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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재 고개를 넘으며 순천시 서면으로 들어선 백의종군길은 순천서천과 함께 남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17번 국도 순천로가 함께하고 전라선 철도를 오가며 순천서천 둑방길을 걸어 17번 국도가 끝나고 22번 국도와 만나는 선평삼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송치재 휴게소에 원가 있을 것이라는 나름 기대를 품고 고개를 넘어왔지만 아무것도 만나지 못한 우리는 나무 그늘 아래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물을 마시며 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넉넉한 휴식을 취한 우리는 휴게소 뒤편 길을 통해서 17번 국도 아래를 통과하여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신도로 연결 지점 안내판을 보니 이곳은 송치재를 넘는 옛 국도가 지다던 자리였나 보다. 우리가 지나왔던 남원, 구례의 걷기 기억이 벌써 까마득해진다. 빨리 잊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잊음의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ㅠㅠ


길가에서 향기에 이끌려 처음 만나는 나무를 만났다. 여름이면 붉은 꽃받침 안에서 순백색의 꽃을 피우는 누리장나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름답고 좋은 향기를 가진 꽃과 달리 잎과 줄기에서는 누린내가 난다고 한다.


순천 서천을 따라 내려가는 신촌왕성길을 따라서 국도 방면으로 내려간다. 신촌마을과 왕성마을을 이어준다고 신촌왕성길인데 송치재를 내려오는 지점에 있는 왕성골에서는 과거 금광 개발이 있었다고 한다.


길지 않은 신촌왕성길 끝에서 원래의 길은 국도를 아래를 통과하고 서천을 건너서 학구마을을 돌아가지만 서천 둔치에 자리한 식물원에서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식물원으로 내려가는 지점에 낡은 백의종군길 표지도 있었지만 길이 아니었다. 괜히 식물원 경보만 울리게 하는 민폐를 끼치게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국도변으로 올라섰는데 이곳에 그렇게 보기 어려운 빨간 백의종군길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학구리 버스 정류장까지 국도변을 걸어 내려간다.


국도변을 따라 내려오던 길은 학구리 버스 정류장에서 국도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간다. 신촌교로 순천 서천을 건너서 신촌마을을 들어가는 길이다. 정겨운 벽화들이 나그네를 반기는 길이다.


백의종군길 표지를 따라서 신촌 마을길을 걷는다. 표지에 있는 종점이 순천 팔마비로 되어 있는데 순천 남도삼백리길의 일부라서 그렇고 순천 중심지까지 이어지는 순천 남도삼백리길과 달리 백의종군길은 선평삼거리에서 끝난다. 순천 팔마비까지는 약 13km 정도가 남았지만 선평삼거리까지는 약 7Km가 남았다.


신촌 마을길을 돌아 나온 길은 학구교차로 인근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인도교를 통해서 순천 서천을 건너서 건너편 둑방길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병풍산 자락의 순천 서천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 길은 서면 학구리에 구만리를 들어가며 좌측으로 태실봉 자락을 두며 걷는다.


순천 서천 둑방길은 우람한 벚나무들이 즐비한 길이 이어진다. 이곳의 봄 또한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 내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우람한 벚나무가 있어도 오후의 태양을 가려주는 그늘이 없었는데 길이 개운교를 통해서 하천 건너편 둑방길을 넘어가니 이제는 벚나무 그늘 아래로 걸을 수 있겠구나 하는 반가움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개운교를 건너서 조금 더 가면 전라선 개운역이 있던 곳인데 지금은 폐역이 되었다. 길은 다리를 건너면 바로 우회전하여 건너편 둑방길을 걸어 내려간다. 건너편 둑방길에 들어선 우람한 벚나무들을 보니 해를 가리려고 들고 있는 양산을 접을 기대에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씩 그늘이 빈 공간도 있지만 나무 그늘로 걷는 기분 좋은 길이 이어진다.


둑방길 옆에 있는 키위 밭에는 탐스러운 키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골드키위는 10월 중순 이후 수확한다고 하니 소비자에게 나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키위 생산량의 절반은 제주도이고 20퍼센트 정도가 보성이며 기타 남부 지방에서도 재배하는데 이곳 순천은 5퍼센트 정도를 생산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입산이 시장의 70%를 장가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국내산의 출하시기인 10월부터 4월까지와 수입산의 출하 시기가 어느 정도 겹치지 않았으나 지금은 저장 기술의 발달로 그 또한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국산 품종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니 중부 지방에서도 월동 가능한 품종으로 우리 집에도 자리할 날을 기대해 본다.


