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벌교 역전과 시장을 지나 시가지를 빠져나가 벌교천 강변 둑방길을 걷는다. 예전에는 칠동천을 건너기 위해서 조금 돌아갔으나 지금은 선착장 보도교를 통해서 조금 짧게 길을 갈 수 있다. 벌교대교 인근에서 갈대밭 사이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데크길을 걷는다. 데크길은 벌교 생태 공원 건너편까지 이어진다. 이후로는 둑방길을 걸어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벌교대교 아래를 통과하고 봉황마을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장암리에 이른다. 촉촉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벌교역전에서 좌회전하여 63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이른 아침부터 역전 인근 시장 인근은 활기가 넘친다. 벌교역을 통해서 이동하는 방안도 여러 번 검토했지만 군내버스 연계등을 감안하면 순천을 거쳐 벌교 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
62코스에 이어서 걷는 63코스는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주요 장소를 따라 벌교 읍내를 한 바퀴 돈다. 부용교 앞에서 출발하면 강변 산책로를 걷다가 도로로 올라가 벌교 홍교를 통해서 벌교천을 건넌다. 벌교천을 건너면 채동선 선생 생가를 지나 부용산 M1 고지를 올라 벌교 시가지를 둘러본다. 산을 내려오면 시가지를 걸으며 소설에 나오는 벌교 금융조합과 보성 여관을 차례로 지난다. 25Km에 육박하는 남파랑길 62코스를 끝내고 63코스의 벌교읍내 구간을 걸을지 여부를 옆지기와 딸내미에게 물으니 그냥 가자고 한다. 힘들어서 멈춰서 허리를 숙이며 쉬었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는 딸내미의 모습이지만 계획대로 가겠다고 한다. 똥고집은 누구를 닮았는지...... 결국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오늘만 8시간째 걷고 있으나..
25Km에 육박하는 긴 코스인 남파랑길 62코스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순천에서 보성으로 넘어올 때부터 갯벌과 함께한 길은 계속 둑방길을 따라 벌교천까지 따라 올라간다. 호동리 둑방길을 걸으며 남해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며 장양항을 지나고 진석마을과 쟁동마을을 지나 벌교생태공원에 이른다. 벌교천을 따라 벌교대교 아래를 통과하고 경전선을 통과하면 벌교 부용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호동리 해변의 둑방길에서 만난 벤치가 얼마나 반갑던지, 갯벌을 바라보는 둑방길에 설치된 벤치라니 깔끔하게 정비된 길도 훌륭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길을 이어간다. 호기롭게 엄마, 아빠를 따라 처음 남파랑길을 걷고 있는 딸내미는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오기로 걷고 있는 모양이다. 걷기는 자신과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