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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리에 도착한 해파랑길 12코스는 조금 더 걸어서 12코스 종점인 양포항에 도착한다.

 

계원리 해변에는 소봉대라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다. 예전에 작은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라 불리던 이름이다. 그 앞에는 조선 시대 대표적인 문인인 이언적 선생이 이곳에 와서 지은 시비가 세워져 있다. 설총, 최치원, 조광조, 이황, 이이 등 신라부터 조선까지의 대표적인 유학자 18인을 동방 18현이라 부르는데 그들 중의 한분이다. 그 정도로 소봉대라는 곳이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해안을 둘러싼 방벽과 바로 옆으로 이어진 방파제 때문에 그 멋이 반감되어 보이기는 한다.

 

계원리 해안 마을에 들어서면서 모래사장을 통과하는 과정에 신발 속에 들어간 모래 알갱이를 빼느라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신발에 들어간 모래도 털어내고, 물도 마시며 휴식을 취한 다음 길을 나서는데 주민 한분이 마당에서 싹이 난 보리를 말리고 계셨다. 보리의 싹을 틔운 상태에서 성장을 중단시키기 위해 마당에 넓게 펴서 말리는 중이었다. 12월 초 초겨울에 마을길을 지나는 해파랑길에서 자주 만나는 풍경 중의 하나였다. 우리가 관심을 보이자 엿기름을 만들어서 식혜도 하고 조청도 만드신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소봉대 옆으로는 방파제와 작은 항구가 조성되어 있었다.

 

고요한 소봉대 해안에는 낚시하시는 분들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길은 끊어지고 이제는 멀리 보이는 양식장 앞까지 해안길을 걸어야 하는데 모래 밭은 발이 푹푹 빠지니 걷기 어렵고 물가로 바싹 붙어서 걷기고 했다. 그 사이 동글동글한 주먹 크기의 돌을 보면 옆지기는 집으로 가져가 누름돌로 쓰고 싶다며 쓰읍 쓰읍 거린다. 차라도 가져왔다면 염치 불고하고 벌써 돌 몇 개를 주워 담았을지도 모른다. ㅎㅎ

 

아슬아슬하지만 물가로 바싹 붙어서 걸으니 모래밭 걷기보다는 훨씬 좋다. 맑은 물을 보는 것도 좋고, 덤으로 몽돌 굴리는 소리도 가까이에서 들으니 1석 3조의 선택이었다.

 

뒤돌아본 소봉대와 계원리 해변의 모습. 고즈넉하니 아름답다.

 

소봉대 해변 끝에서 양식장을 통해 길을 올라오면 31번 국도를 다시 만난다. 위험하지만 조심스레 국도별을 조금 걷다 보면 바로 우측으로 꺾어지는 길이 나오는데 이 길로 우회전한다. 

 

"계원" 버스 정류장을 끼고 우회전하여 마을길로 내려간다.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손재림 문화유산 전시관으로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폐관했다고 한다. 

 

폐교 뒤를 돌아가면 항구로 가는 길에 양쪽으로 조릿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 

 

계원리 앞으로는 별도의 방파제와 함께 커다란 배가 접안할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었다. 양포항의 일부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항구에서 다시 골목길을 통해서 31번 국도 방향으로 길을 오른다. 이곳에 붙은 해파랑길 화살표는 5개나 된다. 이건 조금 욕먹을 일이지 않나 싶다. 절제해야 할 텐데...... 골목길에서 만난 감 무더기.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 까치밥으로 한두 개씩 남겨 놓는 법인데 남겨 놓지 못해서 저렇게 매달아 놓은 모양이다.

 

항구에서 국도로 올라가는 길에도 양쪽으로 조릿대가 숲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동네다.

 

아주 오랜 역사를 이어온 양포는 1971년 일찍 감치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방어, 문어, 가자미를 많이 잡는다고 한다.

 

다시 31번 국도로 올라온 해파랑길은 원래 코스에는 양포 해수욕장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 있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라 막혀 있었다. 수성천을 건너는 양포교까지 직진한다. 그런데, 길 안내판에 "장기 유배 문화 체험촌"이란 문구를 보고는 처음에는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기간의 유배 생활을 체험한다고? 알고 보니 이것은 완전히 초등학생 같은 상상이었다. 이곳의 지역 이름이 장기면이고 다산 정약용이 이곳에 유배 왔었다는 시대 배경, 고려 시대에 축성했다는 장기읍성이 체험촌에 같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나니 오호! 하는 호기심도 생길 정도였다.

 

길은 양포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서 산책로를 통해 길을 이어갈 수 있다.

 

양포만 안으로 전체가 항구가 아니라 어항은 동북쪽으로 방파제와 함께 조성되어 있어서 시가지 쪽으로는 잔잔한 해변을 즐길 수 있다.

 

양포항 공원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동백꽃. 겨울 여행에서 그나마 생기를 느끼게 해주는 꽃이다.

 

오늘 점심은 편의점 간편식으로 해결했다. 옆지기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베트남 쌀국수, 밥 한 공기로 넉넉한 식사를 했다. 도로변이라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기는 했지만, 그러면 좀 어떠랴! 음식을 먹으며 오며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한 광경. 커다란 오토바이 한 대가 음식점 앞에 서더니 시동을 끄고 두 사람이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그리고는 같이 오토바이를 탔던 커플은 헬멧과 외투를 벗어 오토바이에 걸치기 시작했다. 아마도 편한 복장으로 음식을 먹기 위한 준비가 아니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희끗희끗한 백발의 노인분들이었던 것이다. 와우! 우리가 저분들의 나이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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