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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숲길을 비롯한 여러 숲길을 지나는 올레길 13 코스는 낙천리 마을길을 지나 저지 오름 입구에 이른다.

 

고목나무 숲길을 지나면서 올레길 13코스는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조수리로 넘어간다. 몸이 지쳐가니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많은데 왜 우리는 햇빛을 안 가려 주는 거야! 하며 하늘에 대고 투덜거린다.

 

곶자왈처럼 터널같이 우거져 태양을 가려주는 숲은 아니지만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활엽수와 침엽수, 들풀 등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숲길은 언제나 푸근함을 전해준다.

 

고목나무 숲길을 나온 올레길은 포장길을 통해 산노루라는 유명 카페를 지난다. 산중 구석진 곳인데도 오가는 자동차들이 많았다.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재배지인 제주의 녹차를 소개하고 알리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가 마음에 들었다. 중소 녹차 재배 농가와 협업하려는 마음을 보니 잘 되면 좋겠다 싶다. 그런데, "쌉싸름한 제주 말차"라는 상품을 팔고 있었는데 녹차와 말차는 단순히 덩어리와 가루의 차이가 아니라 생산 과정이 달랐다. 일반적인 녹차는 찻잎을 따서 덖고, 유념하고, 말리고, 다시 덖어서 차를 완성한다면 말차는 찻잎의 재배 과정부터가 다르다. 찻잎을 키울 때 인삼 재배 과정처럼 차광막을 씌워서 키우는 것이다. 그렇게 키운 찻잎을 따서 증기로 짧게 찌고, 말린 다음 잎맥을 제거하고 갈아 차를 완성한다.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마시니 영양적으로도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올레길에서는 제주의 차밭을 거의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농장들이 대부분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까닭일 것이다. 이번 여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강정 동산, 문도지 오름, 오설록 녹차밭을 걷는 가지 코스인 14-1 코스에서는 녹차밭을 만날 수 있다.

 

산노루 카페를 지나면 낙원로 도로를 따라 하동 사거리로 이동한다. 올레길은 사거리 모서리에 위치한 고사리 숲길을 돌아간다.

 

원형 회전 교차로인 하동 사거리를 직선 방향으로 지나 낙원로 도로를 한동안 따라 걸어야 하는데 적당한 쉼터를 찾지 못한 우리는 마을 초입 길가에 있는 주택의 데크 바닥을 쉼터로 삼아 철퍼덕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건물 모양이 카페인 줄 알고 들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사람도 없고, 자세히 보니 그냥 사무실과 주택으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몸이 지친 옆지기는 데크 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잠깐 앉아서 쉬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도로 옆이다 보니 지나가는 차량들의  시선이 따가웠으나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은 옆지기의 회복을 바라며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제주 아홉굿 마울"이라는 표지석이 등장했다.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에서 낙천리로 넘어가는 경계이다. 아홉 굿의 굿이 무속 신앙의 굿을 의미하는가? 하는 호기심이 있었지만 "굿"은 샘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낙천 아홉굿 마을은 아홉 개의 샘이 있는 마을을 말한다. 마을에서는 "아홉 개의 샘"이라는 의미를 확장해서 아홉 개의 좋은 것, 영어로 굿(Good) 적용시켜 "낙천구경”, “낙천구주”, “낙천구색”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UN 본부 앞에서 만났던 "부러진 의자"라는 작품처럼 의자를 소재로 한 의자 공원도 특색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올리브 가로수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도 관심을 끌었다.

 

낙천 마을 입구에서 회전 교차로가 있는 오거리를 만나면 올레길은 낙천리로 바로 가지 않고 산양리 방향으로 꺾어져서 돌아서 마을로 들어간다.

 

오거리에서 산양리 방면으로 이동하여 오거리에 있는 연못을 지나면 바로 좌회전하여 골목길을 통해서 낙천 마을을 돌아서 들어간다.

 

마을 골목길을 걷는 느낌은 담장 아래 메리 골드며 밭 주위에 가지런히 쌓아 놓은 담장까지 마을 분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마을 골목길을 돌아 도착한 마을 중심에서는 커다란 팽나무가 여행객을 맞아 준다. 아홉 개의 연못 중 하나일 또 다른 연못에는 "낙천 아홉굿 의자 마을"이 적혀 있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올레길은 연못에서 낙천리 사무소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여 마을을 북쪽으로 한 바퀴 돌아 흥법사라는 사찰 인근으로 내려오는데 옆지기의 몸 상태를 감안하여 이 구간은 생략하고 연못에서 바로 흥법사 쪽으로 했다. 올레길은 한동안 흥법사 앞을 지나는 "낙천 3길"이라는 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고도를 조금씩 올린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나 다름없는 저지 오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지오름을 향하는 오르막길 쿵쿵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길을 가다 보니 골재를 채취하는 모양이었다. 건설용 골재와 모래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제주는 골재는 그림처럼 산을 깎아서 자체 조달하지만 모래는 전부 육지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고도를 조금씩 올리는 완만한 낙천 3리 오르막길은 중간에 한 농장에 길이 끝나는데 농장 한쪽으로 이어진 길을 오르면 또 다른 새길이 시작된다.

 

샛길을 통해 새롭게 진입하는 길의 이름은 청수북 3길이다. 한동안 감귤밭이 이어지는데 감귤밭 옆을 걸을 때면 방풍목으로 심어진 나무들 덕택에 늘 푸근한 느낌을 받는다. 농장 주인장이 나무를 댕강 자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잘 가꾸기를 바라는 것은 올레꾼의 욕심일까?

 

은근한 오르막길은 몸에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옆지기의 몸상태다. 저지 오름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시간은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다. 속도가 느려진다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내가 배낭 두 개를 멜 테니 배낭이라도 달라고 하면 그 조차 거부한다. 목표를 자신의 발로 완료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의 표현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도 앱을 보니 올레길은 뒷동산 아리랑길이라는 완만한 오르막길로 조금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는데 저지오름을 향해서 직선 방향으로도 길이 있었다. 펜션 앞을 지나고 일체 동산과 현장이동산 사이의 조금은 경사가 급한 길이지만 힘들어하는 옆지기가 걸어야 하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원래의 올레길도 직선 경로도 모두 가로질러야 하는 "녹차 분재로"는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동양 최대의 분재 정원이라는 "생각하는 공원", 올레 14-1 코스의 종점인 오설록 티 뮤지엄과 제주 영어 교육 도시로도 이어진다. 길 이름에 녹차와 분재가 들어간 이유를 짐작케 한다. 사진의 언덕 꼭대기에서 주저앉아, 멈추다 쉬다를 반복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옆지기를 한동안 기다렸다. 무슨 말을 해도 짜증만 유발하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영양가 없는 말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얼음물이 옆지기에게는 훨씬 반가운 모양이었다.

 

직선 경로를 걷다 보니 지도 앱대로 뒷동산 아리랑길에서 올라오는 올레길과 만난다. 이제는 우회할 길도 없고 원래의 올레길대로 묵묵히 저지 오름을 오르는 것만 남았다. 여기서부터는 한경면 낙천리에서 저지리로 넘어간다.

 

여전히 포장길을 걷고 있지만 경사도가 높아질수록 저지 오름이 가까워졌다는 것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관절이 생생할 때야 문제가 아니지만 이제는 오름을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공동묘지 지대를 지나면 "닥모르 오름"이라 새겨진 저지 오름 입구를 만난다. 저지 예술 마을이라는 표지도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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