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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며 짧았던 이탈리아에서의 이틀 여정도 안녕입니다.

페레 고개에서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까지는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완만한 내리막 길이 산허리를 타고 이어집니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보니 마음도 편안하고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완만한 내리막길 너머로 계곡 건너편에는 몽 뗄리에(Monts Telliers, 2,951m)와 그 뒤로 하얀 봉우리를 뽐내는 3천 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턱 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이곳이 스위스임을 알리는 하얀색 기둥에 빨간색 줄을 그은 길 표식.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모두 TMB 길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도 길 표식만큼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의 짐을 잔뜩 싣고 페레 고개를 향하는 당나귀도 근처에서 보조를 맞추며 따라가는 도보 여행자도 헉헉대며 인사받기도 힘들어합니다. 내리막 길은 늘 이런 풍경이기는 합니다. 오르는 사람은 헉헉 거리고, 내려가는 사람은 미소 머금은 여유가 넘치는......

 

산허리를 감싸며 내려가는 완만한 내리막 길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아차 하면 천 길 낭떠러지인 아찔한 길입니다. 이런 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자전거 안장에서 보면 바로 옆 낭떠러지가 더 깊어 보일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 합니다. 무엇이든 겁을 내면 나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감으로 덤벼들면 그 대상이 작이지는 법이지요.

 

이곳에서도 응달진 계곡으로는 두꺼운 눈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옆지기는 짧은 눈길조차도 조심조심 오느라 의도치 않게 모르는 이들의 길 잡이가 되고 맙니다. ㅎㅎ

 

아무리 녹고 있는 눈이라지만 낭떠러지로 이어진 눈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 아래로 흐르는 물이 계곡을 깎으며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눈길 위를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페레 고개에서 내리막길을 40여분 걸은 시점. 많이 내려왔는지 공기가 달리 느껴지고 페레 고개 쪽으로는 길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가파른 산 경사면으로 가늘게 이어지는 등산로가 가끔씩 다리를 후들거리게 하지만 따스한 오후의 햇살과 경사면을 덮은 야생화는 힘을 내서 여정을 이어가게 합니다.

 

드디어, 멀리 아래로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스위스 시골 마을과 마을 길을 연결하는 길들이 보입니다. 산을 돌아 약간의 경사진 길을 내려가면 바로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을 만납니다. 산장에서 쉬어 갈 기대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의 전경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렇게 평화롭게 쉬던 소들이 우리의 길을 가로 막을 줄은 미처 몰랐지요.

 

스위스의 길 표지는 확실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튼 목적지인 라 파울리(La Fouly)로 가려면 산장 앞을 가로질러가야 하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나무칩을 깔아 놓은 산장 앞을 지나가야 하므로 웬만해서는 이곳에서 쉬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가격인데 스위스의 유명한 고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이 산장은 유난히 가격이 높았습니다. 그렇지만 비싼 가격만큼 산장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편안히 쉴 수 있다는 것은 좋았습니다.

 

맥주 한잔과 주스 한잔을 시켜 먹었는데 주인이 영어 소통도 잘 안 되고 가격도 센 편이었습니다. 쉬어 가기 위한 자릿값 치고는 센 편이었지요. 아무튼 등에 베인 땀도 식히고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장 벽에는 오래된 스키와 등기구며 우유통을 매달아 놓아 나름 빈티지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가격과 영어 소통만 제외하면 넉넉한 테이블로 많은 사람이 쉬어가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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