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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팔레(Grand Palais)와 그랑 팔레 뒷편의 발견의 궁전(Palais de la Découverte)을 거쳐서 이제 개선문을 향하는 길인 샹젤리제 거리로 향합니다. 참고로 2014년 올림픽은 파리에서 열리는데 그랑 팔레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고 하는 군요. 아, 2024년의 파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발견의 궁전 북쪽을 걷다가 장 구종가(Rue Jean Goujon)로 좌회전하여 프랑수아 1세 광장(Place François 1er)을 향해 걷다보면 입지가 입지인 만큼 5성급 호텔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 하나 생 레지스 호텔(San Regis Hotel)입니다. 객실 창 밖으로 붉은색 꽃을 내걸었습니다. 고도 제한이 있어 마천루 호텔을 지을수 없으니 나름 소소한 곳에 손을 많은 쓰는 모양입니다.



마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고택의 입구처럼 손잡이를 콩콩 두드려 집주인을 불러야 할 것 같은 손잡이가 달린 대문입니다.



프랑수아 1세 광장(Place François 1er) 입니다. 6개의 길이 만나는 교차로인데 파리 걷기에서 길을 잘 찾지 못하면 헤매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잘 못 꺾으면 엉뚱한 길로 가기 때문이죠. 이번 여행에서 이런 길을 처음 만나다 보니 지도를 보면서 몇번째 교차로로 이동할 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기는 했는데,  결국은 상젤리제 쪽으로 바로 이동하지 못하고 걷다보니 세느강변의 알마교(Pont De L'Alma)까지 걸었습니다. 점점 파리 길에 익숙해 진 다음부터는 지도와 함께 건물 상단에 붙은 길 이름으로 가야 할 길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길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덕택에 의도치 않은 귀중한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 구종가를 계속 걸은 것인데 길을 가다보니 아르메니아 성당(Cathédrale Arménienne Saint-Jean-Baptiste)에서 결혼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식을 집전한 신부, 하객들.....영화에서나 볼법한 광경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02 ~ 1904년에 세례 요한을 기리면 세워진 성당이라고 합니다.



아르메니아 성당 바로 옆에 있는 노트르담 드 콘솔라시옹(Notre Dame de Consolation). 이 성당은 자선 시장(Bazar de la Charité)이 있던 곳에 세워진 것으로 이 시장은 1885년부터 매년 열리는 자선 행사 였는데 1897년 큰 화재가 나서 126명의 목숨을 앗아 갔는데 그중에는 귀족 여성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노트르담 드 콘솔라시옹은 이 화재의 희생자들을 기리면서 세운 것이라 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1897년 이 안타까운 화재의 원인은 바로 질산염 필름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889년 코닥이 만들기 시작한 질산염 필름(Cellulose nitrate film)은 빛과 반응하는 성분을 바른 유제층과 질산염의 기반층으로 이루어 지는데 질산염 필름이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 스스로 불이 붙을 정도로 가연성이 높아서 정밀한 보관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손상되거나 화재의 원인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몽테뉴 거리(Avenue Montaigne)를 거쳐서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로 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었구나 하고 깨달은 것이 위의 조각상이 있는 교차로에 도달한 다음이었습니다. 걷다보면 마로니에가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가 나오겠지 했는데 마로니에 가로수길은 나오지 않고 세느강변에 도착한 것입니다. 몸도 슬슬 지쳐가는데 길까지 잃다니.......ㅠㅠ




