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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의 현장인 바스티유 광장(Place de la Bastille)에 도착하면 볼테르, 마리 앙투아네트 등이 수감되었던 바스티유 감옥은 흔적도 없고, 넓은 광장만 남아 있습니다. 원래 바스티유 감옥은 100년 전쟁 당시 샤를 5세가 파리 동부를 방어하기 위한 요새로 만들었는데 루이 13세때 감옥으로 처음 사용되었고, 50여명의 죄수들을 관리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엄청나게 많은 죄수가 있었던것은 아니고 7명의 죄수가 있었는데 1789년 7월 14일 감옥을 점령한 혁명군과 정부군이 시가전으로 확대되면서 혁명의 시초가 된 곳입니다.
도로 중앙에 위치한 7월 기념주(Colonne de Juillet)는 1789년 7월의 바스티유 습격을 기념한 것이 아니라 1830년 7월 27, 28, 29일(영광의 3일, Trois Glorieuses)의 7월 혁명을 기념해서 필리프 1세가 세운 것입니다.
공사중이라 저는 볼 수 없었지만 기념주에는
"À la gloire des citoyens français qui s'armèrent et combattirent pour la défense des libertés publiques dans les mémorables journées des 27, 28, 29 juillet 1830."
라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잊을 수 없는 1830년 7월 27일, 28일, 29일에 공공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를 무장하고 싸운 프랑스 시민들의 영광을 위해"라는 의미입니다. 기념주 아래 지하 묘지에는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에서 희생된 수백 명의 유해가 안장되어있다고 합니다. 공사중이라도 공사 가림막에 광고를 잊지 않는 파리시 행정에 "꼼꼼하다"고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7월 기념주와 함께 바스티유 광장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 오페라 바스티유입니다.
오페라 바스티유(Opéra Bastille, https://www.operadeparis.fr/en)는 1989년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서 세워진 최신식 극장으로 오페라 및 발레 전용 극장이 있어 거의 매일 공연이 열립니다. 이번 파리 걷기여행에서는 정식 공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 아쉬움으로 남기고 극장 앞으로 해서 포브르 생 탕투안 거리(Rue du Faubourg Saint-Antoine) 쪽으로 이동합니다.
원래 계획은 포브르 생 탕투안 거리(Rue du Faubourg Saint-Antoine) 시작점에 있는 슈발 블랑 파사주(Passage du Cheval-Blanc)를 거쳐서 가려고 했는데, 위의 사진처럼 문도 닫혀있고 파사주 이름의 'P'자도 떨어져 있고 지저분하게 관리되는 정문으로 미루어 볼때 관리하지 않고 있거나 이곳 주민들이 개방을 원치 않고 있는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카페 앞쪽의 포브르 생 탕투안 거리로 걷습니다.
포브르 생 탕투안 거리(Rue du Faubourg Saint-Antoine)를 걷다가 샤혼느가(Rue de Charonne)로 좌회전하는데 그 교차점에 있는 샤혼느 샘(Fontaine de Charonne)입니다. 파리 역사 기념물이란 표지가 서 있지만 낙서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되어 보입니다.
샤혼느 샘(Fontaine de Charonne)은 1719 ~ 1724에 세워진 것으로 근처에 살았던 양조업자 트로뉴(Trogneux)의 이름을 따서 트로뉴 샘이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샤혼느가(Rue de Charonne)를 걷다가 첫번째 갈림길에서 라프 거리(Rue de Lappe)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해서 쭉 걸어가면 됩니다. 라프 거리는 거리 입구부터 옛스러운 거리 분위기가 풍깁니다.
라프 거리는 17세기에 이곳에 정원을 가지고 있었던 제라르 드 라프(Gérard de Lappe)라는 정원사의 이름을 딴 거리로 위의 사진처럼 파리 역사 기념물입니다.
거리 자체가 파리 역사 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은 장소이고 여러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지만 저 의미없는 낙서는 거의 폭력에 가깝다고 느껴지네요.
아직 오전 11시가 되지않은 시간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지만 라프 거리에서는 이탈리아, 태국, 베트남, 일본, 인도, 모로코, 레바논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과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쿠조 마트(koozo, 오전 11시 오픈)라는 한국 식료품점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길가로 물을 흘려서 거리 청소를 하는지 고대 거리에서 상쾌한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간판 작업 풍경입니다.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직접 붓을 들고 간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릴적 극장 앞에서 다음에 상영할 영화 간판을 그리던 화가들이 생각납니다. 컴퓨터와 플로터로 쓱쓱 만들어 버리는 우리네 간판과는 다른 정겨움이 있습니다. 이분들 작업을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한참을 보았네요.
매일 문을 연다고 적혀있는(ouvert 7 jours sur 7) 셀프 서비스 세탁방(laverie libre service)입니다. 그런데, 세탁방보다는 세탁방에 걸려있는 5.99유로라는 도미노 피자 가격에 눈길이 갑니다. 메뉴 차이와 환율 차이가 있겠지만 파리 중심지 피자 가격이 한국보다 싼것은 아닌지...... 라프 거리를 계속 직진하면 목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바스티유 재래시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장소보다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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