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기 44 - 세르카니아스로 아토차역으로 이동하기

산 안토니오 데 라 플로리다 성당(Ermita de San Antonio de la Florida, Panteón de Goya)과 주변을 둘러보고 프린시페 피오(Príncipe Pío)역에 도착하면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의 저녁 무료 관람을 위해서 아토차(Atocha)역까지 통근 전철인 세르카니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세르카니아스(Cercanías)는 마드리드 시내와 외곽을 이어주는 메트로와 기차의 중간 레벨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도 승객이 많은 주요 기차역에는 대형 쇼핑 센터와 영화관이 함께 있듯이 프린시페 피오(Príncipe Pío)역도 영화관, 음식점, 마트, 쇼핑센터 등이 몰려 있었습니다. 저희는 시간이 그렇고 맘에 드는 음식 메뉴도 눈에 들어오질 않아서 무료 화장실만 들렀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주요 만남의 장소중에 하나 일것 같았습니다. 프린시페 피오역은 메트로와 세르카니아스 전철의 환승역으로 규모가 있는 역입니다.

1925년에 지어진 기차역을 헐어내고 새로운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옛 기차역의 정취를 살리면서 복합 레저 센터를 만들어낸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파리의 라자흐역도 연상되고 베르사이유 궁전에 가기위해서 통근 열차인 트랑지리엥을 탔던 몽파르나스역도 떠오르게 하는 풍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옛 기차역이 남아 있다면 서울역 한 귀퉁이에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나 기차 운행이 중단된 산골역이 고작인데 100년 가까이된 기차역을 멋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부럽네요....

외관의 건물 뼈대를 보면 기차역을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퐁피두 센터 처럼 환기통이나 배관이 드러나 보이는 디자인이 눈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세르카니아스(Cercanías)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은 메트로 자판기가 아닌 전철 자판기에서 언어 선택 > 티켓타입 선택(1회용 Single ticket, billete sencillo) > 출발/도착역 선택(Príncipe Pío/Atocha Cercanías) > 결제 순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프린시페 피오(Príncipe Pío)역에서 아토차(Atocha)역까지 1인당 1.7유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까지 사용했던 종이 티켓입니다. 하차역에서 나갈 때 티켓을 다시 기계에 넣어야 하므로 잘 보관해야 합니다.

아토차 방면으로 이동해서 아토차 세르카니아스 (Atocha Cercanías)역까지 통근 전철인 세르카니아스 C1, C7, C10 중에 하나를 타고 이동합니다. 

저희가 탄것은 2층 전철이었습니다. 정해진 자리가 없으므로 빈자리를 찾아 앉아서 10여분이면 아토차역에 도착합니다. 전광판 안내가 잘 나오므로 내리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파리의 트랑지리엥 전철과 색깔만 다를뿐 정말 비슷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토차 역에 도착하니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중심역답게 전철마다 사람들이 한가득입니다. 대도시의 러시아워는 어느나라나 비슷한 풍경입니다.

마드리드 도착 첫날 공항버스를 내린 곳도 아토차역이기 때문에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헌책방길을 들러서 가기로 했습니다.

첫날에는 이곳에 아침 일찍 도착해서 문을 연 책방이 한두곳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후에 오니 좌판도 열리고 다양한 책방이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책방 별로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아도 책 쇼핑이 즐거운 이들에게는 이곳은 사랑방과 같은 곳이지요.  

아이쇼핑하며 책을 살까 말까 하다가 두권에 5유로 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구입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스페인어 실력이 좀더 향상되면 재미있게 읽어 볼 기대가 있습니다. 기대에 부풀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네요.

헌책방길인 모야노 거리 또는 모야노 언덕 입구에는 회전 목마가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이른 아침이라 천막을 치고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천막을 걷은 회전 목마를 보니 밤이 되면 운치를 더해주는 풍경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