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리 카페에서 한숨 쉬어간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서 금능 해변에 이른다. 올레길 13코스, 14코스 내내 바다 없이 내륙으로만 걷던 경로는 이제 바닷가 해안길을 이어간다. 그 첫 번째 장소는 월령리 선인장 군락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선인장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래사장도 없는 월령리, 반포리 해변도 해수욕하는 사람들, 서핑하는 사람들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를 보니 현무암 바위 지대에 뿌리를 내린 선인장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월령 코지 인근에 있는 풍력 발전기가 주위 풍경의 주연을 담당하는 듯하다. 검은 현무암 해변, 현무암에 착 달라붙어 ..
올레길 14코스는 굴렁진 숲길과 월령 숲길을 지나면 하천을 따라 해변으로 나가 월령리에 이른다. 굴렁진 숲길을 지난 올레길 14코스는 월림리에 위치한 제주시 서부 매립장을 지난다. 2002년에 매립을 시작하여 이미 매립 용량은 초과했고 2019년에 매립을 종료한 상태인 매립장이다. 공공시설인 만큼 철제 울타리도 쳐있다. 매립장을 지나면서 제주도가 당면한,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도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에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2019년 필리핀으로 갔다가 되돌아온 제주도 생활 쓰레기 사건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늘어난 관광객과 인구를 소화하지 못하는 제주도의 쓰레기 소각 및 매립 능력만을 탓할 상황은 아니다.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