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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2코스를 걸은 우리는 13코스 중간까지를 이어서 걷기로 했다. 너무 일찍 일정을 끝내기도 아깝고, 3일간 5개의 코스를 걸어야 하니 오늘 조금 더 걷고 내일마저 걸어서 13코스를 마무리하고 14코스를 이어서 걷기 위함이다. 숙소도 중간 지점에 예약해 두었다. 양포를 떠나 신창 해안을 지나서 영암리에 이르는 해안길을 걷는다.

 

양포항의 깔끔하게 정비된 데크 산책길로 해파랑길 13코스를 시작한다.

 

1971년 일치감치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었던 양포항. 누가 이런 광경을 보면서 나라에서 관리하는 규모 있는 어항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포항의 미항 양포라고 부를 법한 전경이다. 미항이라는 말은 통상 뱃사람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항구라고 부르는 것이 미항인데 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 나폴리를 빗대서 이곳을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단순 비교할 것은 아니고 그만큼 아름답다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반딧불이 가로등이 이채롭다.

 

해변 산책로를 지나면 어민들의 삶의 현장인 위판장과 어항을 가로질러 길을 이어간다.

 

한낮의 태양이 비추는 반짝이는 아름다운 양포항의 모습이 발길을 붙잡는다.

 

이 한적함을 누군가는 쇠락해가는 어항의 증거라고 말할 테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항구라 노래할 것이다. 이 순간 나는 침을 머금고 미항이라 노래하는 이에게 한 표를 던지련다.

 

양포항 끝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해파랑길은 방파제까지 진행하다가 좌회전하여 해안길로 이동한다.

 

바위 끝에 살짝 자리를 마련한 해국이 오는 겨울을 맞이 하는 것인지, 가는 가을을 배웅하는 것인지 그 존재를 뽐낸다.

 

양포항 방파제의 모습. 이곳에서도 포인트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있다. 암석 지대에서 시작한 방파제의 모습을 보니 이곳 양포만이 오랜 세월 중요한 항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천혜의 지역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양포항을 지나면 방어 양식장을 만난다. 방어가 많이 잡히는 때에 방어를 구입해서 축양장에 보관했다가 가격이 좋을 때 출하하는 모양이다. 1미터 크기 내외의 방어가 10만 원대에 판매되는 때도 있지만 방어가 많이 잡히는 봄에는 마리당 4~5천 원에 판매되기도 한다니, 축양장이나 가두리 양식장 관련 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메리트가 있겠다 싶다.

 

방어 양식장을 지나면 암석 지대와 함께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이들용 작은 풀장도 있었다. 갯바위 위에서 낚시하고 있는 낚시꾼들의 모습은 바위 지대가 깊지 않은 모양인지 물 위에서 낚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창 방파제 앞의 바위는 뽑아내지 않고 왜 살려두었을까? 싶었다. 널찍한 항구를 쓰는 것도 좋겠지만, 유명 작가의 조형물을 세우는 것도 대안이 되겠지만, 자연의 작품을 살려둔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

 

신창 방파제 근처에서는 독특한 모양으로 생선을 말리고 있었다. 생선 살을 발라내어 마치 비녀를 꽂듯이 생선살이 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해 놓았다. 아마도 꾸덕꾸덕 말린 다음 구워서 술안주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신창 방파제를 지나면 신창 해수욕장을 만난다. 아직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해변에서 많은 이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정식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지 않아 안전시설이나 편의 시설이 미비하지만, 낮은 수심과 맑은 물로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놀려온다고 한다. 조금씩 시설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간이"라고 이름하기에는 작은 않은 백사장을 가진 신창 해수욕장이었다. 개발의 때가 묻지 않으면서 편리한 시설이 있는 해수욕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편리함을 누리는 것과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것은 아마도 같이 가기 어려운 것 아닐까 싶다.

 

장기천을 건너는 금곡교를 지나면 우회전하여 일출암 방향으로 이동한다. 장기천은 생태 하천으로 정비되면서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포항시에서 추진하는 연어 양식장 사업과 관련하여 주민들과의 마찰이 있다고는 하지만 양식장 추진과 관계없이 생태 하천이 잘 관리되어 연어가 계속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육당 최남선이 꼽은 조선 10경 중의 하나인 일출암. 최남선의 조선 10 경이라는 것이 최남선 개인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중 3경으로 장기 일출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1경은 천지 신광이라 하여 백두산 천지에서 바라본 경관을 꼽았다. 그러나, 육당이 친일파로 변절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일출암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을 뿐이고, 이곳 일출암도 그렇고 앞서 지나온 계원리의 소봉대도 그렇고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것은 이 자연 유산을 포위하고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이다.

 

일출암을 지나 길을 이어가면 신창 1리 어촌계의 작은 어항을 만난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오후 걷기에서 옆지기에게 물어본 것은 "무엇을 먹고 싶냐"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들은 이야기가 "회" 먹을까? 하는 답변이었다. 큰 항구에 있는 횟집에서 먹기에는 가격도 세지만, 코로나 시국이라는 부담도 있었고, 평상시 잘 먹지 않는 음식인 만큼 지불한 돈만큼의 만족도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이곳 신창리 어항을 지나면서 발견한 간판 "막 썰어" 준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3만 원짜리 모둠회를 포장했는데, 어디서 왔으며, 주인장 아들이 우리 사는 지역에 있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도 나누며 회가 썰어지는 동안 나름의 휴식 시간도 가졌다. 직접 잡은 생선을 이것저것 썰어주시고, 서비스로 삶은 소라도 넣어 주셨다. 숙소에서 포장해간 회를 먹었는데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할 정말 인생 최고의 회였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포구에서는 바닷바람과 햇빛에 중멸치를 말리고 있었다. 전통 고추장에 이 중멸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이었던 고급 음식이고, 누군가에게는 소주 한잔과 어울리는 최고의 술안주이었을게다.

 

신창리 어항을 떠나면 끝쪽에 있는 오르막을 통해서 고개를 넘어간다. 고개를 넘어가면 영암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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