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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지 산장 앞에 있는 라 비자이(La visaille, 1,659m) 버스 정류장에서 승차한 버스는 베니 계곡(Val Veny) 캠핑장에서 여러 사람을 내리고 태운 다음에는 베니 계곡을 따라 내리막 길을 곡예하듯 내려갑니다. 창 밖으로 들어오는 계곡 풍경을 20여분 감상하다 보면 금방 계곡 아래 마을에 도착하는데 계곡길과 시내 도로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라 삭스 폰탈(La Saxe Pontal) 정류장에서 버스를 하차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까르푸 익스프레스가 있는 곳입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숙소까지 약 2Km 내외를 걷다가 중간에 있는 슈퍼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옆지기도 힘들어 하고 해서 까르푸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숙소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를 타보니 결코 짧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환승이 없으니 1인당 2유로를 지불해야 했지만 버스가 오른 오르막 길을 돌아보니 걷지 않고 버스를 탄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친 몸에 이 길을 걸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까르푸에서 앞으로 3일간 필요한 간식과 초코바, 그리고 오늘 저녁 휴식 시간에 필요한 먹거리들을 구매했는데 역시 저렴 했습니다. 아주 작은 술을 하나 구매했는데 부가가치세가 22%인 것이 특히 했고, 사과와 방울토마토에는 4%가 붙었지만 두 가지를 합쳐 3유로였으니 부담이 없었습니다. 프랑스처럼 이곳의 바게트도 1유로가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까르푸 앞에서 숙소까지 가려면 페레 계곡(Val Ferret) 방면으로 가는 924, 947번을 타고 까르떼 베르디(LA PALUD - CARTE VERDI)에서 내리면 되는데 그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말았습니다. 버스가 아까 내려온 베니 계곡(Val Veny)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창피한 것을 무릅쓰고 기사분에게 잘못 탔다고 미안하다고 하니 바로 환불해 주면서 내려 주었습니다. 이곳 버스의 단점은 전광판이나 방송으로 다음 정류장을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전에 노선도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다면 기사분에게 목적지를 말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기사분들이 영수증을 일일이 발급하느라 귀찮을 텐데 그럼에도 친절한 것은 좋은 점이었습니다.
까르떼 베르디(LA PALUD - CARTE VERDI)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길 건너로 TMB 4일 차 숙소인 호텔 발리 블랑쉬 (Hotel Vallée Blanche, http://www.hotelvalleeblanche.com/en/)가 바로 보입니다. 약간 언덕에 위치한 숙소의 계단을 오르는 데도 헉헉 거린 것을 생각하면 슈퍼에서 이곳까지 버스 타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깔끔하고 널찍한 숙소는 4일간의 피로를 푸는데 딱 이었습니다. 오후 6시 전에 도착했는데 저녁 식사를 위해 숙소와 연계되어 있는 식당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준비해온 것으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젖은 등산화를 베란다에 내놓아 말리고 간단하게 몇 가지를 손빨래해서 널었습니다. 계획으로는 이곳에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여 남은 일정에 필요한 옷가지를 챙기는 것이었는데 체크인하면서 물어보니 하루가 꼬박 걸리는 서비스라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손빨래를 했는데, 산티아고 순레 길의 숙소들처럼 유료 건조기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충분한 샤워와 무선 인터넷, 전기 충전과 화려한 조식까지, 마음에 드는 숙소였습니다. 난코스를 통과한 지난 3일간의 걷기에 대한 보상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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