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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코스와 54코스를 통해서 군산의 3대 호수인 군산호수, 은파호수, 월명호수를 차례로 지나고 있는 서해랑길은 마지막으로 월명호수 주위의 산책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월명공원을 지나면 월명산 자락의 산책로를 걸어서 명산사거리 쪽으로 내려온다. 이후로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한 근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월명동 시가지를 가로질러 진포해양테마공원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공단대로에서 다시 산책로로 올라온 길은 월명공원 생태통로 위로 건너온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월명호수로 향한다.

 

좌측으로는 설림산과 은적사로 가는 산책로도 있는 삼거리다. 군산 구불길과 함께 월명 공원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산과 호수가 있는 산책로 걷기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나무 숲 사이로 간질간질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길을 이어간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월명공원 산책로는 환경은 좋지만 사람이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산책길의 소란스러움도 잠재워줄 만한 편백 숲도 만난다. 편백숲 앞을 지팡이 두 개로 홀로 걷고 계신 어르신을 보면서 나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무거운 마음으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늙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죽는 것도 당연한 이치인데, 그 과정에서 주위 사람에게 피해나 부담을 주지 않는 삶이고 싶다. 작지만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노년이고 싶다.

 

월명호수 옆을 지나는 산책길을 걷고 있지만 호수 풍경은 나무에 가려 그다지 넓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숲길 걷기에 집중한다. 

 

월명공원 끝자락에 이르면 석치산(97m)을 돌아가는 산책로를 만날 수 있는데 석치산 맨발 걷기 길이라 적혀 있다. 빽빽한 편백숲 사이로 곱게 단장한 황톳길이 훌륭해 보인다. 누군가 주기적으로 대빗자루로 길을 쓸어내는 모양인지, 길에는 대빗자루가 세워져 있다. 벤치 옆에 신발을 벗어 놓고 가볍게 산책하러 떠나신 분들의 여유로운 마음도 인상적이다. 필자라면 신발을 잃을까 염려되어 아마도 신발을 들고 걸을 텐데 이분들의 여유로운 마음이란......

 

월명호수 옆을 걸어온 길은 군산청소년수련관에서 잠시 공원을 벗어나지만 이내 80여 미터 내려가 다시 산책로로 들어간다.

 

굽이굽이 산 아래 산책로 따라 사찰들로 지나온 길은 3.1 운동기념비와 만세상을 통과한다. 군옥 삼일운동 기념비라고 하는데, 1919년 삼일운동 당시 군산과 옥구 지역에서는 3만여 명이 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서 한일합병이 합법이고 그 당시 국적이 일본이라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삼일운동이 내란이냐고? 임시정부는 반국가단체냐고? 생각할수록 속에서 열불이 난다. 

 

군옥 삼일운동 기념비는 월명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월명산을 빠져나온 길은 월명동 시가지를 걷기 시작한다. 월명산 아래로 월명동, 그다음이 영화동, 해변으로 장미동이 차례로 이어지고 우리는 서해랑길을 따라서 이 동네들을 차례로 지나간다. 

 

독특한 조형물이 인상적인 군산평화박물관을 지난다. 문정현 신부가 2003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발족한 "평화바람"이라는 단체가 전국을 누비며 평화운동할 때 사용하던 차량을 절반으로 잘라서 조형물로 사용한 것이라 한다. 

 

월명로 대로를 건넌 길은 본격적으로 월명동, 영화동, 장미동으로 이어지는 근대문화유산거리를 걷는다. 수많은 먹거리들이 군침을 흘리게 하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곳이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전진 기지였다는 것을 기억할까 싶다. 수많은 농민들의 피땀역사가 먹자, 놀자 분위기에 묻히는 것이 안타깝다.

 

근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붕과 대형  굴뚝 사이를 걸으며 그야말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우수저류지가 있는 장소에는 근대 쉼터라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월명동과 영화동 시가지를 가로질러온 길은 해망로 길을 건너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쪽으로 이동한다.

 

길 건너에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군산근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의 은행 지점이 있던 자리에는 군산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군산근대미술관이 있다. 세관과 일본의 은행들 지점등 수탈의 최정점에 있던 장소들이다.

 

길은 해변으로 나가며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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