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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넨인을 나오면 사찰 옆에 자리한 공동 묘지를 들렀다가 철학의 길(Path of Philosophy, 哲学の道)을 따라 계속 걸어 내려 갑니다.



호넨인을 나와서 공동 묘지쪽으로 이동하다보면 숲속에서 만나게 되는 조각 작품입니다. 요시코이(ヨシコイ, Yoshikoi), 우리말로 덤불해오라기라는 작품으로 2018년에 세상을 떠난 일본의 현대 조각가 나가레 마사유키(Masayuki Nagare)의 2007년 작품입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그는 일본 전통 미학에 대한 열정으로 사무라이 아티스트(Samurai Artist)라는 별명도 있었다고 합니다.




공동 묘지라고는 하지만 입구는 무슨 사찰입구나 공원 입구 처럼 보입니다. 높은 땅값과 규제 때문에 이런 묘지 공간을 가지고 있는 집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살다가 마지막으로 가는 길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살던 사회의 모습도 반추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막부시대 일본 문화를 지킨다는 이유와 정치적인 목적으로 신토를 장려한 것과 더불어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집 근처에 있는 사원에 의무적으로 신도로 등록하게 하는 사청제도(寺請制度)를 실시 했는데 이 제도가 실시 되면서 장례 문화도 사원 중심으로 이루어 졌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게 된 승려들의 부패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화장이 의무적인데 화장이전에 츠야(通夜)라고 고인과 함께 하룻밤을 지새는 의식을 비롯해서 영결식등의 고비용의 장례식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이런 의식을 생략하는 소위 직접장이 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장례식에서도 허례허식이 빠지는 그런 날이 빨리 와야 할텐데하는 마음입니다.




도시 근교에 또는 사찰 근처에 이러한 봉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숲속에 이러한 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좋은 공간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화장후에 한 곳에 봉안한다면 그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유골을 나무나 잔디에 묻는 자연장이 널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공동 묘지를 내려오면 작은 놀이터가 하나 있는데 이곳 벤치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햇빛이 잔잔하게 들어오는 숲속 놀이터의 벤치는 걷기의 피로를 충분히 녹여 줄 만 했습니다.



현재 제주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는 귤은 일본에서 들여온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가 원산인 온주귤(溫州橘, Citrus unshiu)이라고 해서 우리 나라 귤이 일본에서 들어 왔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만 했었습니다. 군사 정권에서 수익성 높은 귤 재배라는 명목하에 일본에서 귤이 들어 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귤의 역사는 조선 시대 임금님의 진상품 중에도 있었고 고려사에도 등장하고 심지어는 삼한시대에 귤이 제주에서 일본으로 넘어 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실 귤은 인도가 원산지라고 합니다. 품종간의 교배로 워낙 다양한 품종이 탄생하고 있어서 교토에서 만난 귤나무의 커다란 귤이 무엇인지 그리 관심이 가지는 않습니다.



다리를 건너 다시 철학의 길을 걷습니다.



철학의 길(Path of Philosophy, TETSUGAKU-NO-MICHI, 哲学の道)이 항상 돌판으로 잘 정비된 인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어떤 지역은 일반 도로를 걷기도 합니다. 



길에서 만난 한 기념품점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3만엔이라는 가격이 억 소리가 나지만 청바지를 화려하게 수놓은 그림이 눈을 사로 잡습니다. 



이 점포는 화려한 제품 전시도 눈길을 사로 잡았지만 철학의 길의 옛 모습을 전시해 놓은 것에 주목하게 했습니다. 개천 옆으로 하수도관을 묻고 있는 1951년 당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의 가옥이 있어 사진으로 남겨 놓습니다. 유리 온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벚꽃이 피어 화려한 풍경을 뽐내는 4월도 좋겠지만 그때가 되면 조용하게 사색할 수 있는 철학의 길이 아니라 장사꾼과 여행자가 뒤섞여 시장이 되고 말 것입니다. 지금 겨울이 철학의 길 답지 않나 싶네요.



1월초인데 마치 봄인양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가 있네요. 동백이 아니라면 홍매화일텐데 이 곳 날씨를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개천 건너편의 다양한 식물들이 겨울에도 나름 볼거리를 제공해 주어 걷는 재미를 더합니다.



쥐의 신을 모신다는 오오토요 신사(Otoyo Jinja, 大豊神社)로 가는 입구입니다. 석등 아래 마스코트처럼 쥐 두마리를 그려 놓았네요.



잠수해서 물고기 잡느라 여념이 없는 오리들도 있었습니다.



이제 철학의 길도 거의 다 왔습니다. 한 겨울에 오전 11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 조용한 철학의 길이 걷기에는 참 좋네요. 좋은 환경에서 걷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중한 것입니다. 특히나 사람에 치이지 않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걷기 만큼 좋은 것은 없죠.



통통한 고양이 한마리가 고급 전통식 호텔과 사찰을 배경으로 앉아서 마치 사진을 찍으라고 포즈를 잡듯 얌전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럴때는 사진 한장 찍어 줘야죠!



철학의 길 끝자락입니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난젠지를 향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 걸어온 길을 돌아 봅니다.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지요. 물론 새로운 곳에서 미래에 대한 상상을 펼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철학의 길이 생겨난 근원을 따져 들어 가면 꺼림직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길 자체로는 아름다운 길이었고 걷기와 사색에 대하여 마음을 두며 걸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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