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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면 충청수영성에서 시작하는 서해랑길 62코스는 수영성이 위치한 언덕을 넘어서서 보령방조제를 건너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방조제길을 건너서 오천면에서 천북면으로 넘어온 길은 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광천천 하구의 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하만리의 들길을 지나온 길은 두룽개골로 이어지는 두룽개길에 이른다.

 

가족 모두가 함께 걷는 첫 서해랑길은 장항선 청소역에서 시작한다.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역이다. 보령시 청소면 읍내를 관통한다. 충남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인 오서산(790m)의 옛 이름이 청소산이었는데 청소산 아래 있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크지 않은 역의 좁은 플랫폼을 사이에 두고 양방향의 기차가 교차하는 모습도 특이했다. 작은 역이지만 역 앞에는 작은 공원도 있었다. 역 앞에 개인택시가 서 있었는데 4명이 이동하는 만큼 택시 이동도 부담이 덜했다. 사실 우리 앞에 기사분과 안면이 있으신 어르신 계셨는데 어르신이 잠시 일을 보고 계시겠다고 우리에게 순서를 양보하셨다. 

 

길은 수영성 앞에서 성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치형 성문을 지나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영보정으로 향한다.

 

조선시대 빈민구제를 담당했던 진휼청 건물 너머로 오천항이 내려다 보인다.

 

영보정 전각이 흰구름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자태를 뽐낸다. 16세기초 세워졌던 건물을 2015년 복원한 것이라 한다.

 

수영성 언덕 위에 나무 한그루가 장수처럼 서있다. 무슨 나무인가 하고 나무로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배롱나무였다.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나무로 여름꽃이니 나무에는 지고 있는 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계절은 가을이고 내일모레면 추석인데 온도는 34도에 육박하고 있으니 늦여름이 질척거리고 있다.

 

언덕 아래 동쪽 방향으로는 광천천 하구를 막고 있는 보령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앞으로 지나가야 할 곳이다. 영보정을 지나온 길은 충청수영성 성곽길로 향한다.

 

도로를 가로질러 충청수영 장교청 뒤편으로 돌아 성곽길에 이른다.

 

성곽길에서 바라본 영보정 방면의 전경과 보령방조제 방면의 전경이다. 푸른 하늘을 수놓은 흰구름 덕분에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충청수영성의 성곽 길이는 1,650미터에 이르는데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동쪽 성곽 위를 걸어 내려간다.

 

수영성 성곽길을 걷던 길은 중간에 성곽을 내려와 610번 지방도 충청수영로 도로로 내려간다.

 

한 가정집 정원에 여우꼬리 맨드라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복슬복슬한 여우꼬리같이 생긴 꽃들이 독특하다. 개민드라미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충청수영로 도로를 따라 보령 방조제로 향하는 길, 동문밖마을이라는 표지석이 우리가 수영성의 동문 쪽으로 나왔음을 알게 해 준다.

 

길은 소성삼거리에서 갈산, 천북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40번 국도 홍보로 도로와 함께 보령 방조제를 건넌다. 홍보로 끝자락이 62코스의 종점인 천북굴단지이기도 하다.

 

보령 방조제를 넘는 길가에는 낭아초가 인도를 침범해 버렸다. 잎이 싸리나무처럼 생겼는데 낭아초도 싸리나무처럼 콩과의 관목이다. 나무인데 풀처럼 땅에 붙어서 자란다 하여 낭아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스팔트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린 여우팥의 노란 꽃에 발걸음을 멈춘다. 덩굴성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돌팥이라고도 부른다.

 

보령 방조제 위아래 방향을 번갈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푸른 하늘도 쾌청하니 좋지만 34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감안하면 흰구름 아래로 걸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환경이다.

 

시퍼런 하늘만 보면 지금이 3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추석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자연의 색만큼은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길은 어느덧 보령 방조제 끝자락을 지난다.

 

배수 갑문의 감시탑에 조형물처럼 나란히 앉아 있던 가마우지들이 인기척에 놀라 자리를 피한다.

 

방조제 인근의 물은 그야말로 녹조라떼이다. 이 폭염은 언제나 물러날지 모르겠다.

 

보령방조제를 지나온 길은 도로를 벗어나 광천천 하구와 산 아래의 경계로 이어진 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폭염이 기승인 들길에서 화려한 색상의 칡꽃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여 위안을 건넨다.

 

한 축산 농가 울타리에 있는 왕고들빼기의 꽃을 보니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오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광천천 하구를 따라가던 길은 하만리의 수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가을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계절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 들판은 서서히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있고 있다.

 

논 근처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닭의장풀이 파란 꽃으로 존재감을 알린다. 우리에게는 그저 그런 잡초에 그칠 수도 있지만 당뇨와 해열 등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풀이다. 하늘 아래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온통 초록색인 들풀들 사이에서 주홍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둥근잎유홍초도 만난다. 긴 깔대 모양이 꽃이 앙증맞다.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두룽개길을 따라서 길은 두룽개골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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