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이탈리아와 스위스로 넘어온 TMB 5일 차 걷기는 이제 페레 계곡을 따라 2.5Km 내외를 걸으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버스로 5분, 걸으면 30분이면 가는 길이지만 옆지기의 좋지 않은 몸 상태로 1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페레 마을에서 라 파울리(La Fouly)로 가는 길은 도로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걷기에 안전한 길은 페레 예배당 전에서 위의 그림과 같은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개천을 건너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것입니다. 산악자전거들은 도로를 따라가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그 위로 세락과 우유, 치즈를 판매하기 위한 안내판이 투박하게 걸려 있습니다. 

 

페레 계곡을 흐르는 개천을 건너는 나무다리입니다. 잘못 디디면 나무가 부러져 빠지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건넜던 조금은 허술한 다리였습니다.

 

다리를 건너서 라 파울리(La Fouly)를 향해 걷습니다. 초반에는 개천 주변의 소울타리를 따라 걷습니다. 가느다란 전선으로 철책이 세워진 풀이 있는 곳은 모두가 소의 영역인 셈입니다. 

 

개천을 따라 걷다가 다시 개천을 건너며 숲길을 걷습니다. 숲 속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저녁 햇살을 맞으며 걷는 걷기 좋은 길이었습니다. 

 

계곡 한쪽에 위치한 작은 캠핑장도 지납니다. 

 

베르제 트레일(Sentier des Bergers)이라 부르는 등산로 안내 표지판입니다. 페레 계곡을 가운데 두고 라 파울리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지나온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을 거쳐서 반대편 산을 통해 돌아 내려오는 경로입니다. 지역의 작은 등산로들을 일회성으로 만들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연관시켜 꾸준히 관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큰 배낭을 메고 저희를 지나쳐 앞서 가는 여행자의 뒷모습이 저희의 모습 같아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건너편 도로에서 페레 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보니 그냥 기다렸다가 타고 내려올걸 그랬나 하는 회한이 밀려옵니다. 말도 없이 힘들게 걷고 있는 옆지기에게 이제는 말을 걸기도 겁이 납니다.

 

건너편 산 한편에는 양 떼들이 풀을 뜯고 있고 다른 편에서는 소떼가 노닐고 있습니다. 마치 잔디 깎는 기계로 예쁘게 단장한 골프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초원 풍경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올라가려 한다면 이내 넘어져 구를 것 같은 높은 경사도에서 양 떼들은 자연스럽게 노닐고 있습니다. 

 

걷기의 유익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위스 양봉 현장도 만납니다. 벌통마다 지붕처럼 생긴 것을 올려놓은 것이 특이합니다.

 

라 파울리(La Fouly)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개천을 건너서 언덕을 오르면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와 만납니다.

 

구름이 걸려있는 산봉우리와 빙하의 모습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합니다.

 

드디어 마야 조예 산장(Maya-Joie, 1,600m, https://www.mayajoie.ch/en/)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TMB 숙소 예약에서 유일하게 예약 확인만 온라인으로 하고 대금 지불은 현지에서 수행한 곳입니다. 규모가 큰 산장이었습니다. 도로에서 위로 조금 올라가야 했는데, 저희가 배정된 곳은 숙소의 꼭대기 층으로 체크인 후에도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했습니다. 

숙소 앞에서 바라본 라 파울리(La Fouly) 시내의 모습입니다. 

 

저희는 1인당 30 CHF로 예약했는데 저렴한 만큼 꼭대기층 강당에 1인용 매트리스를 배열해 놓고 침구를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조식 포함이고, 무선인터넷도 되고, 1층 공용 샤워실에서 온수 샤워도 할 수 있어서 나름 괜찮았습니다. 저녁은 저희 배낭에 있던 바게트와 소시지, 쨈, 과일로 가볍게 해결하고 일찍 취침에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 숙소 창문을 통해 바라본 빙하의 모습입니다. 옆지기가 오늘 너무도 힘들어했기 때문에 내일은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여 걷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스위스 지역이므로 우리나라의 시골처럼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버스-기차-기차-버스로 다음 목적지인 트리앙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시내 지역이다 보니 인터넷이 잘 되어서 버스 예약과 환승을 포함한 기차 예약을 완료하고 PDF로 스마트폰에 승차권을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무지하게 비싼 스위스 교통 요금은 정말 악! 소리가 나옵니다. 한참을 정보 찾기와 예약을 하다 보니 옆지기는 이미 깊은 잠에 들었고 강당 안에서 같이 잠을 자는 사람들도 소등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행히 강당의 잠자리는 많이 비어 있어서 넓은 강당에서 저희 부부 둘과 건너편의 젊은 여성 두 분 만이 조용하게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