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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항에서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챙겨 먹은 우리는 해파랑길 14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다섯 시간이 넘는 길이므로 호미곶에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면 잘 걸은 것이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출발하여 사라말 등대, 구룡포 해수욕장, 구룡포 주상절리를 거쳐서 삼정항에 이른다.

 

14코스의 종점은 호미곶이고 가는 길에 구룡포 해수욕장도 지나지만, "해파랑길"이라 쓰인 도로 표지판을 따라 직진한다. 도로 표지판에 "해파랑길"이 등장하는 것은 처음 본다.

 

표지판에 있는 구룡포생활문화센터 아라 예술촌은 포항 문화 재단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말이면 다양한 예술 강의와 체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아라 예술촌 인근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 또한 각종 전시와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청어의 눈을 뚫어 말린다는 의미의  관목 청어(貫目靑魚)가 과메기의 어원이라는 정도는 기억해 두고 이곳을 떠나야겠다.

 

구룡포항 끝자락의 작은 어촌계 포구와 구룡포항 방파제 바깥에 있는 암초 지대의 모습. 사람의 내면 깊숙하게는 아마도 채집과 사냥의 본능이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드신 분이나 아무 준비 없이 지갑만 가지고 그냥 떠나온 여행길에서 굳이 갯바위를 거닐며 뭔가를 찾아 헤맨다.

 

구룡포항을 떠난 길은 해안가 길을 따라 올라간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표지판과 같이 가는 길이다. 길 좌측으로는 무인 등대인 사라말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구룡포리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너머 멀리 삼정 방파제와 함께 길 표지에 있는 관풍대라 불리는 삼정섬이 보인다. 

 

한참 건조하며 맛이 들고 있는 과메기들. 그 주위로 독수리 연이 매달려 있다. 과수원이나 콩 농사 지으시는 농부들이 긴 낚싯대나 장대에 매달아 새를 쫓는 광경을 본 적은 있지만 그 연이 과메기 덕장에도 등장할 줄이야!

 

아름다운 빛깔의 바다와 암초, 들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언덕에서 바라본 구룡포 해수욕장 방면의 모습이다. 조용하고 널찍함. 이것이 구룡포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첫인상이다.

 

보통 해파랑길은 모래사장으로 길을 가지 않고 걷기 좋은 길을 가지만 고운 모래와 맑은 물의 해변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방금 바닷물이 지나간 자리는 그나마 푹푹 들어가지 않으므로 조심스레 발자국을 남기며 구룡포 해수욕장을 횡단한다.

 

대형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고운 모래와 맑은 물로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는 딱이다 싶었다. 해변에 남겨진 우리 둘의 발자국은 파도가 곧 지워 줄 것이다.

 

여느 해수욕장처럼 이곳도 산에서 내려오는 개천이 하나 있다. 해수욕장 끝에서 작은 개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면 포장길을 따라서 구룡포 주상 절리로 향한다.

 

구룡포 주상 절리는 나름 육각기둥의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지만 부채꼴 문양의 경주 양남 주상절리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곳은 낚시꾼과 채집꾼의 앞마당이 되었다.

 

구룡포 주상 절리를 지나면 삼정항으로 이어진다.

 

삼정 마을의 해변은 아직 해수욕장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삼정지라는 조금은 큰 마을 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천이 이곳 삼정 해수욕장으로 흐른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마을 벽화로 그려져 있다.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 태평양 건너갈 때에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 살짝 윙크했데요
나는 육지 멋쟁이 당신은 바다 이쁜이
천생연분 결혼합시다

예식장은 용궁예식장 주례는 문어 아저씨
피아노는 오징어 예물은 조개껍데기

 

변규만 작사, 작곡,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정광태가 부른 이 노래를 새롭게 보게 된다. 할리우드의 인어공주 태풍에 휩쓸려 우리의 참 좋은 노래도 그런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만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이다.

 

삼정항에 도착했다. 3 정승이 있었는지, 3 정승을 지낸 사람이 있었는지, 3 정승이 될 기운이 있었는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삼정 마을의 유래에 얽혀 있는 모양이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삼정항 앞의 삼정섬. 관풍대라고도 부른다. 풍경도 이름답다. 신선들이 놀았다는 곳이란다.

 

볏짚에 매어 놓은 통 과메기와 시래기 묶음이 정겹다.

 

동해에 있는 어촌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은 오후이지 않을까? 한낮의 삼정항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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