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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타 산장(Refuge Elisabetta, 2,197m)에서의 중요한(?) 용무를 끝낸 옆지기와 저는 서둘러서 TMB 걷기 4일 차를 마무리하기 위한 길을 나섭니다. 쿠르메이유(Courmayeur)까지 계속 걷는 것이 아니라 라 비자이(La visaille)에서 버스를 타고 쿠르메이유까지 이동할 예정인데 막차가 19:40이라 버스 시간은 여유가 있지만 한 시간에 한대인 버스 시간에 맞추어 숙소에서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조급 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엘리자베타 산장에서 미아지 호수까지 가는 길도 위의 사진처럼 산장 근처에서의 내리막 길을 벗어나면 평탄한 계곡 지대의 도로를 걷습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널찍한 길을 걷는데 경사길을 보완하느라 열심인 공사 차량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아지 호수로 가는 길은 산에서 흘러 내려온 눈 녹은 물들이 만들어 놓은 계곡과 작은 연못들, 개울 들과 함께하는 길입니다.

 

공사 차량들이 계곡 아래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길이라 걷기가 편하기는 했지만 자연보호와 개발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 이 길이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길을 내려와 바라본 엘리자베타 산장의 모습입니다. 계곡 물이 불어 길이 없어지고 산사태가 있어도 언덕 위에 있는 산장은 안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들어섭니다.

 

도로 길을 걷다 보니 주변은 온통 습지대로 이 길이 없었다면 길을 걷기가 상당히 어려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이 조금만 불어도 길이 보이지 않을 테니 사람들의 안전 문제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스팔트가 아니어도 습지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낸 것이라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습지를 가로질러 미아지 호수 또는 콩발 호수(Lago di Miage or Combal)라 불리는 호수 근처에 이르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청명한 날씨는 아니지만 산을 감싸며 흐르는 구름과 산, 나무, 물이 어우러져 당장이라도 이젤을 펴고 스케치를 시작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풍경입니다.

 

야생화와 푸른 풀과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습지입니다.

 

습지 건너편으로는 동화 같은 콩발산장(Cabane du Combal)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산장으로 가려면 등산로를 좀 더 내려가다가 교차로에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미아지 호수 또는 콩발 호수로 가는 길도 저 산장을 거쳐야 합니다. 거친 돌산에 드문 드문 솟아 있는 나무들과 바위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담한 삼각형 지붕의 산장이 마치 미국 서부의 인디언 거주지를 연상시킵니다.

 

갈림길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쿠르메이유 시내까지 걸어서 3시간 50분이니 결코 짧은 길은 아닙니다. 우측으로 산길로 꺾어지면 등산로를 통해서 걸어서 쿠르메이유까지 가는 것이고 좌측으로 다리를 건너면 콩발산장을 거쳐 미아지 호수 또는 콩발 호수로 갈 수 도 있고 길을 따라 하산하여 미아지 산장 앞에 있는 라 비자이(La visaille, 1,659m) 버스 정류장에서 쿠르메이유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갈림길에서 혼자 TMB를 걷고 있던 미국인 청년 여성을 한분 만났는데 정말 씩씩한 친구였습니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매시간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간다고 하니 좋은 정보를 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다른 사람을 찍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저희 부부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유쾌한 만남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저희를 따라 버스를 타러 내려 오더군요. 물론 에너지가 넘치는 그 친구는 거북이걸음의 저희를 금방 지나쳐 가기는 했지만요. 내리막에서는 자신처럼 해야 힘이 덜 든다고 시범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딸도 저 친구 나이와 비슷한데 저렇게 씩씩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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