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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B(뚜르 드 몽블랑) 걷기를 위해 거쳐가는 스위스 제네바에 드디어 입성했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유엔 본부 앞에서 내려 부러진 의자 등을 감상하고 레만호 옆 공원 지대까지 부지런히 걸었지만 바로 눈 앞에서 레만호를 건너는 셔틀 보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레만호를 건너는 셔틀 보트(http://www.mouettesgenevoises.ch)는 총 4가지 노선이 있는데 저희가 이용할 샤토브리앙 선착장과 포트 누아(Port Noir)를 왕복하는 M4 노선은 평일에는 7:30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1~2분 차이로 배를 놓쳤으니 앞으로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80분 동안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의 유효시간이 다가오니 이 티켓을 쓸 수 있나? 하는 의문으로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사용할 수 없으면 표를 구매하면 되므로 마음 편하게 있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 보트를 몰고 떠나는 선장님은 시간이 늦었다는 제스처와 함께 손을 흔들며 무심히 떠나 버렸습니다. 덕분에 벤치에 앉아 멀리 호수 건너편의 분수, 조깅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수상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백조와 오리 가족을 만나는 여유를 즐깁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아침부터 걸은 덕분에 등에는 땀이 배이기 시작했지만 먼 산에는 7월에도 하얀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름 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누립니다.

 

셔틀 보트 선착장 뒤로 호수 건너편으로는 하얀 물기둥을 내뿜고 있는 제네바 분수도 보이고 모터보트에 줄을 걸고 왔다 갔다 하면서 수상 스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풍경의 한몫을 합니다.

 

선착장 주위를 산책하는 오리 가족들.

 

엄마 오리를 중심으로 새끼 오리들이 열심히 헤엄을 칩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의 은 물결 위로 헤엄치는 오리 가족의 모습은 눈길을 사로 잡기에 충분합니다. 배를 놓쳐서 누리는 호사입니다.

 

호수 건너편에 있는 "제네바 분수, Jet d'Eau, Water-Jet" 높이가 140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멀리서 보아도 손에 닿을 듯합니다. 잠시 후 배를 타고 건너면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겠지요?

 

레만호에서는 오리와 함께 백조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백조(큰고니)는 철새인데 이곳의 백조들은 철새인지 텃새인지 모르겠네요.

 

선착장에서 바라본 레만호의 물은 아주 맑았습니다. 알프스에서 흘러 내려온 물인데 이 호수는 1950년대에 수질 오염 때문에 죽음의 호수가 되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공업화와 함께 가정 및 공장의 폐수가 호수로 밀려 들어온 까닭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합성 세제였다고 합니다. 이후 스위스와 프랑스는 호수 주변에 하수처리장을 짓고 연성 세제를 개발하는 등 수질 개선에 힘을 쏟았는데 호수가 회복되는데 걸린 시간은 20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드디어 호수 건너편에서 배가 도착했습니다. 이곳 선착장에서 건너편인 포트 누아(Port Noir)로 갈 때는 사람이 없거나 저희뿐이었는데 반대편에서 이곳으로 올 때는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습니다.

 

셔틀 보트의 내부 모습입니다. 깔끔하고 깨끗했습니다. 선장님 아니 기사분은 도착하자마자 배 청소부터 하시더군요. 80분 무료 티켓을 보여 주며 타도 되냐고 했더니 된다고 하셨습니다. 80분이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라 약간의 염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타도 된다고 하시니 얼마나 고맙던지......

 

객실 상단부에 구명 조끼가 있기는 했지만 입으라고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카페리를 타면 맡게 되는 특유의 냄새, 아마도 기름 냄새 같은데 그런 것도 없었고 심지어 엔진 소리조차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거 전기로 가는 배인가? 하는 호기심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수준이니 대중교통 수단 중의 하나로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콩에서도 배가 대중교통 수단 중의 하나이지만 워낙 큰 배라 그런지 우리나라 카페리와 냄새와 소음 등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데 이곳의 셔틀보트는 다르네요. 

 

드디어 배가 출발합니다. 스위스와 프랑스에 걸쳐 있고 중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답게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제네바 분수며 저희가 방금전까지 있었던 호숫가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셔틀 보트는 금방 호수 건너편에 있는 포트 누아(Port Noir)에 도착합니다.

 

포트 누아(Port Noir)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 한 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건너편 선착장의 모습입니다. 셔틀 보트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 "Mouettes genevoises"인데 홈페이지를 보면 1897년부터 운영해서 120년이 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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