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대변항이 보이는 곳에 있는 오랑대. 바위 위에는 지붕에 작은 탑을 만들어 놓은 용왕단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인근 해광사라는 사찰에서 관리하는 것이라 한다. 오랑대의 유래에 대해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에 근거한다는 설, 기장에 유배당한 친구를 찾아온 다섯 시랑에 기원한다는 설, 오랑캐가 쳐들어 와서 생긴 이름이란 설 등이 있다. 어떤 유적이 있는 사적지는 아니다. 오랑대 공원은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기도 하지만, 해안을 채운 암석들 만큼 지질 공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장소이다. 멀리 목적지가 보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하는 말도 나오고, 시간의 여유가 보이니 마음도 평안하다. 2Km 남짓 남은 것 같다. 해안 산책로로 잘 정비된 길이니 만큼 길도 좋고, 눈을 즐겁게 하..
해파랑길 2코스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걷기를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나는 시점이다 보니 옆지기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내가 생생하다는 말은 아니다. 옆지기의 힘듦을 핑계로 가끔씩 쉬어가고 있는 신세이다. 계단이나 내리막 길을 내려갈 때면 얼굴의 모든 근육이 지렁이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해동 용궁사 입구의 모습인데, 이 근처 인기 관광지 답다고 해야 할까?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주말이라고 상상하니, 억! 소리가 난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하는 12 지상이 세워진 입구의 모습이다. 홍콩 어딘가, 마카오 어딘가에서 본모습이다. 중국뿐 아니라 동양권 어디를 가든지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하루의 시간대를 나누고, 방향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한 십이간지..
우리나라 서핑의 메카 송정 해수욕장을 지나서 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죽도 공원으로 향한다. 송정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죽도 공원은,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대나무가 많던 장소라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현재는 대나무 대신 울창한 소나무가 공원을 채우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곳곳에 벤치와 평상이 설치되어 있어서 쉬어가기 참 좋은 곳이다. 물론 해안가로 조성된 산책길도 한 바퀴 돌기 좋은 곳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계단으로 진입한다. 조금 전 송정 해수욕장 구입했던 사과. 옆지기가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하니 어떻게든 사과를 구입해야겠는데, 해안가에는 큰 마트는 없고 편의점만 몇 개 있을 뿐이었다. 한 편의점에 들어가 "혹시, 사과도 팝니까?"하고 물어보니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없다고 한다...
산아래로 보이는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지금 한창 확장 공사 중이다. 철로변 산책길을 선택하면 청사포 다릿돌 스카이워크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지만 숲 속 길로 가는 원래의 해파랑길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청사포 다릿돌 전망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청사포라는 포구의 이름도 예쁘고, 다릿돌이란 단어도 참 예쁘다. 다릿돌은 징검다리의 돌을 의미하는데 전망대 부근에서 해상 등대까지 가지런히 놓인 암초들이 징검다리 같아서 이곳 사람들이 다릿돌이라 했다 한다. 청사포란 단어를 듣고 처음 상상한 것은 푸른 모래가 있어서 그런가 했다. 그러나, 실상은 푸른색 구렁이에 관한 전설로 생겨난 이름인데 나중에 뱀 사(蛇) 자를 모래 사(沙)로 바꾼 것이라 한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간절히 기다리는 아내를 보고 용왕..
이른 아침 해파랑길 2코스를 걷기 전에 숙소를 나와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 한여름의 인파도, 늦은 밤의 행락객들도 없는 고요함 그 자체이다. 평일에다 이른 아침이니 이곳 미포항에서 저 멀리 동백섬까지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오늘 2코스 걷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준다. 해파랑길 2코스는 미포항을 출발하여 엘시티 옆길 오르막을 통해서 미포 교차로를 향해 나아간다.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이용한 해운대 블루 라인 파크를 만날 수 있다. 미포에서 송정 해수욕장까지 운행하는 해변 열차와 철길 옆으로 높게 레일을 설치해서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운행하는 스카이 캡슐을 탈 수 있다. 예전에 가족 여행을 위해 해운대 전통시장 안에 있는 펜션을 예약해 놓고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