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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보(Toxibó) 마을 근처에서 잠시 LU-633 도로와 멀어지긴 하지만 순례길은 곧 도로쪽으로 나와서 LU-633도로와 함께 갑니다. 숲길을 걷는 즐거움도 있지만 도로와 함께 걷는 나름의 맛도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묵묵히 걷다보면 쌩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대륙이라도 횡단하고 있는 고독한 여행자 기분을 내주기도 합니다.
순례길에서 처음 만난 산불의 흔적. 어느 지역에서는 목초지나 밭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불을 놓기도 하지만 이곳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산불을 맞아 고사한 나무들의 흔적이라도 보게되면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시리곤 하는데 순례길에서 만난 산불의 흔적에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산불이건 목초지를 위한 사전 작업이던 불에 데인 나무 껍질과 불에 탄 앙상한 나뭇가지에 미소를 지을 수는 없네요.
가지런히 조성한 나무 숲 사이로 고사리들이 풍경의 한 몫을 담당합니다.
숲길을 걷는 할아버지와 손녀. 오늘의 베스트 샷으로 손꼽는 그림중에 하나입니다. 자연만 있는 그림, 사람으로 가득한 그림보다 자연 속에 조용히 자리한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때로는 가장 인위적인 도로도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도로 중앙이 점선이면 2차선 도로에서 추월 가능 부분이라 생각할 법 한데 길가에 세워진 규제 표시는 "추월 금지"입니다.
토시보(Toxibó) 마을부터 도로 길에서 조금 벗어나 숲길을 걷다보면 까미노 레알(Camiño Real) 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카페에서는 맥주나 커피 시켜야 눈치 안보고 화장실도 사용하고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지만 이런 휴식처에서는 그런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쉴수 있어 좋습니다. 공중 화장실이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순례길에 이런 휴식처가 조금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휴식처에 공중 화장실이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커다란 나무 들이 따스하게 보듬어 주는 휴식처에서 잠시 쉬었다가 길을 이어 갑니다.
작고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 나무.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리수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LU-633도로를 따라 올라온 순례길은 곤사르(Gonzar) 마을을 지나치기는 하지만 궁금한 마음에 마을에 살짝 들어 섭니다.
마을 광장에 있는 작은 십자가. 독특한 십자가를 뒤로 하고 여정을 이어 갑니다.
곤사르(Gonzar) 마을을 지나친 순례길은 카스트로마이오르(Castromaior) 마을을 향해 나아갑니다.
카스트로마이오르(Castromaior)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수국과 장미 나무, 포도 나무로 집을 가꾸고 있는 아름다운 집. 전통 벽돌집은 아니지만 이런 집들이 모여 아름다운 마을이 되는 법이죠.
카스트로마이오르 산타 마리아 교회(Igrexa de Santa María de Castromaior). 크지 않지만 잘 보존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입니다.
교회 아래 벽체는 불규칙하지만 커다란 돌을 다듬어 올리고 위로 갈 수록 작은 돌을 올린 독특한 모습입니다.
카스트로마이오르 철기시대 성터 유적지(Castro de Castromaior) 표지판을 따라 걷습니다. 그냥 순례길을 걷는 분들은 대부분 중간에 성당이 있어도 유적지가 있어도 그냥 길을 걷기에 바쁩니다. 대부분은 이곳을 지나쳐 가기 때문에 들러갈지 그냥 지나쳐 갈지 선택해야 합니다. 저희는 성터 유적지를 들러서 갔는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카페 앞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셰퍼드 한마리. "그냥 갈껴?" 하는 눈빛입니다. 목줄 없는 셰퍼드라니 개와 친한 애견인이 아니라면 쉽지는 않죠.
카스트로마이오르 철기시대 성터 유적지(Castro de Castromaior) 표지판이 곳곳에 있으므로 표지판을 따라 걷습니다. 혹시 길을 잃을 염려가 된다면 GPS를 켜고 맵스닷미 앱을 동작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철기시대 성터 유적지 가는 길은 순례자들이 없어서 그런지 더욱 고요 합니다.
유적지 가는 길에 만난 보라색 들꽃.
종 모양의 보라색 꽃들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벨 헤더(Bell Heather, Erica cinerea)라 불리는 유럽 원산의 꽃으로 꿀이 많아 꿀 생산에 중요한 식물이라고 합니다.
유적지에서 순례길로 이어지는 길이 있기 때문에 들러서 가도 좋습니다. 시간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카스트로마이오르 철기시대 성터 유적지(Castro de Castromaior) 안내판.
유적지 들머리에서는 풀이 많아서 이거 유적지 맞아?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기는 했습니다.
유적지에서 한창 풀깎기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거나 관리인이 있는 유적지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보고 다시 순례길로 합류하면 됩니다.
발굴이 진행된 성터를 만나게 되면 이곳에 잘 들렀다는 생각이 곧 들 정도로 좋은 전망을 만나게 됩니다.
흙과 돌로 쌓은 성벽 위로 통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천천히 걸으며 성터 내부와 주변 경관을 잘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선사 시대 였지만 성터를 지역에서 지대가 가장 높은 곳에 잡아 성의 방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마련하려 했나 봅니다.
토성 위 성벽 위에 올라서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이 경관 만으로도 유적지에 다녀갈 가치가 있습니다.
와아! 하는 감탄과 함께 잠시 주변 경치 감상에 빠집니다.
카스트로마이오르 철기시대 성터 유적지를 빠져 나와서 조금 걷다보면 원래의 순례길과 바로 합류하게 됩니다. 멀리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보니 길을 헤매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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