단 시설을 단순하게 세운 모습이 참 지혜로운 선택이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동사무소 앞에 걸어놓은 "마, 함 해보입시더!"하는 박람회 유치 구호에 잠시 미소 짓고 길을 이어간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아니지만 부산역으로 가는 길은 먹거리, 볼거리 천지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간 군침이 살살도는 초량 불백 거리를 지난다. 돼지 불고기 백반의 유혹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저녁 먹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라 옆지기의 결재를 기다렸지만 옆지기는 애써 외면했다.

 

초량 전통 시장 앞은 복개했던 초량천이 복원되어 있었다. 청계천 복원을 모델로 삼아 시작했다고 하지만 아직 복원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서 여름철이면 악취가 나기도 한다고 한다. 명태로 소재로 세워 놓은 남선건달명태비라는 독특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소설가 조갑상의 '테하차피의 달'에 등장하는 부산 최초의 물류 창고인 남선 창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주로 명태를 많이 보관했다 하여 명태 고방으로 불렸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남파랑길의 원래 경로에서 한참을 내려와 있었다. 초량 전통 시장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부산역 바로 앞에 있는 시장이니 부산의 관문이라 할만하다. 아직 갈길이 먼 우리로서는 그저 군침 삼키며 아이쇼핑하는 시간이었다.

 

남파랑길은 텍사스 거리 쪽으로 나오지만 부산역을 건너는 횡단보도는 차이나타운 입구 쪽으로 나오는 것이 좋다. 아들내미는 첫 부산 여행에서 유흥주점 가득한 이곳의 모습을 보고는 부산에 대해 실망했다고 하는데 일견 이해가 가기도 했다. 국적 불명의 유흥 주점들이 문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부산역 광장을 지나 우측 편으로 이동하면 남파랑길 1 코스를 마무리 할 수 있다.

 

남파랑길 1코스 종점 바로 앞에는 2층 버스가 투입되는 부산 시티투어 정류장이 자리하고 있다. 네 가지 노선이 있는데 해운대 쪽의 블루 라인을 제외하면 나머지 노선은 모두 부산역을 거친다. 주말은 운행 횟수가 더 많아지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라고 한다. 다이내믹한 부산을 감상하기에 좋은 수단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중간중간 만나는 버스를 보면 이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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