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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쪽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 백의종군길은 화개장터에서 하동 송림 공원까지 조성된 하동 섬진강 백리길과 함께하고 있다.  원래의 길은 평사리에서 너뱅이들 안쪽으로 들어가 억양면 사무소를 거쳐서 너뱅이들판을 빙 돌아 억양삼거리에서 다시 섬진강 대로로 나오지만 이 경로는 일부가 지리산 둘레길 대축-원부춘 구간으로 다녀온 곳이므로 생략하고("지리산 둘레길 14코스 - 대축마을에서 원부춘" 참조)  하동 섬진강 백리길을 따라 강변길을 계속 걸어서 흥룡마을 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자동차 주차장과 깔끔한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 섬진강변길 제2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제2쉼터를 지나니 바로 우측으로 섬진강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지 않은 곳에 팽나무 쉼터가 있었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 고목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수령 3백 년이 넘는 팽나무라고 한다.

 

대나무 터널을 빠져나오면 은모래길을 걷는데 바로 옆으로 섬진강이 닿을듯한 거리에서 쾌적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절경이다. 우측으로는 거울 같은 섬진강 강물 위로 백운산 자락의 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나뭇잎으로 폭신한 은모래길은 오후의 땡볕을 가려주는 대나무 숲터널로 이어진다.

 

모래길에 폐침목을 깔아 놓은 센스도 훌륭하고 만들지 10년이 넘은 산책로를 깔끔하게 잘 관리하고 있는 모습도 훌륭하다. 걷는 이들에게 이런 좋은 길이 또 있을까 싶다.

 

자연과 함께하는 산책로에서는 나무 아래에 자리한 버섯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둘 다 먹물버섯종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밝은 회색이다가 점차로 흑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는 대표적인 모습 중의 하나인 밤송이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날카로운 가시 덕분에 열매가 땅에 떨어질 때까지 잘 성숙할 수 있고 동물들에게 먹히는 것도 막을 수 있지만 저 가시를 뚫고 알을 낳고 벌레들을 보면 자연 세계의 신비는 알수록 놀랍다.

 

강 둔치가 좁아서 국도 근처까지 올라온 길은 고소성 인근을 지난다. 길이 국도 바로 옆으로 이어가지만 자동차 소음도 크지 않고 깔끔한 데크길을 따라서 계속 갈 수 있다. 고소성은 신라 시대에 돌아 쌓은 성으로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평사리 일대와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고소성교차로 인근을 지날 때는 쭉쭉 뻗은 대나무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숲길이 이어진다. 생명력이 넘치는 대나무의 줄기를 살짝 만져본다.

 

대나무 숲을 지나서 보라색 꽃을 피운 나무를 만났는데 싸리나무인 줄 알았는데 꽃모양도 잎모양도 약간 다른 낭아초였다. 싸리나무처럼 낭아초도 콩과 식물인데 반관목이라 분류하는데 나무와 풀의 중간으로 줄기 아랫부분은 단단한 나무이고 윗부분은 풀처럼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낭아라는 이름은 늑대의 어금니를 의미하는데 위의 그림처럼 꽃이 늑대의 이빨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하동 섬진강 백리길은 이번에는 키 큰 미루나무 아래를 지나며 대나무 숲길을 지난다. 이끼가 가득한 미루나무 수피를 보니 국도 옆이기는 해도 깊은 숲 산책로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듯하다.

 

이곳 산책로의 국도변으로는 마삭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늦은 봄 이곳을 걸으며 하얀 바람개비 모양의 마삭줄 꽃과 향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니 상상만으로도 향기로운 마삭줄 꽃향기에 젖어드는 것 같다.

 

국도 바로 옆까지 올라온 산책로에서 국도의 도로 표지판을 보니 악양면의 너뱅이들 안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도착한 모양이다.

 

원래의 길은 외둔교차로에서 국도를 건너서 너뱅이들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너뱅이들판을 빙 돌아오는 부분은 우리가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 대축-원부춘 구간으로 다녀온 곳이므로 생략하고 섬진나루라는 현판이 붙은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자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니 이곳 인근으로는 상당한 크기의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모래가 많아서 모래내, 사천, 다사강 등으로 불렸다는 것에 공감이 된다.

 

커다란 항아리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전망 쉼터를 지나는데 이곳은 배수 펌프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전망 쉼터를 지난 길은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평사리 공원으로 향한다.

 

하동 섬진강 백리길에서 만난 곳곳의 대나무 숲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우리에게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정말 훌륭했다. 신비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오묘함이 있다.

 

대나무 숲길을 빠져나온 길은 섬진강의 백사장과 함께 하는 평사리공원으로 진입한다. 아름다운 모래를 가진 곳이다.

 

키가 다른 다양한 나무들이 평사리 공원을 채우고 있는 이곳은 주차장도 있고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한눈에 보기에도 매력적인 공원으로 보였다. 땡볕만 아니라면 모래밭 바로 옆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걷고 싶었다.

