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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무데나 대성당에 이어진 여정은 성당 남쪽으로 잠시 돌아서 캄포 델 모로(Campo del Moro) 정원을 들러 산 안토니오 데 라 플로리다 성당까지 강을 따라 북쪽으로 쭉 걷는 것으로 캄포 델 모로 정원을 가기 전에 마드리드의 작은 공원들을 거쳐서 갑니다.
마드리드 남쪽에서 마드리드 왕궁과 알무데나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바일렌 거리(Calle de Bailén)는 상당한 높이를 가진 세고비아 다리(Viaducto de Segovia)를 통해서 남북이 연결 됩니다. 세고비아 다리 위에서 바일렌 거리만을 바라 본다면 다리 양쪽으로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 다리가 있는지 모를 정도이지만 아래에서 보면 최대 높이가 23미터에 이를 정도를 상당히 높은 다리입니다. 1874년에 처음 다리가 세워 졌다가 지금의 다리는 1934년에 세워진 것이라 합니다. 다리 위에서 서쪽으로는 세고비아 대로를 따라 좋은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고비아 다리 동쪽은 마드리드 시내 중심지 입니다. 세고비아 다리에 유리벽이 설치된 이유를 보니 한 때 이곳은 "자살 다리"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서울 인도교에 있었던 자살 소동이랄 것도 없이 이곳에서는 순간이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을 던졌던 사람의 수가 20세기 이후로 5백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슬픈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모레리아길(Calle de la Moreria)로 우회전 하면 아카시 나무의 한 종류 처럼 보이는 나무가 커다란 꼬투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랍인이나 무슬림을 통칭해서 무어 또는 모로라고 부르는데 모레리아길이라 이름 붙은 이유도 11세기 이후로 이 근처가 무슬림들의 집단 거주지였기 때문이라 합니다. 모레리아길을 따라가면 비스티야스정원(Jardín de las Vistillas)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스티야스정원으로 가는 모레리아길의 모습 쭉쭉 뻗은 나무와 한적함이 있습니다. 좌측의 붉게 칠해진 건물은 유명 플라멩코(Flamenco) 공연이 있는 코랄 데 라 모레리아 레스토랑(Corral de la Morería Restaurant, http://www.corraldelamoreria.com/) 입니다. 식사+공연, 음료+공연 방식이지만 50유로 정도로 쇼만 볼 수도 있습니다.
비스티야스 정원은 언덕 꼭대기에서 아래쪽으로 경사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세고비아 대로를 비롯하여 강도 보이고 알무데나 대성당을 비롯한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계단을 따라 쭉 내려가는데 저녁이라면 계단에 앉아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딱인 곳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래피티(graffiti)라 부를 만한 것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애들 낙서다 싶은 수준의 것들도 많아서 이거 도시의 후미진 곳을 걷는 것 아니야? 하는 불안함이 엄습해 오기도 했습니다.
수준 낮은 낙서를 대신해 주는 것은 나무와 꽃들이었습니다.
공원 아래쪽으로는 산 다마소 신학교(Universidad Eclesiástica San Dámaso)가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고요하기만 합니다. 차와 사람으로 북적이는 마드리드 시내가 바로 지척인데 한 쪽은 정말 조용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한 아파트의 외벽, 방범창과 블라인드입니다. 산티아고 숙소에서도 겪은 일이지만 스페인에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플라스틱 개폐형 블라인드를 많이들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사용법을 몰라 처음에는 허둥 거리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외벽은 칠이 낡아 떨어지고 있었지만 1층의 방범창은 단순한 감옥 같은 창살이 아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내 집을 감옥으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숲속에 있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세고비아 다리에서 내려 보았던 세고비아 대로(Calle de Segovia)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고비아 대로(Calle de Segovia)를 건너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하면 아테나스 공원(Parque de Atenas) 입니다.
세고비아 대로에서 바라본 세고비아 다리의 모습입니다. 다리 근처를 비롯해서 알무데나 대성당과 마드리드 왕궁 서쪽은 나무들이 울창한 조용한 공원 지역입니다.
견공들과 공원으로 산책나온 아저씨의 모습. 아저씨의 커다란 덩치에 비해 몸집이 작은 견공들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입니다.
아테나스 공원(Parque de Atenas) 벤치에 앉아서 도시락과 함께 잠깐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공원의 시작은 16세기에 펠리페 2세가 기사들간의 경기를 위해 주변의 땅을 구입한 것이 시작 이었다고 합니다. 한때는 모래밭으로 방치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을 거쳐 1971년 옛 이름 Campo de la Tela에서 당시 소피아 공주에 경의를 표하며 아테나스 공원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공원에 있는 큰 나무들 덕택에 한낮의 태양을 피하며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테나스 공원에 있는 공중 화장실.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공중 화장실 보기가 어려운데 스페인의 공공 공원에는 대부분 무료 공중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이곳도 나름 깨끗했습니다. 덩치있는 관리인이 지키고 앉아 있어서 부담이 있었지만 가볍게 인사하니 상냥한 사람이더군요. 까바예로스(CABALLEROS)가 신사용, 세뇨라스(SENORAS)가 숙녀용을 의미합니다.
동남아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외국 여행에서 소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커다란 소나무를 보니 이곳이 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측 사진을 보면 울타리 너머에도 나무들이 많은데 바로 그곳이 왕궁 뒷편에 있는 캄포 델 모로(Campo del Moro) 정원입니다.
나무가 울창한 만큼 공원은 새들의 안식처 입니다. 조용한 공원에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새소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 한마리가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포즈를 취하듯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마드리드의 놀이터. 여러 놀이 기구는 부모님이나 어른의 책임하에 사용해야 한다는 안내문입니다. 분명한 나이 제한과 엄격한 통제, 체계적인 관리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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