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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오는 야간 버스는 타멜(Thamel) 입구 큰길에서 우리를 내려 주고는 미련 없이 제갈길을 간다. 피곤이 수면제라고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야간 버스에서의 긴 시간은 비행기만큼의 안락함은 아니었지만 나름 꿀맛 같은 휴식시간이었다. 어제 톨카부터 담푸스까지 걷고 또 포카라 시내를 걸어 다녔던 피곤함이 야간 버스에서의 휴식으로 풀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얼리 체크인을 받아 주는 호텔을 찾아가는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정해 놓은 숙소가 없으니 골목길에서 보이는 숙소 중에 깔끔하고 비싸지 않은 숙소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새벽 5시를 바라보는 시각 어두컴컴한 타멜(Tahmel) 골목은 지난밤의 화려한 여흥이 가시지 않은듯 고요한 가운데서도 조금은 들뜬 분위기가 아닌가 싶었다. 혹시나 당할지 모르지 범죄에 대한 염려로 중요 물품은 배낭 깊은 곳에 넣어 두었지만 긴장감 없이 컴컴한 골목을 걸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만난 숙소가 호텔 비하니(Hotel Bihani)였다. 경비원 아저씨가 닫혀 있던 대문을 활짝 열고 계셨는데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그를 따라서 건물 2층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이 호텔의 체크인 카운터였다. 경비 아저씨는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까지 우리를 데려다준 것이었다.

 

카운터에 도착하니 젊은 남성 청년이 나왔는데 그 친구와 영어 소통을 하며 내일 호텔을 나가는 시간을 알려주고 공항까지의 택시 예약과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식사를 제외한 조건으로 4,000루피를 지불했다. 주위 맛집들이 많은데 굳이 이곳에서 식사할 이유는 없었다. 새벽 5시에 체크인을 해서 다음날에 나가는 것이니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나름 수긍할 만한 가격이었다.

 

호텔 비하니(Hotel Bihani)는 근처 다른 호텔에 비하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내부 시설만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TV와 무료 와이파이를 비롯해서 깔끔한 욕실과 풍부한 온수까지,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이 가격도 한국 모텔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었고 새벽 5시에 들어온 얼리 체크인이었으니 이틀을 묵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산장에서의 원시생활을 접고 이제 문명 시대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깔끔한 숙소에서 짐 정리와 영수증 정리도 하고 내일 공항 가는 시간과 여정 등을 정리하고 네팔 TV를 보며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 보니 오전 8시가 되었다. 야간 버스에서 나름 잠을 잔 까닭인지 잠도 오지 않았으니 방에서 계속 뭉기적 거릴 수는 없었다. 트래킹 시작 첫날 나야풀과 간드룩으로 이어지는 행운의 로컬 버스 승차 덕택에 하루 시간을 벌었으니 원래는 내일 오전 야간 버스에서 내린 다음 하려고 했던 카트만두 시내 걷기를 여유 있게 오늘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내일 카트만두 걷기를 하고 공항으로 바로 이동했으면 빡빡한 일정에 마음은 급하고 거리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복이 또 다른 복을 부른 것이다. 호텔 비하니가 위치한 타멜 거리는 우리나라의 이태원처럼 외국인들이 많은 곳으로 카트만두의 다른 곳과 다르게 경찰이 오토바이나 차량 통행을 막고 관리하고 있어서 걷기를 즐기기 좋은 장소였다. 일단 아침식사를 가볍게 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타멜 거리. 숙소 앞 거리로 나오니 환전소, 등산용품 판매점, 기념품점, 편의점, 타투점에 한국 음식점까지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 관광객을 대상으로 네팔 인력거인 "릭샤"를 영업하고 있고 사람들까지 분주한 가운데서도 평화로움 깃들인 거리 풍경이다.

 

이쪽에는 외국인 거리답게 유명 빵집들이 여러 개 영업 중인데 그중에서 우리는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핫브레드(Hot Breads)를 아침 식사 장소로 선택했다. 1층 매장에서 빵을 담아 계산하고 2층에서 자리를 잡아 식사하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2층 바깥에 앉아 있다가 쌀쌀한 날씨 때문에 2층 실내로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12월을 앞두고 있으니 이곳이 위도가 낮아 덥다고는 하지만 아침은 쌀쌀했다. 아무튼 오래간만에 누리는 여유 있고 폼나는(?) 아침식사였다.

 

커피는 1층에서 주문하면 2층으로 알아서 갖다주는 주문 방식인데 라테를 시켰더니 라떼 아트로 새를 한 마리 같이 보내 주었다. 라테와 함께 두 명이서 네 가지 종류의 빵을 먹었으니 정말 넉넉하고 풍성한 아침이었다. 총 650루피 지불.

 

빵집 2층에서 바라본 골목 풍경. 전깃줄이 서로 얽혀 있고 밤이면 운치를 더할 백열전구들이 매달려 있지만 이것 또한 이곳 나름의 풍경이 아닐까 싶다. 넉넉한 아침을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카트만두 시내 걷기에 나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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