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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한국에서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었다면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오는 야간 버스에서 내려 몽롱한 상태로 카트만두 시내를 터벅터벅 걷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트래킹을 시작하며 아낀 하루 덕택에 상상치도 못했던 여유를 누리고 있다. 어제 새벽 얼리 체크인한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러 나오니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있는 것과 같은 익숙함이 있다. 

아침 식사는 어제저녁 대장금 한식 식당에서의 식사가 워낙 만족스러워서 다시 한식을 먹을까 했는데, 식당 문을 열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한단다. 결국 빵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어제 갔었던 핫 브레드(Hot Breads)가 아닌 다른 집을 찾아 나섰다. 타멜에서는 그 역사가 오래된 펌퍼니클 베이커리(Pumpernickel Bakery)로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매장에서 빵을 고르고 커피를 주문하면 앉은자리로 커피를 가져다주는 방식은 어제 아침 식사를 했던 핫 브레드와 같은 방식이었다. 이곳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위의 그림과 같은 정원에서 운치 있게 식사도 할 수 있고 빵을 만들고 있는 주방도 볼 수 있었다.

 

빵과 커피 두 잔해서 730루피를 지불했는데 빵맛도 커피 맛도 만족스러웠다. 

 

이른 아침의 타멜 거리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조금 더 가면 이어지는 시장의 북적거림도 없고 시끄러운 호객도 없다. 타멜 거리에서 만난 독특한 외관의 건물에 중국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히말라야 트래킹 도중에도 그렇고 펌퍼니클 베이커리에서도 그렇고 중국인들이 참 많았다. 한국인보다 더 많지 않은가 싶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숙소가 많은 타멜에서 옥상은 침대보를 건조하는 최상의 공간일 것이다. 같은 공간 속에서 누군가는 일상으로 누군가는 찰나의 여행으로 머물고 있다.

 

카트만두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아침 식사, 타멜 거리 산책, 짐 정리 등으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포카라에서 하루를 당겨 카트만두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를 되새기게 된다. 짐 정리를 끝내고 데스크로 나오니 직원들은 바로 공항까지 가는 택시를 수배하고는 경비 아저씨에게 택시 타는 곳까지 우리를 데려다주라고 한다. 타멜 거리 안쪽으로 택시가 들어올 수 없도록 경찰이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비 아저씨를 따라 2백여 미터 가니 택시들이 줄을 서있었고 그 사이로 호텔과 약속한 택시에 바로 승차할 수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준 경비 아저씨에게 팁이라도 조금 드릴걸 하는 아쉬움이 남은 만남이었다. 여전히 팁 문화에는 익숙지 않은 배낭 여행자인가 보다.

호텔에서 수배한 택시는 일반 택시로 네팔에 도착할 당시에 이용했던 KLOOK 택시보다는 낡고 오래되었지만 택시를 잡고 흥정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게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호텔 비하니(Hotel Bihani)에서 제시했던 750 루피를 지불하고 공항에서 내렸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는 막힌 구간이 많았는데 공항으로 갈 때는 막힘없이 2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네팔 입국 과정에서는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환전과 택시 잡기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출국장에 들어갈 때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인도 공항들에서도 그렇다고 하는데 비행기를 예약한 E-Ticket과 여권을 보여 주어야 출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항이 작다 보니 아마도 잡상인이나 범죄를 예방하고 공항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카트만두 공항의 체크인도 처음 경험해 보는 체계였는데 항공사별로 전용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항공편이 끝나면 항공사와 관계없이 다음 항공편을 체크인하는 방식으로 전광판에 자신의 항공편이 체크인한다고 나오면 A 또는 B 방향을 확인하고 체크인을 진행하면 된다. 카트만두를 출발하여 청두 경유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수하물의 자동 환승을 지원하지 않고 청두 공항에서 짐을 찾았다가 다시 부쳐야 하기 때문에 체크인이 복잡할 것은 없었다. 온라인 체크인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체크인을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다.

 

카트만두 공항의 보안 검색 또한 특이해서 남녀가 분리되어 줄을 서서 보안 검색을 해야 했고 보안 검색을 끝낸 사람들은 탑승권에 직접 확인 도장을 찍어야 했다. 탑승구가 여러 개 있기는 했지만 한 군데 앉아 있다가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이동하는 방식은 동일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뭔가 사 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 하나밖에 없는 매점을 둘러보았는데 달러는 받지 않고 오로지 루피만 받아서 비상용으로 남겨둔 네팔 루피를 탈탈 털어서 가볍게 요기를 했다. 에어 차이나는 청두까지 짧은 시간의 비행이지만 기내식이 있으므로 그나마 다행이었다.

 

드디어 네팔을 떠난다.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있을까? 여행 내내 맑았던 날씨는 네팔을 떠날 때까지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도록 푸르른 하늘을 끝까지 보여준다. 놀이동산 기구를 타는 것 같았던 로컬버스 타기, 끝이 없이 이어지던 수많은 돌계단들,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나르던 당나귀들, 마치 서커스를 하듯 건축 자재를 산중으로 나르던 포터들, 나마쓰떼하며 인사를 주고받던 다양한 국적의 트래커들,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남봉과 같은 히말라야의 봉우리들, 산장에서 먹었던 찐 감자, 찐 계란, 포리지, 팬케이크, 달밧, 쌀죽과 네팔 사람이 만든 김치찌개와 볶음밥, 백숙도 생각난다. 설사와 복통 속에 MBC와 ABC를 다녀온 기억, 지누단다에서 란드룩으로 가는 길을 헤매었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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