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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파울리(La Fouly)에서 버스를 타고 이쎄르(Issert)에서 내려서 셩벡쓰 호수(Chanpex-Lac)를 거쳐서 포르클라 고개(Col de la Forclaz, 1,526m)를 지나서 트리앙(Trient, 1,279m)에 이르는 20Km가 넘는 긴 여정인 TMB 걷기 6일 차를 기차와 버스로 대신하고 있는 땡땡이 산행 중입니다.

 

라 파울리(La Fouly)에서 버스를 타고 오흑시에흐(Orsières) 터미널까지 이동하여 기차를 타고 셈브란체(Sembrancher)를 거쳐서 마흐띠늬(martigny)까지 이동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마흐띠늬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트리앙까지는 하루에 버스가 4회만 운행하기 때문에 버스 시간까지 기차역 앞에 있는 카페에서 내일의 여정을 정비하며 망중한의 여유를 누렸습니다. 제가 글 소재를 던지면 옆지기가 자신이 겪은 산행 이야기를 글로 짧게 풀어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흐띠늬(martigny)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과 주변 아파트의 모습입니다.  역에 있는 편의점에서 오늘 저녁과 내일 산행에 필요한 간식을 구입했는데 스위스 프랑 뿐만 아니라 유로화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유로화 동전은 사용할 수 없고, 유로화 지폐를 받고 잔돈은 스위스 프랑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마흐띠늬에서 트리앙으로 가는 213번의 버스 시간표인데 6월 24일부터 8월 16일 사이의 평일이니 A로 표시된 버스가 해당되는데 저희는 11시 55분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예약하고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티켓을 기사분에게 보여 주면 되었습니다. 

 

시내버스임에도 USB 충전도 있고 WiFi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비싼 만큼 쾌적함과 서비스는 좋았지만, 배낭 여행자에게 스위스는 만만치 않은 나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버스는 시내 곳곳을 지나서 천천히 산을 오릅니다. 눈을 들면 보이는 저 높은 곳의 포도밭을 조금 있으면 가깝게 지나게 됩니다. 

 

마흐띠늬는 스위스-이탈리아, 스위스-프랑스를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는 도시이니 만큼 버스가 고도를 높여 갈 수 록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조용한 것 빼고는 아름답고, 참 살기 좋은 곳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버스가 산 중턱으로 난 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길 근처로 고성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바티 아즈 성(Château de la Bâtiaz) 입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산비탈의 포도밭 뒤로 멀리 바티아즈성이 보입니다. 1260년에 세워진 중세 시대의 성입니다.

 

버스가 포르클라 경로(Route de la Forclaz) 길을 따라 고도를 올릴수록 계곡에 자리 잡은 마흐띠늬 시내의 모습이 참 깨끗하고 깔끔하게 느껴집니다. 단순히 좋은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버스는 중간중간 산골 마을을 거쳐서 갑니다. 중간에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이 있었는데 오늘 정상적으로 걷기를 했다면 거치는 포르클라 고개(Col de la Forclaz, 1,526m) 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숙소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 시간까지 한참을 기다렸는데 포르클라 고개에서 내려서 천천히 내려가는 것도 좋을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버스가 트리앙에 도착하면 바로 종점이 아니라 트리앙 시내의 여러 정류장을 거쳐서 다른 곳까지 가기 때문에 내리는 곳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버스를 내려서 트리앙의 캠핑장에 가거나 바로 프랑스로 가는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라면 "Trient, Le Peuty" 정류장에서 내리면 되고 트리앙 내 다른 숙소들로 가려면 트리앙 베티(Trient, Betty)에서 내려야 합니다. 배낭을 멘 한 아가씨가 트리앙에 도착하자마자 내린다고 버튼을 잘못 눌렀다가 기사에게 한소리 들었습니다. 

 

외관을 장미색으로 칠한 로즈 성당(Église Rose)이 설산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TMB 6일 차 숙소인 몽블랑 산장(Auberge du Mont Blanc)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라서 인터넷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체크인 시간 이전에 산행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오더군요. 빨라야 오후 4시에 숙소에 들어간 저희에 비하면 이 사람들처럼 일찍 산행을 끝내고 숙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여겨졌습니다. 한국인 단체 여행객을 비롯하여 짐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면서 만난 "누군가는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다니지만, 누군가는 아름다운 장소를 만든다"는 인아얏 칸(Inayat Khan)의 문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피어싱을 한 여직원이 출근하고서야 체크인이 시작되었는데 저희는 3층의 전망 좋은 방을 배정받았습니다.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전망이 아름다웠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저 방향으로 이번 여행 마지막 걷기를 하겠지요!

 

식사 없이 숙박만 예약했는데 방은 널찍하니 좋았습니다. 공용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지만 같은 층에 있어서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 숙소도 등산화는 1층에 위치한 별도의 공간에 벗어두고 슬리퍼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슬리퍼를 가져가서 문제없었지만 어떤 분은 맨발로 다니시더군요.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저녁 식사 시간까지 빨래를 해서 널고, 뒷마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휴식 시간을 가집니다. 저희도 덜 마른 빨래들을 창문에 걸어 커튼을 대신했습니다. 탁구대가 하나 있었는데 한국 단체 여행객들의 시끌벅적한 고함 소리가 그렇게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큰 숙소이다 보니 문 바깥으로도 시끌시끌했지만, 푸근한 휴식이 주는 평안 때문인지 마음이 넓어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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