 

작렬하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콘크리트 산책로보다는 키 큰 메타세쿼이어 아래 나무 그늘을 따라서 잔디밭을 걷기로 했다. 잘 관리된 공원 걷기에 날은 덮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공원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수를 보충할 수 있었다. 폭염 속 걷기를 위해 준비한 얼음물의 얼음이 녹지 않아 물을 마시기 어려운 상황에서 완전히 시원하지 않은 물이라도 사겠냐는 사장님의 말에 흔쾌히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가방에 물을 담고 있는데 사장님이 생수에 얼음을 타서 보너스라며 건네신다. 진짜 고마운 분이고 진정한 보너스 맞았다.

 

마실물을 보충하고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는 길에는 배롱나무의 붉은 꽃들이 반갑게 미소를 지어준다. 생수를 판매하시며 이 더운 날씨에 걷는다고 얼음물을 보너스로 주신 사장님도 그렇고 평사리 공원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길을 이어간다.

 

평사리 공원 끝자락으로 향하는 길, 하동읍까지는 아직도 길이 한참 남았다. 섬진강 모래사장 건너편 백운산 자락의 산들이 아주 깊어 보인다.

 

길은 평사리 공원 맨 끝까지 가면 안 되고 끝자락에서 둔치로 내려가 악양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을 넘어가야 한다.

 

평사리 공원에서 둔치로 내려와 악양천으로 향하는 길은 키 큰 풀숲을 헤치며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다행히 어떤 차량이 지나갔었는지 길이 있어 걷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홍수가 나면 갈 수 없는 길이겠다 싶었다. 정면으로 18코스 종점인 흥룡마을 뒤에 자리한 분지봉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악양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19번 국도가 지나는 악양교 아래를 통과해서 악양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과 마주하고 있는 섬진강 너머 광양의 산들이 깊어 보인다. 광양시의 65%가 산지라고 한다. 지금 시야에 들어오는 백운산 자락들이 광양의 북쪽에 위치하고 광양만이 남쪽에 자리한 구조이다.

 

악양교 아래를 지나온 길은 악양천을 건너서 개치마을로 넘어간다. 악양삼거리를 지나온 원래의 백의종군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길은 개치마을 마을길을 통해서 다시 악양교 아래를 통과하여 강변 산책로로 나간다. 

 

개치마을을 떠난 길은 아름다운 대나무 숲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한여름 오후의 태양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쬐는 시간이지만 대나무 숲길에서는 견딜만하다.

 

대나무 숲길을 통과하여 길이 국도 인근으로 나오니 하동 읍내까지의 거리가 10km 아래로 떨어졌다.

 

하동 섬진강 백리길은 나무들이 만들고 있는 풍경도 좋지만 중간중간 쉼터들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이번 쉼터는 버드나무 쉼터이고 다음은 두꺼비 나루 쉼터라고 한다.

 

울창한 나무 숲사이로 보이는 섬진강은 모래톱 주위를 흐르던 얕은 물이 아니다.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은 곳곳에서 다양한 그림을 만들며 흘러간다.

 

중국 영화에서 무사들이 대나무 위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상상되는 대나무 숲이다. 얼마 전 다시 보기 했던 장예모 감독의 연인이라는 영화도 인상적이었다. 금성무, 유덕화, 장쯔이가 주연한 영화였는데 이 영화도 후반부에 대나무 숲에서의 대결 장면이 있었다. 군사들이 대나무 위에서 대나무를 잘라서 무기로 사용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무기로 사용되는 대나무에 무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사 중인 구간에 잘려나간 대나무들을 보니 싱싱한 대나무숲과 극명한 대비가 된다.

 

길은 달콤한 배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배 과수원 옆을 지나서 간다. 하동읍에서 화개터미널로 이동할 때 국도변에서 배 판매장을 보았는데 좌판을 만나면 배 두어 개를 꼭 사 먹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배 과수원을 지나니 더 관심이 간다. 배 봉지에 수출용이라 적힌 것도 있도 USA에 인쇄한 봉투도 있었다. 나주배, 성환배가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동배의 인기도 상당한 모양이다.

 

배 농장을 지나온 길은 두꺼비 나루 쉼터를 지난다. 이곳까지 왔다면 종점인 흥룡마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두꺼비 나루 쉼터 인근부터도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곳이고, 쉼터에서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다. 다음 쉼터는 조금 떨어진 밤나무 쉼터로 향한다.

 

원래의 백의종군길은 흥룡교차로에서 국도를 건너서 4백여 미터 안에 있는 흥룡마을에서 코스를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하동 섬진강 백리길을 따라서 걷기로 했다. 다음 코스인 19코스는 흥룡마을에서 시작하여 19번 국도 섬진강대로 건너편에서 산 아랫자락의 도로와 마을길을 따라 하동읍으로 들어가는데 국도 우측인 이곳의  하동 섬진강 백리길도 강변을 따라서 하동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슷한 길인데 잘 정비된 산책로이니 이 길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길은 어차피 하동문화예술회관을 지나면서 강변에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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