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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오미-송정 구간과 함께 석주관까지 가다가 갈림길에서 석주관으로 내려온 백의종군길은 19번 국도 섬진강 대로를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석주관에서 시작하여 피아골 입구를 지나서 화개장터에 이르지만 이 구간은 갓길이 넓지 않아서 걷기에 무리가 있다. 그런데, 화개장터부터 하동 송림 공원까지는 하동 섬진강 백리길이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좋은 구간이고 백의종군길도 대부분 이 길을 따라간다.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는 산책길을 걸어서  하동 섬진강 백리길 부춘리 제2쉼터에 이른다.

 

순천에서 하동으로 이동하여 화개장터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화개터미널을 지나서 화개천을 건너 화개장터를 향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버스로 이곳을 스쳐 지나기도 하고 이곳에서 구례로 가는 버스를 타기도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강렬한 열대야를 지난 아침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오늘도 쉽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산 그림자를 드리운 거울 같은 화개천과 마을 풍경은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화개천 하류를 지나서 화개장터를 돌아가는데 화개장터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은 구례와 하동을 연결하는 다리도 있고 화개천을 건너는 큰 다리도 두 개나 있지만 예전에는 나룻배로 오가거나 홍수가 오면 떠내려가는 섶다리를 놓거나 일제강점기에는 나무다리를 놓았다고도 한다.

 

휴일을 맞아서 화개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장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화개장터를 지난 길은 남도 교차로에서 섬진강 대로를 건너서 본격적으로 하동 섬진강 백리길로 들어선다.

 

 

하동군 화개면과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를 연결하는 남도대교 앞을 지나서 데크길로 정돈한 하동 섬진강 백리길을 시작한다. 하동 섬진강 백리길을 그림처럼 곳곳에 표지판도 잘 되어 있었지만 중간에 적절한 쉼터를 마련해 두고 깔끔한 화장실도 설치해 놓고 있었다. 봄이면 벚꽃길과 함께 더 훌륭한 걷기 길이 아닐까 싶다.

 

하동 섬진강 백리길의 특성 중의 하나는 원래 차밭이었는지 아니면 산책로를 위해서 조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책로 주변 곳곳으로 녹차밭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싱싱한 찻잎을 보니 무더위 가운데서도 싱그러운 느낌이 훅 올라온다.

 

산책로에서는 꾸지뽕 열매가 가을을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의 뇌 모양인 꾸지뽕 열매는 식용이 가능하지만 색과 모양이 비슷한 산딸나무 열매는 식용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산딸나무 열매는 규칙적인 두피 모양으로 나뭇잎이 꾸지뽕은 감나무를 닮은 것이 특징이다.

 

첫 번째 쉼터인 천년 녹차 쉼터를 앞두고 화장실 위치를 안내하고 있는 표지판을 보니 하동 섬진강 백리길에 엄지 척을 올리고 싶다. 역시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조성하고 관리하는 트레일이 훌륭하다.

 

데크길 난관을 어떻게 타고 올라왔는지 데크길을 장식하고 있는 나팔꽃을 보니 참 반갑다. 이러한 울창한 풀숲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나무 숲 사이로 걷는 아름다운 산책로는 태양을 가리기 위한 양산이 필요 없다.

 

산책로 옆 밭에서는 짙은 들깨향이 나그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이 짙은 향을 어떤 사람들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필자는 깻잎향과 맛을 참 좋아한다. 쑥쑥 잘 자라는 식물이라 좋고 잎도 열매도 쓸모가 많아 좋고......

 

천년 녹차 쉼터에 도착하니 커다란 다기가 우리를 맞는다. 하동 녹차를 천년 녹차로 부르는 이유는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라 흥덕왕 3년에 당나라에서 차나무 씨앗을 들여와 지리산 자락에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구례와 광양에 걸쳐 있는  섬진강 너머 백운산 자락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하동 섬진강 백리길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비경 중의 하나는 대나무 숲길이다. 한여름에 강렬한 태양을 가려주는 대나무 숲 속을 걷는 도중에는 냄새와 소리, 바람의 느낌까지 나의 감각들에 생기가 도는 시간이 이어진다. 지금까지의 백의종군길과는 결이 다른 길이 이어진다.

 

대나무 숲길을 통과했더니 이번에는 조릿대 숲이 다가온다. 지리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까지...... 단조롭지 않고 아름답고 다채로운 길이 이어진다.

 

길에서 만난 달팽이 한 마리가 바닥에 은색 자국을 남기며 어디론가 열심히 이동하고 있다. 섬진강변이라서 그런지 우리 동네에서 보지 못한 특이한 달팽이도 만난다.

 

날은 여전히 무덥지만 산책길 곳곳에서는 가을이 오는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느새 밤송이가 커져서 땅에 떨어진 것도 있다.

 

천년 녹차 쉼터를 지나 은모래 쉼터로 향하는 길은 우측으로 지리산 형제봉 자락과 함께하는 길이다.

 

경로에 따라 양산을 써야 하는 구간도 있고 듬성듬성 대나무가 올라오고 있는 차밭도 있지만 도로변을 걷는 백의종군길 구간에 비하면 이곳은 꽃길이다.

 

길은 어느덧 은모래 쉼터를 지나간다. 박경리의 [토지]에서 언급하고 있는 섬진강 모래에 대한 묘사를 담고 있었다.