조각상은  벨기에 조각가 이시도르 드 루더(Isidore De Rudder)의 "감사하는 벨기에로부터 프랑스에게, To France from a grateful Belgium 1914 - 1918"라는 작품 입니다. 프리지아(Phrygian) 모자를 쓴 왼쪽 여성이 프랑스를 의미합니다. 프리지아 모자는 혁명과 자유를 의미한다고 하죠. 조각상은 1923년에 제작된 것으로 1914~1918이라는 년도 표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1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독일의 치하에서 참혹한 상황을 겪은 벨기에가 프랑스에 감사의 마음으로 세운것입니다. 유사하게 영국 런던에도 "TO THE BRITISH NATION FROM A GRATEFUL BELGIUM"이란 작품이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1차 대전 당시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동맹이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에 맞서 싸웠는데 중립국이었던 벨기에가 독일에 침공 당한것은 독일의 프랑스 침공 전략에 협조하지 않은 이유였다고 합니다. 당시 벨기에가 독일에게 당한 참혹함은 우리나라에 대한 일제의 폭압과 수탈에 비견할 정도 였다고 합니다. 벨기에의 아픔과 더불어 900만명이 넘는 병사가 죽은 인류의 비극을 다시 한번 조명해보게 되었습니다.


조각상은 장 구종가와 몽테뉴가가 만나는 삼각형의 공간에 세워져 있는데 이 공간의 이름이 "아스트리드 여왕의 광장, Place de la Reine Astrid"입니다. 29세의 나이에 1935년 파리에서 교통 사고로 죽은 벨기에 여왕인 아스트리드를 기리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근처에 있는 알마교 입구에 "자유의 불꽃, Flamme de la Liberté"이라는 기념물이 있는데 이 기념물 또한 1997년에 알마교 아래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Diana)를 기리는 것입니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던 여인들의 비극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네요.




지금 서 있는 아스트리드 여왕의 광장(Place de la Reine Astrid) 바로 옆이 알마교(Pont De L'Alma)인데 에페탑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 좋은 곳 중의 하나입니다. 다리까지 가지 않아도 에펠탑을 제대로 잡을 수 있네요. 에펠탑은 내일 방문할 예정이므로 내일을 기약하며 샹젤리제 거리로 발길을 돌립니다.



알마교 쪽에서 몽테뉴가(Avenue Montaigne)를 따라 샹젤리제 거리로 길을 바로 잡아 걷습니다. 몽테뉴가는 예전에는 미망인들이 몰려 살았기 때문에 과부의 골목(allée des Veuves)이라 불리웠지만,  현재는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가로 바뀌었습니다. 샹젤리제 거리와 함께 샤넬, 휀디, 돌체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매장들이 길 양쪽으로 줄지어 들어선 곳 입니다. 파리 걷기를 하는 배낭족의 두눈을 사로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금색 테두리가 특이한 샹젤리제 극장(Théâtre des Champs-Elysées, http://www.theatrechampselysees.fr/) 입니다. 다양한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곳입니다.



몽테뉴가에 있는 5성급 호텔 호텔 플라자 아테네(Hôtel Plaza Athénée)입니다. 붉은색 차양과 창밖에 내건 붉은색 꽃들은 파리에 있는 5성급 호텔들의 공통점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아무튼 제한적인 공간에서 나름의 품격과 차별성을 내세우려고 노력한 결과물일 테지요! 



드디어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에 진입했습니다. 나름 "오 샹젤리제!"를 흥얼 거리기는 했어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낭만 속에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노래 가사 또한 거리를 거닐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어제는 모르는 사람으로 만났지만 오늘은 연인으로 걷고 있다는 젊은이들의 낭만을 노래하지만, 40대 부부가 이른 아침부터 파리 시내를 휘젓다가 이곳에서는 허리를 붙잡을 정도로 체력이 소진되고 있었으니 "낭만"을 찾을 여유가 없었던 게지요.



얼음 과자처럼 직사각형으로 가지치기한 마로니에 가로수와 청명한 하늘은 이곳이 샹젤리제 거리임을 실감케 했지만, 개선문까지 걷는 거리는 "낭만"보다는 인도까지 점령한 카페들과 수 많은 상점들,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를 구경하는 재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샹젤리제 거리 끝에 이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앵글에 개선문을 담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긴 지하로 해서 길건너 개선문에 가면 개선문을 한 앵글에 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샹젤리제 거리 맨 끝에 있는 횡단보도에는 위의 그림처럼 개선문을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 길 한 가운데에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들, 샹젤리제 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딱인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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