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남천을 건너 동호리 해변에 도착한 해파랑길 48코스는 동호리와 봉호리를 지나 북천을 건너 송죽리로 넘어간다. 동호리 해변길에서 장우산을 들고 혼자서 해파랑길을 걷고 계신 어르신을 만났다. 50코스까지 서너 번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이다. 터벅터벅 속도가 빠르시지도 않고, 가끔은 바닥에 주저앉아 지도나 안내서를 보시기도 하신다. 내심 우리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는데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그분에게도 우리에게도 각자의 흐름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 감자가 나올 시기답게 감자 밭에는 감자꽃이 피었고 열매가 맺힌 곳도 있다. 감자도 마늘도 땅속 작물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마늘도 감자도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열매를 심으면 마늘도 감자..
조금씩 나누어 걸어온 해파랑길 걷기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장마를 앞둔 시기, 비가 살짝 갠 며칠 사이에 남아 있던 3개 코스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따뜻한 청년을 만났던 가진리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남천을 건너 동호리에 이른다. 중부 지방에서 고성군으로 가는 방법을 여러모로 찾아보았지만 자동차로 가지 않는 방법으로는 서울의 동서울 터미널을 거치는 방법이 제일 좋았다. 며칠 전부터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이 없어지는 모습이었는데 실제 당일에도 동서울을 출발하는 버스는 좌석을 꽉 채웠고 혹시 예약해놓고 출발시간까지 오지 못하거나 취소하는 좌석에 타려고 버스 앞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KTX로 서울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며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강변역에 내리며 화장실도 ..
해파랑길 43코스는 양양 국제공항이 있는 동호리를 지나 선사 유적로 도로변을 걷다가 수산항을 잠시 들렀다 나오면 도로변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동호리 해변으로 나가는 길, 뒤편으로는 양양 공항의 울타리 언덕을 뒤로하고 동호리 마을길로 들어간다. 옛날에는 구릿빛 호수가 있어서 동호리라 불렸다는데 지금은 큰 골프장과 국제공항이 생긴지라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동호리 해변으로 나오니 43코스의 목적지인 수산항이 4.4Km 남았다고 한다. 43코스도 절반 이상 걸었다. 동호리 해변은 다른 유명 해수욕장처럼 북적임은 없지만 깔끔하면서도 한적한 매력이 있었다. 곳곳에서 자유롭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캠핑 천국은 이곳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어 사람들이 몰리면 이런 여유는 ..
하조대 해변에서 시작한 해파랑길 43코스는 7번 국도 인근으로 이어지는 중광정리 마을길을 얼마간 걷는다. 중광정리 마을길을 지나면 여운포리와 상운리를 지나 동호리로 이어지는 선사 유적로 도로변을 걷는다. 양양 국제공항 옆으로 접근하는 길이다.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어제의 하조대 해수욕장은 간데없고 이른 아침 하광정리 해변은 고요함을 넘어 적막할 정도이다. 모래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넓은 해안을 지나 나지막이 들릴뿐이다. 해파랑길의 아침 바다는 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조용한 하조대 해수욕장을 걷다가 중광정리 해변을 만나면 좌회전하여 7번 국도 방향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인도를 아예 무료 주차장으로 만들고 해변으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데크길을 별도로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