양산 없이도 해를 가릴 수 있었던 벚나무 둑방길은 둔대교 앞에서 끝나고 둔대교로 순천 서천을 건너면서 다시 건너편 둑방길을 걷는다. 나무 그늘이 없이 양산으로 해를 가려야 하는 길이다.


다시 서천을 건너온 길은 비월마을과 신기리에서 내려오는 작은 하천을 건너서 길을 이어간다. 이곳도 우람한 벚나무가 서있지만 서쪽으로 향하는 오후의 태양을 가리는 우리가 누릴 해그림자는 도통 찾을 수 없다. 열심히 물을 들이키며 걷는 옆지기가 끝까지 잘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멋들어진 벚나무 둑방길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땡볕 아래 폭염 속 걷기는 양산으로 해를 가려도 결코 쉽지 않다.


권투에서 잽은 강력한 펀치가 아니더라도 쌓이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땡볕 아래에서 양산을 쓰며 걸어도 쌓이는 더위와 체력 소모는 결국 멀리 당천교가 보이는 나무 그늘 곁 길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휴식 시간을 갖게 했다. 차가 지날 수도 있고 실제로 운동하시는 분이 지나기도 하는 자리였지만 옆지기의 휴식 요청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급하게 자리를 만들고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당천교 앞과 전라선 철도 아래를 통해서 계속 서천 둑방길 걷기를 이어간다.


운평천이 순천 서천과 합류하는 지점에는 둔치에 작은 공원과 운동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우측으로 폐역인 동운역이 있던 곳이다.


운평교 인근부터는 둑방길 아래로 둔치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아래로 내려가 둔치의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산책로는 선평삼거리까지 쭉 이어진다.


둔치로 내려가 산책로를 걸으니 서천의 수생식물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둑방길과 벚나무들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그늘을 걷는 장점도 있었다.


휘어져 흐르는 서천을 따라 걷는 길은 전라선 철교 아래를 통과하고 정면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보면서 걷는다.


남해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 길은 우측으로 서순천 IC와 서순천 톨게이트와 나란히 하면서 내려가는데 인근의 풍경이 일품이다. 파란 하늘 아래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둑방길의 벚나무, 초록빛으로 가득한 서천의 둔치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은 순천미래과학고등학교 인근을 지나서 죽평교를 앞두고 있다. 순천서면중학교가 폐교한 이후 1998년 건물을 새로 지어 순천 전자 고등학교 개교했고 지금의 특성화 고등학교가 되었다고 한다.


죽평교 인근으로 오리들과 백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서식지 좋아서 그런지 오리들이 통통하니 건강해 보인다.


길이 죽평교를 지나니 시야로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들어오는 것이 종점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시내 인근이라서 그런지 하천변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서천변 정자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고 어떤 부부는 하천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이를 하고 있었다. 다슬기 잡이도 재미있어 보였지만 그보다는 이 더운 날에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길은 선평교 앞에서 마무리한다. 이곳에는 순천의 남도 삼백리길 코스 안내도 있었는데 한양 옛길 중의 하나로 백의종군길이 있었고 순천의 길은 시내까지 더 가야 한다. 순천만 인근의 지도를 보니 남파랑길과 일부 겸치는 구간도 있어 보인다.

백의종군길 종점에 도착해도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로 스탬프" 함을 보니 정말 반갑다. 백의종군길은 다시 구례로 올라가니 이 스탬프 함이 아마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스탬프함이 아닌가 싶다.
남원 운봉에서 도원수 권율이 순천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가던 길을 되돌려서 다시 남원 이백면과 구례를 거쳐 순천으로 향했던 이순신 장군은 4월 말 순천에(선평삼거리 인근으로 추정) 도착했지만 결국 권율 장군을 만나지 못했다. 군무를 살피며 약 보름간 순천에 머물며 군무를 살피던 장군은 옛 부하들과 함께 다시 구례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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