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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걷기 2일차는 히가시 혼간지부터 시작합니다.
숙소가 어제 방문했던 서쪽의 니시 혼간지와 동쪽의 히가시 혼간지 사이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히가시 혼간지까지는 걸어서 이동하게 됩니다. 어제 교토 1일차 걷기에서도 조금 먼듯한 거리를 걷는 과정에서 이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으니 오늘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숙소를 나섭니다.
히가시 혼간지 모서리에 자리한 사찰 부속의 회관 건물(동붕회관, 同朋会館)을 지납니다. 부속 회관 건물이 이 정도이니 히가시 혼간지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사찰임을 짐작케 합니다.
히가시 혼간지 회관의 길 건너편에는 주택가와 식당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쓰리기통을 두는 장소에 두 눈을 부릅 뜨고 있는 모습을 인쇄해 붙여 놓아서 "지금 지켜보고 있다"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아침 길에 저희에게 웃음을 던져준 모습이었습니다. 도시의 쓰레기 문제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히가시 혼간지는 어제 방문한 니조성 만큼은 아니지만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성곽처럼 해자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새 한마리가 지붕에 앉아 있는데 처음에는 지붕을 장식한 모형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무가 있고 환경이 좋아서 새가 찾아오는 것은 좋은데 새똥으로 하얗게 물들어 버린 기와를 보니 새똥으로 인한 오염도 골치 거리겠다 싶습니다.
일본 건축물들이 조금 밋밋하다 싶기는 하지만 그나마 대문과 측면으로 보이는 모습은 화려함이 있습니다.
히가시 혼간지(Higashi Hongan-ji, 東本願寺, http://www.higashihonganji.or.jp/)는 동절기에는 06:20~16:30에 무료로 개방합니다. 1602년에 토쿠가와 이에야스(Shogun Tokugawa Ieyasu)에 의해 세워진 사찰로 절에 있는 고에이도(Goei-do, Founder's Hall)는 길이 76미터 높이 38미터에 이르는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목조 건물이라 합니다. 규모 만큼이나 제 스마트폰으로으로는 한번에 담기지가 않네요.
히가시 혼간지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교토타워가 눈에 들어 옵니다.
신사에 가도 입구에는 항상 이런 우물과 같은 장소가 있는데 데미즈야(手水舎)라고 손과 입을 씻는 의식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안내문처럼 손 씻는 용도이니 마실 수 없는 물입니다. 국자처럼 생긴것을 히샤쿠(柄杓)라고 하는데 히샤쿠로 물을 떠서 양손을 씻고 입을 헹구고 히샤쿠 자체를 씻는 순서로 한다고 합니다. 참배전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것이죠.
멋있게 생긴 용의 입에서 물이 나오기는 하는데 옆에서 보면 제작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왠지 맛이간 용이 침을 흘리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니시 혼간지를 벤치마킹한 사찰이라서 그럴까요? 단청이며 장식이 니시 혼간지 보다는 조금 화려하게 보입니다. 여전히 우리네 사찰의 화려한 단청과 배흘림 기둥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
니시 혼간지와 히가시 혼간지에서 공통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의 경우는 빗물받이 였습니다. 거대한 지붕에서 흐르는 빗물을 양쪽의 커다란 홈통으로 받아 경내의 작은 수로를 따라 흐르게 한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히가시 혼간지의 경우 기둥도 단순 직사각형 형태가 아닌 모따기를 했고 곳곳에 세밀한 장식도 들어 갔습니다.
마루를 받치고 있는 기둥 장식, 처마 끝의 곡선미등 니시 혼간지보다는 낫다하는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처마끝에 매다는 풍경은 동양 건축물에서 그 완성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건물의 전체적인 덩치에 비해서는 작지만 풍경의 멋이 있네요. 바람에 찰랑 찰랑 소리를 낼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이제 히가시 혼간지 관람을 끝내고 큰길을 건너서 긴카쿠지(은각사, Ginkaku-ji, 銀閣寺)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쇼세이엔 정원 뒷편으로 도보로 이동 합니다.
히가시 혼간지에서 나오면 쇼세이엔 정원을 감싸고 돌아 약 800미터 떨어진 카와라마치 쇼멘 정류장(Kawaramachi Shomen Bus Stop)으로 이동합니다.
쇼세이엔(渉成園) 정원의 입구입니다. 1602년에 만들어진 정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하고 입장료는 500엔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개장 직전 시간이라 그랬는지 경비아저씨가 서있는 모습이 마치 공공기관 입구와 같은 엄중한 분위기였습니다.
쇼세이엔(渉成園) 정원을 돌아서 뒷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교토의 버스 정류장에는 한글로 정류장 이름이 적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은 모양입니다. 정류장의 형태도 서울이 베낀거야? 아니면 교토가 베낀거야? 할 정도로 서울의 버스 정류장과 모양과 색상, 전광판까지 모두 비슷했습니다.
은각사로 가는 킨린샤코매행(Kinrinshakomae, 錦林車庫前行) 17번 버스가 곧 도착한답니다.
하차시 버튼을 누르는 것은 한국과 동일합니다.
일본의 경우 외곽을 운행하는 버스는 뒷문으로 탈때 정리권이라고 부르는 종이를 뽑아서 탑니다. 어떤 정류장에서 승차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 정리권을 기반으로 요금을 지불하게 됩니다. 거리별 차등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입니다. 그렇지만 교토 시내 버스의 경우에는 정액제이기 때문에 뒷문으로 그냥 타고 내릴때 현금을 지불하거나 패스를 제시하면 됩니다. 안내판이 잘 되어 있고(심지어 한글 안내도 나옵니다) 버스 기사분들도 급하게 막 달리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안내판을 잘 보고 내리면 됩니다. 저희는 여정에 버스를 여러번 타는 것이 아니라서 현금으로 직접 지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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