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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Path of Philosophy, 哲学の道)에서 잠시 안쪽으로 들어가서 호넨인(法然院)을 들렀다가 갑니다.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은각사에 못지 않은 멋이 있었습니다.




철학의 길에서 다리를 건너 마을길을 조금 걸으면 호넨인 입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은각사에서 철학의 길로 나가지 않고 마을길을 따라 호넨인으로 바로 올 수도 있기는 합니다.




호넨인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가지런히 쌓아 놓은 돌담과 대나무 담장을 따라가며 호넨인으로 들어 갈 수 있습니다. 호넨인(H0NEN-IN, 法然院, http://www.honen-in.jp/)은 1680년에 세워진 작은 사찰로 06:00~16:00에 개방하며 무료 입장입니다.



소박한 호넨인의 입구입니다. 당대의 권력자들이 세운 화려한 니시 혼간지나 히가시 혼간지 보다는 이러한 사찰이 불교적이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일본 전통 사찰이나 왕궁등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초가 지붕의 단면을 이곳에서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초가(草家) 지붕은 볏짚이나 밀짚, 갈대를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갓쇼즈쿠리(合掌造り), 가야부키(かやぶき) 등으로 불리는 억새풀 지붕을 올린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영국이나 독일의 전통 가옥에도 억새풀 초가 지붕을 올리기도 하네요.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모래 단상. 조금전에 방문 했던 은각사 경내에도 있었던 모래 단상입니다. 이곳의 모래 단상은 좌측에는 한자를 우측에는 꽃을 새겨놓았는데 모래 단상 자체는 물을 의미한다네요. 신성한 공간으로 들어 서기 위해서 이곳을 통과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랍니다.



모래 단상의 형태로는 은각사보다 무료 입장인 이곳이 더 나아 보이네요.



깊이가 깊지 않은 작은 연못에 잉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동물의 살생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불교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어떻게 키우게 되었을까? 의문을 가지고 찾아보니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연꽃을 심어놓은 연못에 잉어나 붕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물고기가 사나 죽으나 눈을 감지 않고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부지런하게 수행에 정진하라는 의미가 있어서 사찰과 물고기는 깊은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범어사(梵魚寺) 처럼 절 이름에 고기 어(魚)자가 들어가 있는 사찰조차 있습니다. 사찰마다 물고기 모양을 한 목어(木魚)라는 법구를 두고 예불 시간을 알리기도 합니다. 알고보니 스님들이 사용하는 목탁의 유래가 바로 목어였습니다. 덩치가 큰 목어를 들고 다니기 쉽게 만든 것이 목탁이라고 합니다.



분수라고 해야 할지 조심스럽지만, 물이 살짝 넘쳐 흐르게 만든 분수 끝에 누군가 꽃잎을 얹어 놓았습니다. 자연스레 미소를 자아 내는 풍경입니다.



이른 아침 엄마와 함께 잉어밥을 건네주는 아이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나무 뿌리가 훤하게 드러난 땅 위에 이끼가 자라는 풍경에서 호넨인의 오랜 세월이 느껴집니다. 



이끼 가득한 사찰을 부지런히 청소, 아니 다듬고 있는 분들. 이 분들이 빗자루를 들고 계시기는 하지만 쓰레기를 치우기 보다는 "다듬는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본당 전면 석단 위에 있는 보살상. 1690년에 세워진 것이라 합니다.



나무 그늘 때문에 이끼가 낀 석등이 정원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천을 칭칭 감아 놓은듯한 나무 줄기, 땅을 뒤덮은 나무뿌리, 특이하기는 하지만 나무없는 이곳 풍경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빗물 통 대신 사슬 장식으로 대신한 빗물 받이가 한폭의 그림입니다. 우리집에도 비슷한 모양으로 달아 놓을까? 하면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호넨인 구석에 자리한 10층 석탑. 경내 지도에도 단순하게 다층(多層) 석탑으로만 표시한 것으로 보아서는 중요 문화재는 아닌 모양입니다.




석탑 근처에 자리한 문사득수신(聞思得修信) 탑. 듣고(聞, Listen), 생각하고(思, Think), 받아들이고(得, Accept), 닦고(修, Practice), 믿는(信, Blieve) 우리네 삶의 올바른 사고 과정을 조형물로 작품화한 것입니다. 다시금 듣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호넨인을 나서면서 우연하게 만난 광경. 조금전에 호넨인에 들어 올때 만났던 무늬는 작업자의 손길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새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계단에 앉아 저분의 작업 과정을 턱괴고 감상하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저 분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빗자루, 수도 호스, 막대기등의 작업 도구를 보며 저분이 그려갈 작품을 상상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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