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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1차 여행 2일 차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며 타이베이 시내의 주요한 곳을 돌아보는 여정이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도심은 출근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은 숙소 인근 골목에 위치한 탄카이 토스트 집으로 향한다(27 Charcoal Toast, 27 碳烤吐司) 토스트와 밀크티가 유명한 곳이다.
빌딩 숲 사이 후미진 골목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게는 곳곳에서 주인장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토스트 가게였고, 이른 아침부터 현지인들이 줄 서서 주문하는 곳이었다.
밀크티와 토스트로 가볍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주인장이 대충 만들어 놓은 이런저런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2인에 130 NTD를 지불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에 가까워지니 타이베이 메인역 앞의 도로도 자동차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대도시의 빌딩 앞에는 소규모 농산물 시장이 열리고 있는 모습이 생경스럽기는 했다. 타이베이 도심 곳곳에 이런 직거래 시장들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타이베이 시티투어 버스는 타이베이역 M4 출구에서 출발하는데, 레드라인보다 블루라인이 차량이 적기 때문에 우리는 블루 라인을 먼저 타기로 했다. "Hop-on & Hop-off" 말처럼 정해진 정류장에서 내리고 타는 것이 자유롭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버스에 한번 타면 그냥 한 바퀴 도는 모양이었다. 한국에서 예매한 바우처를 그대로 사용했다.
드디어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한다. 보통 시티투어버스의 정류장은 시내버스 정류장을 함께 사용하고 시내버스 도착 정보 전광판에도 "Hop on Hop off"로 표시하여 몇 분 뒤에 버스가 도착하는지 알 수 있다. 하차하려면 시내버스처럼 하차벨을 눌러야 한다.
블루라인 버스는 베이먼역(北門) 쪽으로 돌아서 북쪽으로 향한다. 베이먼역 인근에 오랜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일제 강점기 철도차량 조립 및 유지보수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이라고 한다. 남경서로를 따라 MRT 중산역도 지난다.
베이먼역 쪽으로 돌아가는 블루라인은 중산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중산로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도 일조한 쑨원의 이름을 딴 길이름으로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타이베이의 주요 간선도로로 그림처럼 중앙의 급행차로와 일반차로가 분리된 특이한 도로이다. 길 사이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인상적인 길이었다.
시티투어 버스는 위안산에 그랜드 호텔(圓山大飯店)을 들렀다 간다. 세계 최고 높이의 중국 고전식 건물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특이한 호텔이다. 1973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다. 본관은 1973년에 문을 열었지만 장제스가 대만으로 넘어온 다음 1952년부터 일본 신사가 있던 자리에 호텔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시립 미술관에서 버스를 내려야 하는데 안내원에게 내린다는 말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차벨을 불렀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다음 일정이었던 스린 관저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첫 일정은 스린 관저에서 시작한다. 대만 총통의 관저가 여러 곳에 있었는데 타이베이시 스린구(士林)에 있다고 스림 관저라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는 원예시험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때마침 스린 관저에서는 2024년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매년 11월 말에서 12월까지 열리는데 운이 좋았다.
그냥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본 요량이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화 축제에 당황스러우면서 반갑다. 큼직큼직한 국화들이 눈을 호강시켜 준다.
자연보호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한 축제의 목적답게 다양한 식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일별로 열리는 행사와 활동 안내가 있었는데 중국어로는 요일을 우리나라처럼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니라 월요일은 一, 금요일은 五, 토요일은 六, 일요일은 日로 표시하고 있었다.
스린관저이니 만큼 총통이 타던 차도 볼거리 이겠지만, 오늘은 국화 축제이니 만큼 각종 조경 작품과 국화가 주인공이다.
원래는 조용한 공원일 텐데 각종 행사 진행과 국화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갈 꾸며진 공원을 따라서 눈 호강을 즐긴다.
공원은 무료지만 관저 내부로 들어가려면 100 NTD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매표소에 붙은 장제스와 부인 쑹메이링의 사진으로 대신하고 공원 걷기를 계속한다. 장제스가 아내를 위하여 가꾼 공원이라고 한다. 쑹메이링, 한국어 발음으로 송미령이라는 분도 남편 못지않은 특별한 사람으로 타임지 표지에 두 번이나 실리고 미 의회에서도 연설한 경력이 있었다. 쑨원과 결혼한 언니 덕분에 쑨원의 집에서 장제스를 만났는데 아들이 둘이나 있었고 불교 배경이라는 점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쑹메이링의 부친은 목사였다. 결국 이혼 증명서 기독교 개종을 제시하며 청혼했다고 한다. 물론 진심의 개종은 아니었다고 한다.
화창한 날씨는 정말 잘 가꾸어진 공원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프랑스나 스페인 왕궁의 정원은 아니지만 나름의 체계와 설계 속에서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한 공원이 아닌가 싶다.
대만 국화 축제에 와보니 정말로 품종이 많았다. 몇 가지 품종을 대량으로 도배한 그러한 축제가 아니었다. 천녀명소(天女名所)라 이름한 국화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이한 국화 아래로 붙여진 이름과 함께 보면 국화를 개량하고 만든 이의 의도가 보이는 것 같다.
한국에서 보던 평이한 국화라고 생각하다가도 자세히 보면 꽃이 엄청 풍성하다. 국화는 원산이 중국이라고 한다. 관상용으로 기르기 시작한 때가 기원전 10세기 이전이라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품종들이 개량되고 개발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창작자를 위한 판매 부스도 있었다.
축제에 음식이 빠질 수 없는 법 매점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때마침 목이 말라서 아이위빙(愛玉冰) 하나를 60 NTD에 사 먹었다. 아이위라는 열매로 만든 젤리를 레몬수와 함께 담아 주는데 단맛이 약해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충분했다.
스린관저 신란팅(新兰亭)을 지나서 공원을 서서히 빠져나간다. 이곳도 다양한 식물 전시가 열리는 공간이라고 한다.
마치 대나무인양 쭉쭉 뻗어 있는 야자수를 보니 이곳이 따뜻한 지방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런데 2025년 초에 북극 한파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기사를 보니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입구에는 특이한 구조의 온실도 있었는데 초대형 국화 화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초대형 국화 화분이 만들어진 과정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국화는 자생 식물이 아니라 재배 식물이라는 점이 몸에 확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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