 

쉼터를 지나 국도 가까이로 이동한 길을 따라서 이동하여 섬진강을 내려다보니 거울같이 잔잔한 강에 그려진 산 그림자가 정말 일품이다.

 

때로는 흙길로 때로는 데크길로 때로는 찻길에서 멀어지고 때로는 국도 바로 옆으로 붙고 재미있는 길이 이어진다. 약간의 오르락내리락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인공적인 콘크리트 길이 아닌 강변 산책로가 이 정도라면 온 가족이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는 길이기는 하다.

 

가을이 이미 왔다는 표식인가? 대나무 낙엽이 깔린 길, 벚나무 낙엽이 깔린 길을 걷는다.

 

섬진강대로의 가로수인 벚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깔린 환상적인 길을 걸으며 이렇게 무더운데 진짜로 가을이 온 것인가? 아니면 그저 더위와 가뭄 때문인가? 혼자서 문답을 던지다가 그래 가을이 오기는 한 모양이다! 하는 결론을 내린다. 진짜 가을은 오고 있다.

 

우리는 도로 표지판에 쓰인 섬진강변길 1 쉼터로 향하고 있는데 나중에 벚꽃길 걷기나 하동 섬진강 백리길을 다시 걷고 싶다면 1 쉼터 또는 2 쉼터에 자동차를 세우고 가족과 함께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싶다. 깨끗한 화장실과 벤치도 있으니 이곳은 걷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하동 섬진강 백리길 주변에 있는 차밭은 누군가 재배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 조경용인가?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돼지풀이라고도 불리는 환삼덩굴이 차밭을 뒤덮고 있거나 차밭 가운데 대나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조경용이라는데 추측의 무게 중심이 있다. 

 

길은 쉼터 앞으로 넓은 모래밭이 펼쳐진 제1쉼터를 지난다. 자동차 주차장과 화장실도 구비한 장소이기도 한다. 

 

제1쉼터를 빠져나오는 길에 있는 차밭은 예쁘게 다듬어 놓아서 여기가 차밭이구나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관광객이 보는 차밭, 찻잎을 따는 농부가 보는 차밭, 제초를 담당하는 사람이 보는 차밭은 모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 더 걸으니 이번에는 돼지풀 터널이다. 줄기에 가시가 있어서 피부나 옷이 상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통행로까지는 오지 않아서 이 또한 특이한 풍경이다 하며 지나간다.

 

제1쉼터를 떠나서 제2쉼터로 향하는 길에서는 하동 섬진강 백리길이 조성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는 흔적도 만날 수 있었지만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 걷기 길이라는 인상이 짙게 남는다. 2015년 3월에 준공했다고 하니 10년이 넘은 길인데도 이렇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길이 부춘리 검두마을 인근에 이르니 거대한 제방이 우리를 맞는다. 하구둑도 없도 최대한 자연하천처럼 관리하고 있는 줄로 알았던 섬진강에서 서울의 한강변에서나 볼법한 대형 제방을 보니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이기도 하다. 길이가 1.3Km에 이르고 높이가 8미터에 이르는 대형 제방이다. 제방길은 위, 아래 이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길은 아래의 제방길을 걷는다. 인근 마을의 수해 피해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강변 모래밭은 유명 해수욕장을 연상시킬 만큼 훌륭하다. 지금 걷고 있는 제방이 건설될 당시에는 제방을 만들기 위해 모래밭이 파헤쳐지고 은어의 서식자가 파괴된다고 문제 제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제방이 있는 검두마을 앞의 섬진강 여울은 대표적인 은어 서식지라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강 속에 몸을 담그고 은어 낚시에 여념이 없는 강태공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구둑이 없는 섬진강이라서 가능한 그림이 아닌가 싶다. 강태공들의 낚시 구경을 하며 걸어간다. 나무 그늘이 없어 양산으로 태양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은어 낚시 풍경이 괜히 흥미가 끌린다.

 

은어는 연어처럼 민물에서 알을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성장하지만, 연어가 산란기에 맞추어 강으로 올라오는 것과는 달리 은어는 산란기 이전에 일찍 다시 강으로 올라와서 강에서 몇 개월 살다가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은어는 소하성 회유 어종이 아니라 양측회유성 어종이라 분류한다.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은어를 낚는 강태공들이 너무나 부럽다. 보통은 공격성이 강한 은어의 영역 다툼 본능을 이용해서 놀림 낚시를 하지만 털바늘이나 루어 낚시도 가능하다고 한다.

 

뜨거운 콘크리트 제방길을 걷다가 숲길로 들어오니 살 것 같다. 은어 낚시를 구경하며 걷느라 달구어진 콘크리트의 뜨거움을 애써 외면해서 다행이었다.

 

모텔 아래쪽으로 돌아온 길은 잠시 도로변 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강변으로 내려가는데 그만 길을 놓쳐 버렸다. 위치가 검두 버스정류장 부근인데 주민들을 위한 국도변 통로를 산책로의 일부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치고 지도앱으로 위치를 보니 경로와 조금 떨어져 있기도 했고 국도의 갓길이 넓지 않지만 어차피 제2쉼터와 합류하니 제2쉼터까지 국도변을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국도변을 걷는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차 재배 농장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기쁨도 있었다.

 

국도변을 걷던 길은 예쁘게 다듬어 놓은 차밭이 있는 제2쉼터로 들어가 원래의 경로와 합류한다. 이곳도 자동차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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