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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먼 거리이기는 했지만 교토역에서 니시 혼간지를 거쳐 니조성까지 걸어 오는 길은 나름 걷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대로변이어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는 풍경을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걷기 여행의 매력이죠. 숙소 사무실에 배낭을 맡길때 기모노를 입은 직원이 니조성까지 저희가 걸어 간다니까 걱정어린 눈길로 버스를 타라고 했는데 그 직원은 저희가 누린 이 재미를 알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상에서는, 버스 안에서는 만날 수 없는 수많은 모습을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니조성 바로 앞에 있는 일본도(日本刀) 매장의 모습입니다. 왜구와 임진왜란 당시 저런 칼에 목숨을 빼앗긴 수많은 민초들을 생각하면 섬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코스프레 축제에서 만화 캐릭터 복장을 한다고 모형 일본도를 구해 방에 전시하고 있는 아들 내미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도는 휘어진 외날이 특성인데 닌자들이 사용하는 칼은 직선이라고 하네요.



니조성(Nijō Castle, 二条城, http://www2.city.kyoto.lg.jp/bunshi/nijojo/)에 도착 했습니다. 무채색의 망루가 만화속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니조성은 이중 해자 구조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성 외곽에 1차 해자가 있고 성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에 해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가진 권력만큼 평안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항상 목숨의 위협을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현실을 보는 듯 합니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은 권력, 돈과 비례하지 않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오전 8:45~오후 5:00에 개방하고 입장료는 600엔입니다. 500엔에 한국어 음성 안내기를  임대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관람 통로를 따라서 천천히 둘러 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600엔 입장료를 내고 입장합니다. 입구에서 한국어 안내서를 집어 니조성 내부를 어떻게 걸을지 코스를 정하고 길을 나섭니다.




별궁 앞에서 기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니조성 니노마루 궁전(二条城 二の丸御殿)입니다. 우측의 사진이 니노마루 궁전 입구인데 입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궁전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남긴 것은 없지만 베르사유 궁전이나 마드리드 왕궁 내부 관람과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냥 다다미 방의 연속이라면 너무 폄하하는 것 같고 아무튼 소박한 방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여섯개의 연결된 건물을 관람 통로를 따라 삐걱 거리는 마루길을 걷다 보면 입구로 다시 돌아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니노마루 궁전을 관람하고 입구 건너편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어 갑니다. 벤치 옆에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 우물로 사용했던것 같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니조성과 니노마루 궁전은 1603년 에도 시대(1603~1867)의 첫 번째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세우기 시작한 곳으로 세계 문화 유산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조선 정벌에 실패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자 무력으로 일본을 통치하기 시작한 인물로 264년간 도쿠가와 가문의 쇼군들이 일본을 지배한 에도 막부 시대를 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 시기에 조선 통신사를 수회 초청하는등 19세기초까지 조선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 역사에 위조된 국서 사건이 끼어 있다는 씁쓸함도 있습니다. 1백만이 넘는 인명을 앗아가고 나라를 황폐하게한 임진왜란에 대한 사과를 위조된 국서로 인정한 당시 조선의 조정 대신들과 선조가 아니었다면 그 이후 일제 강점기도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니노마루 궁전을 나와 니조성 니노마루정원(二条城 二の丸庭園)을 걷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조용히 정원 잔디밭의 잡초를 뽑는데 여념이 없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한 나라의 힘은 유명 정치인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일을 감당하는 이름없는 이들에게서 나옴을 생각해 봅니다.



겨울의 니노마루정원은 꽃이 한창일 무렵의 풍경 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오밀 조밀 정원의 정수를 보여 주는 듯 합니다.




겨울 나기를 위해서 짚으로 감싸놓은 나무를 비롯해서 조금 전에 만났던 정원사 아주머니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지는 정원입니다. 



니노마루정원을 나서면 니조성 본성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니노마루 정원을 감싸고 있는 대나무 담이 눈길을 끕니다.




내부에 해자가 하나더 있습니다.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닌자들도 이런 해자를 쉽사리 통과하기는 어려웠을듯 합니다. 이중 해자를 가진 성 안에 있으면 과연 안심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봅니다.



해자를 지나는 다리에 놓인 철문. 




내성에도 혼마루 정원(本丸庭園)이 있습니다. 어김없이 이곳에도 묵묵히 정원을 돌보시는 분들이 자신의 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제초제를 뿌리는 것으로 잔디 관리를 하거나 봄, 여름, 가을에 계절 별로 올라오는 잡초를 제거할 줄 알았는데 겨울에 저렇게 제초에 열심인 모습은 의외이기는 합니다. 




내성에 있는 니조성 천수각 터(二条城 天守閣跡)에 올라서 바라본 주변의 모습들입니다. 이곳에 있던 천수각(덴슈, 天守閣)은 일본성에서는 가장 높고 큰, 상징과도 건물로 주변을 쉽게 살필 수 있어서 무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을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후에 방문할 와카야마성에서는 실제 천수각에 오를 예정입니다.



성벽의 돌들을 보면 각도가 제각각으로 엉성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 촘촘하게 쌓은 것이 잉카의 성벽을 연상 시키기도 합니다. 




내성의 반대쪽 다리를 통해 해자를 건너서 이제 정문쪽으로 향합니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이러한 관람 경로대로 걷더군요.



카모 칠석(加茂七石)이라는 이름의 작은 정원.



수석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일수도 있겠다 싶지만,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 수석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취미는 한국, 중국, 일본의 고유한 문화이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의 수석과 관련한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 간다고 합니다.




정문 근처에도 청류원(清流園)이란 정원이 있었는데 잎이 나오고 꽃이 피면 이곳도 장관이겠다 싶기는 했습니다. 약간 흐린 겨울 날씨에 가지치기한 나무 가지들이 더해져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날씨와 분위기를 언급하며 을씨년스러웠다고 했는데 "을씨년스럽다"의 말의 어원이 을사년(乙巳年)에 강제로 이루어진 을사늑약(乙巳勒約)에서 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날씨가 내게 그냥 온 것이 아님에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 봅니다. 나라를 잃은 그때의 허망함과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우리의 선조들은 "을사년스럽다", "을씨년스럽다"라고 했을까!



무슨 나무인지 몰라도 무서운 모양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이 나무도 봄이 되면 자신의 진가를 뽐내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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